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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J Report] 무선식 상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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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드에 올려 충전하는 시대

식탁에서, 커피점에서, 차 안에서 …

폰 이어 모든 IT기기로 확대 전망

3년 뒤 85억 달러 시장으로 성장

유선보다 시간 오래 걸리는 게 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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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근 중 스마트폰 배터리 잔량에 조마조마한 왕충전(가명)씨. 근처 커피숍에 들어가 테이블에 스마트폰을 올려두고 커피를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충전 케이블이 없어도 패드에 스마트폰을 올려두기만 하면 충전이 되는 ‘무선 충전기’를 장착한 테이블이다. 예전에는 충전 케이블을 갖고 다니며 콘센트가 있는 자리를 찾아 헤맸지만, 이젠 스마트폰을 테이블에 올려두기만 하면 충전이 되기 때문에 불편함이 크게 줄었다.

무선충전 기술이 상용화하면서 머지않아 나타날 우리 주변의 모습이다. 각종 전자기기를 선 없이 충전하는 무선충전 시대가 마침내 현실이 됐다. 그간 기술적 제약과 경제성 등으로 전동칫솔에 사용되는 수준에 머물렀던 무선충전 기술이 이젠 주요 전자기기에 적용되면서 관련 시장도 급성장할 전망이다.

불을 지핀 것은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차세대 스마트폰 갤럭시S6다. 무선충전 기술을 본격적으로 적용하면서 MWC 2015에서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갤럭시S6에 앞서 무선충전이 가능한 스마트폰이 등장하긴 했다. 그러나 별도의 외부기기를 한 번 더 연결해야 해 실용성이 떨어지고, 충전 효율성도 기대에 못 미쳐 ‘반쪽’짜리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갤럭시S6는 자체적으로 충전 코일을 내장해 충전 패드에 올려놓기만 하면된다. 무선충전 인프라가 갖춰진 곳이면 별도의 기기 없이 쉽게 충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LG전자 역시 2분기에 선보일 프리미엄 스마트폰 ‘G4’에 무선충전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기연구원 박영진 융복합의료기기연구센터장은 “무선충전 기술은 이미 나왔지만 대중화를 이끌 선두주자가 없었다”며 “관련 기술수준이 상당히 올라왔고, 시장도 막 성장하기 시작한 시점에 갤럭시S6를 내놓은 것은 적절한 타이밍이었다”고 평가했다.

기술이 일반인들에게 익숙하지는 않지만 성과물은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글로벌 커피 전문 체인 스타벅스는 듀라셀과 손잡고 미국 보스톤·새너제이, 영국 런던 등 등 주요 매장에 무선충전 테이블을 설치했다. 앞으로 미국 내 총 8000개 매장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듀라셀이 판매하는 원형의 충전잭을 구입해, 스마트폰에 연결한 뒤 테이블에 올려두면 된다. 스타벅스가 2001년 매장에 와이파이를 구축한 이후 관련 시장이 팽창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행보도 무선충전 시장을 넓히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제너럴모터스(GM)·도요타·피아트·크라이슬러 등은 일부 차종에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을 선택 사양으로 포함시켰다. 현대차도 올해 하반기 출시할 신형 싼타페에 무선충전 기능을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메르세데스-벤츠는 케이블 없이 충전되는 전기차를 공개했다. 차고 바닥에 설치한 무선충전 장치 위에 자동차를 주차하면 자동으로 충전이 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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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가구업체 중 하나인 이케아는 무선충전 패드를 내장한 테이블과 사무용 책상, 거실등, 침대 사이드 테이블 등을 대거 선보였다. LG하우시스도 무선충전 기능을 내장한 인조 대리석 ‘테크탑’으로 북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부엌 조리대나 테이블 등에 적용할 수 있다. 델타항공이 뉴욕시 JFK공항내 터미널에 무선충전 거치대을 설치하는 등 항공업계도 나서고 있다.

사실 무선충전의 기본 개념은 1890년대에 나왔다. 크로아티아 출신 천재 물리학자 니콜라 테슬라가 이론을 정립했다. 하지만 전송 과정에서의 전력손실이 워낙 커 실제 제품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은 110년 뒤인 2000년대 초반부터다. 필립스가 무선충전 방식의 전동칫솔 등을 내놓으면서 기술의 싹이 트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무선충전 기술은 ‘자기유도’ 방식과 ‘자기공진(共振)’ 방식이 경쟁 중이다. 기술이 어느 정도 완성돼 실제 양산까지 이뤄지고 있는 게 자기유도 방식이다. 전력 손실률이 낮다는 장점이 있지만, 충전 접점이 수 ㎝만 떨어져도 충전이 되지 않는다. 자기공진 방식은 원거리에서 여러 기기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어 더 진일보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자기장 유해성 여부가 검증되지 않았고, 충전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이 숙제로 남아있다.

갤럭시S6는 자기유도 방식을 적용했지만 정보기술(IT)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조만간 자기공진 방식을 채택한 제품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계열사인 삼성전기는 두 가지 방식의 무선충전 기술에 대한 표준 인증을 획득한 세계 유일한 회사다.

시장조사기업인 IHS에 따르면 무선충전 시장은 2013년 2억1600만 달러에서 2018년에는 8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조사됐다. 5년 만에 40배가량 커지는 셈이다. 스마트폰은 물론 노트북·태블릿PC 등 휴대용 IT기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점도 시장 확대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IT업계에선 새로운 시장 개척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IT기기 제조사는 무선충전 기능을 차별화 포인트로 활용할 수 있고, 웨어러블 등 다양한 IT기기로 확장하면서 새로운 무선충전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호텔·공항 등에서 고객 편의를 위해 설치할 무선충전 거치대 수요도 늘 것으로 기대된다. 신영증권 곽찬 연구원은 “ 올해부터는 무선충전 시장의 본격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이는 혁신 속도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IT업계에 히든카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과도한 기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까진 충전시간이 유선충전보다 오래 걸리는데다, 스마트폰을 충전 패드에 평평하게 놓아야하는 등 이용에 제약이 있다. 또 자기유도 방식과 자기공진 방식을 쓰는 각 진영이 경쟁 중이라 아직 무선충전 기술 표준이 정해지지도 않았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사진 설명

사진 1
이케아가 선보인 무선충전 기능을 탑재한 조명기구. 태블릿PC나 휴대전화를 ‘+’ 모양의 충전패드 위에 올려놓으면 자동으로 충전된다. 이케아는 다음달부터 미국·유럽 등 주요 매장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사진 각 회사]

사진 2 제네랄모터스(GM)는 캐딜락 등 주요 모델에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을 선택 사양으로 포함했다. [사진 각 회사]

사진 3 스타벅스 매장에 설치된 무선충전 테이블. 원형의 충전잭 연결한 뒤 테이블에 올려두면 된다. [사진 각 회사]

사진 4 무선충전 기능을 탑재한 삼성전자의 갤럭시S6. 자체적으로 충전 코일을 내장한 첫 스마트폰이다. [사진 각 회사]

사진 5 메르세데스-벤츠가 선보인 전기차. 차고 바닥에 설치한 무선충전 장치 위에 주차하면 충전이 된다. [사진 각 회사]

사진 6 LG하우시스는 무선충전 기능 내장 인조대리석 ‘테크탑’으로 북미 매출을 늘리고 있다. [사진 각 회사]

손해용 기자 hysohn@joongang.co.kr

▶손해용 기자의 블로그 http://blog.joins.com/yso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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