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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아빠 사진 찍다보니 항상 웃는 모습…가슴 찡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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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학생사진기자들의 방학 미션

“사진가의 가장 힘든 일은 다름 아닌 사진을 찍어야 된다는 것이다” 사진가 도우그 바트로의 말입니다. 방학을 맞아 특별 미션을 수행 중인 소중 학생사진기자들도 아마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겁니다. 한 달간 가족의 모습을 기록하라는 주문, 신년·새해를 주제로 사진을 찍으라는 주문, 전시회 등 방학 풍경을 찍으라는 주문에 각자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섰습니다. 같은 주제를 표현하는 방법은 제각기 달랐습니다. 좋은 그림을 담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학생사진기자들의 사진과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팁도 소개합니다.

이원준 학생사진기자

중앙일보

오랫동안 카메라를 들고 관찰하자, 드디어 가족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수행 미션 가족
“사진을 찍을 때 나는 가족들을 재미있다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왜냐하면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이기 때문이다. 누나와 아빠는 초상권을 주장해서 많이 찍지 못했지만 엄마는 괜찮다고 하셨다. 엄마에게 매우 감사하다. 평소에는 엄마를 잘 찍어드리지 않았다. 주로 엄마가 우리를 찍어주셨기 때문이다. 커피숍, 외할머니 댁, 계룡산, 우리 집, 천안 독립기념관, 호텔, 길거리, 화실을 쫓아다니며 지난 2주간 거의 매일 엄마 사진을 찍었다. 엄마는 내가 사진 찍어주는 것을 즐거워 하셨다. 앞으로도 엄마를 많이 찍어드려야겠다.”

중앙일보

신년맞이 등산 중 발견한 새 부리 모양 고드름


한 달간 찍어보니 “사람보다 나무나 숲 같은 풍경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등산하다가 멋있는 능선을 만나면 걸음을 멈추고 셔터를 누르게 된다. 눈이 많이 내린 날에는 아침부터 밖에 나가 아무도 눈을 건드리기 전에 나무에 쌓인 눈을 찍기도 했다. 방학 중에 찍은 사진 중에는 계곡 돌 사이에서 새 부리 모양 고드름을 발견해 촬영한 게 마음에 든다.”

사진기자의 조언 발을 부지런히 움직이자. 가만히 서서 줌 렌즈로 피사체를 당겨 사진을 찍기보단 대상을 향해 몇 걸음 더 다가가고, 넓은 장면을 찍기 위해선 시야가 탁 트인 공간으로 움직여야 한다. 내 눈높이보다 높은 곳에서 아래 방향으로 대상을 바라보거나, 반대로 가장 낮게 내려갈 수 있는 위치에서 하늘을 올려다 보자.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만큼 다양한 앵글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김민지 학생사진기자

중앙일보

출근하시는 아버지의 모습


수행 미션 가족
“친구들은 존경하는 사람을 부모님이라고 하는데 나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어서 도대체 언제쯤이면 나 스스로 부모님을 진심으로 존경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가족의 모습을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직접 보는 부모님의 모습과 렌즈에 담긴 모습을 동시에 생각해보며 비로소 나도 부모님을 존경한다는 말을 당당하게 하게 됐다. 매일 마주하는 아빠지만 출근하시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니 아빠도 분명 힘든 일이 있을 텐데 항상 웃는 모습을 보여주신다는 걸 깨달아 감동을 받기도 했다. 가족 사진 촬영 미션은 부모님의 내면을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 효도를 더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중앙일보

타종 행사 촬영을 위해 찾은 단원각


한 달간 찍어보니 “미션 중 하나였던 새해 사진을 찍기 위해 2014년 마지막 날 타종 행사가 열리는 안산 단원각을 찾았다. 일찍 도착해 가족과 새해 소원을 쓰고, 종각 아래쪽 소원 쓴 것을 달아 놓는 곳을 최적 포인트로 잡고 기다렸다. 드디어 새해가 카운트다운 되고 셔터를 누르려는 결전의 순간 카메라 배터리가 나가 버렸다. 오후 9시 무렵 사진이 마지막이었다. 추위에 오들오들 떨며 기다렸는데…. 참으로 허무했다”

사진기자의 조언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 운동화 끈을 꽉 조여 매는 것처럼 항상 완벽한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메모리 카드의 용량은 충분한지, 렌즈의 초점 링은 매끈하게 잘 돌아가는지, 배터리 상태가 어떠한지 수시로 체크하는 것은 필수.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평상시보다 배터리가 빨리 방전되곤 한다. 너무 추우면 카메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메모리 카드나 배터리는 항상 여분을 준비하도록 하자.

김진서 학생사진기자

중앙일보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책을 읽고 있는 동생.


수행 미션 가족
“내 동생 김도윤을 찍었다. 동생은 카메라만 들이대면 몸이 계속 비틀리는 모양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런 모습을 없애려고 천천히 동생이 눈치채지 못하게 사진 찍는 연습을 했다. 그러다 보니 동생의 까부는 성격도 조금은 없어진 것 같다. 예전에는 소리 지르고 뛰어다니고 난리를 쳤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게다가 마지막에는 이거 찍어봐라, 저거 찍어봐라 건의하며 도와주었다. 사진 몇 장에 이렇게 변화가 생길 줄은 몰랐다.”

한 달간 찍어보니 “전시회 미션을 수행하는데 이왕이면 사진전이 좋을 것 같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전시를 택했다. ‘생-라자르 역 뒤에서’ 라는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물 웅덩이가 넓게 퍼진 광장 앞에서 어떤 신사가 폴짝 뛰어오르는 장면이었는데, 사진 속 사람이 땅에 서기 바로 직전이었다. 찰나의 순간을 어떻게 촬영했을까 궁금했다.”

