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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검찰, 김기종 '국가보안법 7조' 의율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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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장민성 기자 = 마크 리퍼트(42) 주한미국대사 습격 사건과 관련, 검찰 기소가 1일 마무리된 가운데 향후 김기종(55)씨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가 미완의 수사를 매듭짓는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여러 건의 이적표현물을 소지하고 북한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등 이적성(利敵性)이 확인된 만큼 보강 수사를 통해 국보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단순히 이적성을 확인한 것만으로는 국보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법원의 유죄 판단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비관론도 교차하고 있다.

◇검찰 "국보법상 이적·동조행위 해당한다는 견해 많아"

주한미국대사 습격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상호 차장검사)은 1일 김씨를 살인미수, 외국사절폭행,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다만 김씨의 범행과 관련된 배후나 공범, 국보법 위반 적용 여부 등은 향후 보강 수사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검찰이 막판까지 김씨에게 적용하려고 했던 국보법 조항은 제7조다. 국보법 제7조 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김씨가 리퍼트 대사를 습격한 행위를 통해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면 이를 이적행위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씨가 한미연합훈련과 주한미군 및 전쟁반대 등과 관련해 북한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추종했으며, 이와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집회·시위·거리캠페인 등을 통해 실질적인 동조 행위를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미 동맹과 관련해 주요 인물인 주한 미국 대사를 살해하려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가의 존립이나 안전에 실질적인 위협을 초래했다는 게 수사팀 내부의 다수 의견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대검 공안부·국보법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간부 등이 여러 차례에 걸쳐 수사 내용을 논의하고 검토한 결과 김씨가 북한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다양한 주장과 활동을 했던 사실이 있고, 주한 미국 대사에 대한 살해 시도 행위는 국가의 존립과 안전에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것으로 이는 국보법상 이적·동조행위에 해당한다는 견해가 많았다"고 전했다.

검찰은 또 김씨에게 국보법상 이적표현물 소지죄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왔다. 국보법 제7조 5항은 '국보법 제7조 1항 등의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를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김씨가 일부 문건에 대해서는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소지했다고 인정하는 문건에 대해서도 '연구 목적일 뿐 이적·동조행위를 할 목적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부인하고 있으며, 문건을 얻게 된 시기와 집회·시위 활동 시기 사이에 간격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보강 수사한 뒤 결론 내리기로 결정했다.

◇법조계 "국보법 적용 신중해야…단순 이적표현물 소지만으로는 처벌 어려워"

검찰 안팎에선 국보법 적용에 신중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씨가 계획적으로 리퍼트 대사를 습격했다고 하더라도 그 행위 자체를 국보법상 이적·동조행위로 곧바로 연결 짓기 위해서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배후나 조직이 드러나지 않아 김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이 난 상황에서, 김씨가 '국가의 존립이나 안전에 실질적인 위협을 초래할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김씨가 리퍼트 대사를 습격하기 위해 얼마나 철저히 준비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가 애초에 북한 체제를 이롭게 하려는 목적 하에 이뤄졌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며 "김씨의 자택, 사무실, 계좌, 휴대전화뿐 아니라 주변인들에 대해 사실상 탈탈 털었는데도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면 이적 목적을 입증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보법 제7조 5항 역시 마찬가지다. 대법원은 국보법상 이적표현물 소지죄와 관련해 단순한 소지만으로는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반국가단체를 구성하거나 북한 등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또는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동조 등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소지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아울러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사람이 해당 표현물에 이적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한 뒤 이를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 등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에게 이적행위를 할 목적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는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앞서 이번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 역시 "이적표현물을 단순 소지하는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며 "국가보안법 제7조 5항을 적용하려면 이적 지점과 이적 목적성이 규명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공안수사의 특성상 단기간에 김씨의 이적 목적을 입증하긴 쉽지 않았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수년 동안 각종 첩보를 모아 은밀하게 내사해도 유죄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게 공안수사인데, 불과 한 달여 만에 성과를 올리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 역시 "경찰에서 현재 내사 중에 있고 검찰도 디지털 자료 등을 추가 분석 중인만큼 그 결과를 모두 종합해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통상 국보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는 충분히 내사한 뒤 증거를 수집해 이적성과 위험성 여부를 판단, 국보법 적용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고 있으므로 조금 더 보강 수사한 뒤 결론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nligh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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