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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IS가 파괴한 이라크 유물 대부분은 모조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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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파괴한 이라크 유물은 진품이 아니라 모조품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이라크 쿠르드계 매체 루다우에 따르면 모술의 주도인 니네베주의 주지사를 지낸 나틸 알누자이피는 28일 인터뷰에서 “IS가 파괴한 전시유물 중 대부분은 모조품”이라며 “상당수 진품들은 2003년 전쟁 때 바그다드 국립박물관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알누자이피 전 주지사는 “IS가 훼손한 진품은 ‘독수리 날개 달린 황소’와 ‘로즈한의 신’ 등 두 점”이라고 설명했다.

IS는 지난달 26일 모술 박물관에 들어가 전시된 유물들을 망치 등으로 때려 부수는 동영상을 공개해 세계를 경악시켰다. IS 대원들은 5분짜리 동영상에서 “이 전시품들은 우상일뿐이다. 선지자 무함마드가 우리에게 이것들을 없애라고 말씀하셨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IS 조직원들이 모술 박물관에 전시된 고대유물을 망치로 때려부수는 모습 / 위키피디아


유네스코 등 국제사회는 IS의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27일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며 “국제형사재판소(ICC)가 IS의 유물파괴 행위에 대해 즉각 조치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긴급회의 소집도 요구했다.

파괴된 전시품 중 일부가 모조품이라고 해도 IS의 ‘문화재 공격’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알누자이피 전 주지사는 “동영상에 공개되지 않은 전시품 중 7점이 도난된 것으로 보이고, 이중 두 점은 진품”이라고 말했다.

IS가 문화사적에 손댄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모술시를 장악한 IS는 무슬림들에게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이슬람사원을 무너뜨리는 등 여러 이슬람문화유적지를 파괴대상으로 삼았다. 이라크·시리아의 고대 유물을 암거래하는 것이 IS의 주 수입원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왔다.

끔찍한 살인과 영토확장 외에 문화재파괴까지 선전전에 이용한다는 점에서 IS에 대한 세계인들의 불안과 공포심도 커지고 있다.

이라크 정부는 바그다드 국립박물관을 12년만에 재개관한다고 28일 밝혔다. 바그다드 박물관에는 1만5000여점의 고대 유물이 전시돼 있었지만 2003년 미국 침공 후 대부부의 유물이 도난당했다.

이라크 정부는 그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4300여점을 되찾았다. 바그다드 국립박물관 재개관은 오랜 전쟁 속에 역사적 유물까지 잃어버린 이라크인들에게 의미있는 행사지만, 이날만큼은 IS의 그림자를 지우기 어려웠다. 이라크 정부는 IS의 모술 유물 파괴선전전에 맞춰 서둘러 개관날짜를 정했다. 하이데르 알아아비디 이라크 총리도 “우리는 문명을 파괴하려는 이들을 끝까지 추척할 것”이라며 IS를 향한 격퇴의지를 강조했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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