사진기자의 조언 “결정적 순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명언이다. 그는 평생 일상에서 발견한 우연들을 결정적 순간으로 포착했다. 연출 없이 자신이 원하는 장면이 다가올 때까지 기다린 후 촬영했다. 이처럼 나의 생각대로 그림이 나올 때까지, 앞으로 다가올 장면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며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도 중요하다. 셔터스피드를 이해하면 순간을 포착하는데 유리하다. 셔터스피드가 빠를수록 역동적인 장면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셔터스피드의 숫자가 작을수록 빠르게 찍힌다. 가령 1/1000초는 1/125초보다 빠르다. 인내심이 있어도 결정적인 순간에 카메라가 없다면 난감하다. 요즘에는 스마트폰도 성능이 뛰어나니 이러한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항상 챙기자.

전성민 학생사진기자

중앙일보

엄마의 한복을 입고 포즈를 취한 누나


수행 미션 가족
“얼마 전인 1월 11일, 안양에서 올해로 마흔한 살이 된 노총각 외삼촌의 결혼식이 있었다. 삼촌의 멋진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그만 사진기의 배터리를 체크하지 않고 가져가는 바람에 거의 못 찍었다. 준비성 없는 점이 걱정이신지 겨우 찍은 아버지·어머니의 사진 속 표정이 좋지 못했다. 어머니 휴대폰을 빌려 몇 장 찍었지만 만족스럽진 않았다. 올해 중학생이 되는 만큼 좀더 진지해지고, 준비성과 책임감을 키우는 2015년을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했다. 결혼식장에서 제대로 촬영 못한 아쉬움에 누나에게 모델을 부탁했고, 누나의 어머니 한복을 입고 포즈를 취해줬다. 촬영각도와 방식에 따라 실물의 누나와 사진 속 누나는 분위기가 참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이래서 사진을 찍는 재미가 쏠쏠한 것 같다.”

중앙일보

아버지와 함께 나선 출사에서 촬영하시는 모습을 담았다.


수행 미션 방학 풍경 “종종 아버지께서 활동하시는 사진동호회 모임에 동행하는데, 이번에는 용인 한국민속촌에 갔다. 어릴 적 부모님과 왔을 때는 슬쩍슬쩍 지나치던 것들을 카메라와 함께 오니 더욱 꼼꼼히 보게 됐고, ‘이런 것도 있었나’ 신기해하며 구석구석 피사체를 찾아 다녔다. 특히 승마 공연에서 5명이 2마리의 말 위에 인간 탑을 쌓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마구 셔터를 눌렀다. 동호회 멤버분들이 내게 전보다 많이 진지해졌다고 하셔서 괜히 미소가 지어졌다.”

중앙일보

오랜 기다림으로 얻어낸 새해 일출 사진.


한 달간 찍어보니 “해돋이 사진을 찍으러 갔는데 예상 일출 시간에 가까워졌는데도 해는 떠오르지 않고 구름도 많아 해돋이 감상을 포기하고 내려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추운 날씨에 가만히 서있으려니 동태가 될 것 같아 아버지께 그만 내려가자고 했는데 말리셨다. 결국 고민 끝에 기다림을 선택했고 묵묵히 서서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일출을 보니 역시 기다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기자의 조언 흔치 않은 풍경 사진을 찍고 싶다면 일출이나 일몰 사진에 도전해 보자. 몇 가지 사항만 숙지한다면 멋진 풍경 사진을 담아낼 수 있다.

1 시정 거리(물체나 빛이 선명하게 보이는 거리) 확인은 필수! 시정 거리가 25km 이상이면 먼 곳까지 선명하게 보인다. 계절별·지역별 시정 거리는 기상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계절에 따라 바뀌는 일출·일몰 시간을 확인하자. 사진 찍기 가장 좋은 시간대는 일출과 일몰 10분 전후. 이를 ‘매직아워’라고 하는데 드라마틱한 느낌을 내기에 좋다.

3 풍경 사진은 피사계 심도를 깊게 해서 촬영한다. 심도가 깊다는 건 렌즈의 조리개를 조여서 빛이 들어오는 구멍을 좁히는 것이다. 초점이 맞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사진이 선명해 보인다. 대신 셔터스피드가 느려지니 흔들리지 않도록 삼각대를 사용하자.

4 황금비율을 이용해 구도를 잡자. 황금비율이란 사람이 인식하기에 가장 균형적이고 이상적으로 보이는 비율을 말한다. 가로·세로를 각각 3등분하고 그 선들이 만나는 교차점에 피사체가 위치하게 하면 보다 안정적인 앵글을 만들 수 있다.

소년중앙이 추천하는 사진전

인위적인 연출 없는 자연스러움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 생애 가장 따뜻한 날들의 기록 기간 4월 26일까지(매주 월요일과 설 휴관) | 장소 서울시 종로구 대림미술관 | 입장료 성인 5000원, 초·중·고등학생 3000원, 미취학 아동 2000원 | 문의 02-720-0667

결정적 순간의 거장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 영원한 풍경 기간 3월 1일까지 | 장소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 전시관 | 입장료 성인 1만2000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7000원 | 문의 02-735-4237

장엄한 자연으로의 숭고한 탐험

세바스치앙 살가두 사진전-GENESIS 기간 2월 28일까지 | 장소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 입장료 성인 1만5000원, 중고생 1만원, 초등학생·유아 8000원 | 문의 02-722-2267

글·사진=장진영 기자 , 김민지(안산 경수중 2)·김진서(서울 삼각산초 5)·이원준(충주 국원초 4)·전성민(수원 매여울초 6) 학생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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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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