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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MB 회고록’ 전·현 정권 충돌]청 “남북 비화, 국익 도움 안돼” MB 측 “외교안보 잘 모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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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책 내용 조목조목 반박… 김두우, 맞받아치며 청 자극

정운찬 “굉장히 민감한 문제”… 여 일부 ‘차별화 카드’ 만지작

전·현 정권이 30일 정면으로 부딪쳤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내달 2일 출간하는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2010년 세종시 수정안 국회 부결이 정운찬 당시 국무총리를 견제하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정략적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고, 남북관계 비사를 밝힌 것이 발단이 됐다. 청와대는 회고록 내용이 보도된 지 이틀 만인 이날 회고록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4대강 사업·자원외교·원전비리 등 전 정부 실정을 파헤치는 데 소극적이던 청와대가 바뀔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경향신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예고 없이 기자실을 찾아 회고록의 세종시 내용을 거론하면서 “유감”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 의중이 실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단호했다. 이 관계자는 “세종시 문제는 2005년 여야가 국토균형발전으로 협상 끝에 합의한 사안”이라며 “세종시는 2007년 대선 공약이었고, 박 대통령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자도 세종시와 관련한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하면서, 지원 유세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은 대선 승리 후 세종시 이전은 공약대로 이행하겠다고 여러 차례 확인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세종시를 관철시킨 것이며, 잘못은 대선 공약을 파기하려 했던 이 전 대통령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남북관계 비사 등이 공개된 것을 놓고 “외교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고 했다. 정부가 집권 3년차 승부수로 남북정상회담 성사 등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 중인 와중에 북한을 자극하는 정보를 노출해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은 ‘뼈있는’ 말들을 남겼다. 회고록에 언급된 정운찬 전 총리는 통화에서 “내가 모시던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도 “굉장히 센시티브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언론 인터뷰에서 남북문제 비사 언급을 두고 “박근혜 정부가 (외교·안보 분야를)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정부를 자극했다.

김 전 수석은 개헌을 두고도 “(이 전 대통령이) 의사를 표현할 기회가 언젠가 오리라고 본다. 그 부분에 대해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이 ‘블랙홀’이라며 선을 그었던 개헌 이슈를 거론하는 등 현실정치에 개입할 수 있음을 비친 것이다.

파장은 이미 ‘청와대 쇄신논란’에서 ‘회고록 정국’으로 이동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번지고 있다. 당장 새누리당에선 “헛소리”(친박 의원) “청와대가 이러쿵저러쿵 반응하는 건 예의도 아니다”(친이 의원) 등 계파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더 주목되는 것은 지난 정부 실정을 묵과했던 현 정부 태도 변화다. 여권 일각에선 실패로 결론난 ‘4대강 사업’ ‘자원외교’ 관련 비리 등을 파헤치기 위해 청와대 등 여권 주류가 칼을 빼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연말정산 대란 등 코너에 몰린 현 정부로선 이 전 대통령에게 비난여론을 돌리는 식으로 위기를 탈출하고 집권 3년차 동력을 회복하겠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여권 주류 일각에선 ‘차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욱·정환보 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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