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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취재파일] 말 많고 탈 많은 4배 빠른 LTE…속도 재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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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E>, <광대역 LTE>, <광대역 LTE-A>, <3밴드 LTE-A>

모두 휴대전화 이동통신 기술을 가리키는 명칭입니다. 제일 앞의 <LTE>가 2011년 가장 먼저 나온 기술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3밴드 LTE-A>가 2015년 1월, 즉 가장 최근에 상용화가 시작된 서비스 입니다. 4세대 이동통신기술인 LTE는 3G와 비교해서 장기적인 진화를 시작했다는 의미에서 Long Term Evolution이란 이름을 갖게 됐습니다. <광대역 LTE>는 LTE에 비해 주파수를 두 배 써서 '두 배 빠른 LTE'로 광고됐습니다. <광대역 LTE-A>는 광대역 LTE의 기존 주파수에 다른 주파수 하나를 더 붙이는 기술이란 의미에서 A(Advanced)라는 말이 붙었습니다. 3배 빠른 LTE로 광고됐습니다. 그리고 <3밴드 LTE-A>는 광대역 LTE-A에 또 다른 대역의 주파수를 하나 더 붙였다는 뜻입니다. 결국 3개의 서로 다른 주파수를 합쳤다는 뜻에서 '3밴드'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새 기술이 나올 때마다 국내 통신 3사들은 경쟁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해 왔습니다. 통신사 광고라고 하면 늘 '2배 빠른, 3배 빠른' 같은 속도를 강조하는 문구가 생각나는 것도 그래서 일겁니다. 그런데 '4배 빠른 LTE'인 '3밴드 LTE-A'는 시작부터 진흙탕 싸움과 법정공방의 대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발단은 한달 전입니다. 즉 지난해 12월 28일 SKT가 보도자료를 내고 <세계 최초로 3밴드 LTE-A를 상용화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경쟁사인 KT와 LGU+가 즉각 반발했습니다. SKT가 최초 상용화라고 표현했지만 실제론 100명의 소비자 평가단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 불과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SKT는 '우리가 최초 상용화 한 게 맞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1월 9일에는 광고까지 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 광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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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1월 11일, KT와 LGU+가 법원에 광고 금지 가처분을 신청을 냈습니다. SKT의 '세계 최초 상용화'는 과장광고이기 때문에 광고를 못하게 금지해달라는 겁니다. 결국 1월 23일 법원이 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SKT의 광고는 거짓-과장 광고라는 경쟁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겁니다. SKT는 법원에 이의 신청을 하겠다면서도 일단 해당 광고는 중단했습니다. 현재는'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문구는 없는 새 광고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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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재밌는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KT가 1월 21일부터 자사에서 3밴드 LTE-A 전용 단말기가 판매된다며 대대적으로 광고했습니다. 'SKT는 가짜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의미로 '진짜 세계 최초 상용화 3밴드 LTE-A가 왔다'고 내세웠습니다. 하지만 정작 1월 21일 저녁까지 3밴드 전용 단말기는 매장에서 볼수 없었습니다. 알고보니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품질 검사가 끝나지 않아 단말기가 공급되지 않은 겁니다. 결국 SKT, KT 모두 성급하게 마케팅에 활용하려다 망신을 당한 셈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표현 하나를 놓고도 이렇게 신경전을 벌이는 3밴드 LTE-A의 속도는 과연 광고만큼 나올까요? 4배 빠른 LTE라는 말처럼 3밴드 LTE-A의 최고 속도는 300Mbps 입니다. 1GB 짜리 파일 하나를 28초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는 속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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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가 현재 3밴드 LTE-A 가능 지역이라고 밝힌 서울 광화문과 신촌에서 속도측정을 해봤습니다. 휴대전화 속도측정앱 두 종류를 사용했고, 단말기는 통신사에서 제공한 전용 단말기를 이용했습니다. 각각 열번 이상을 재봤는데 평균적으로 속도가 140-150Mbps 정도로 광고의 절반 밖에 안됐습니다. 200Mbps를 넘은 경우는 통신사 기지국이 바로 앞에 있거나 통신사 건물안에서 측정한 경우 뿐이었습니다. 광고와 같은 300Mbps라는 속도는 아예 한번도 측정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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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밴드 LTE-A 이전 버전인 광대역 LTE와 광대역 LTE-A는 이미 정부에서 실제 속도를 조사한 수치가 있습니다. 바로 지난해 12월에 발표된 2014 통신서비스 품질평가입니다. 광고한 수치에 절반에도 못미치는 속도가 실제 평균 속도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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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 눈여겨 볼 점은 LTE 버전별 속도의 차이가 오직 '다운로드'에만 해당한다는 점입니다. 즉 파일을 내려 받을 때의 속도만 빨라지는 것이지 파일을 올릴 때까지 빨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인터넷 검색을 하기 위해 웹페이지에 접속할 때 걸리는 시간을 의미하는 '웹서핑 시간' 항목에서도 1.3초로 광대역 LTE와 광대역 LTE-A간에 차이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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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밴드 LTE-A는 지난해 실시한 정부조사에 포함이 안돼 있기 때문에 취재하면서 웹서핑 시간과 다운로드 시간도 같이 측정해 봤습니다. 역시 이전 버전들과 차이가 없었습니다. 결국 스마트폰을 이용해 대용량 영화 파일을 다운로드 받는 경우에만 속도의 차이가 의미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인터넷 검색이나 SNS에 사진 올리기, 이메일 확인 등을 할때는 전혀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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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현재 통신사들이 전국 80여 개 도시에서 3밴드 LTE-A를 경험할 수 있다고 홍보하는 내용에도 과장이 섞여 있습니다. 80여 개 도시 전역에서 된다는 게 아니고 80여 개 도시에 체험 가능한 일부 지역이 있다는 게 맞는 말입니다.

서울을 예로 들어 본다면 광화문, 신촌, 명동, 역삼동 등 일부 지역, 그 중에서도 한정된 특정 지점에서만 된다는 뜻이지 서울 전역에서 된다는 게 아닌 겁니다. 쉽게 말해 지금 3밴드 LTE-A 가 되는 최신형 단말기를 사더라도 소비자들의 집이나 직장에서는 3밴드가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3밴드 LTE라는 말처럼 3개 대역의 주파수가 겹치는 곳에서만 가능하고 설비도 늘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LTE가 계속 새로운 버전이 나오면서 <다운로드>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요즘 스마트폰 이용자중에 이 속도의 차이가 의미있는 사용자는 몇명이나 될까요? 즉 1GB 파일을 28초면 내려 받는다는 <다운로드> 속도의 진화는 과연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요?

이런 속도라면 3-4만 원대의 휴대전화 요금을 쓰는 평범한 소비자의 경우 불과 1분이면 한 달치 데이터 사용량을 다 써버리게 될 겁니다. 데이터 요금으로만 10만 원 이상을 쓰는 소수의 사용자들만이 빨라진 속도의 혜택을 누리는 것 아닐까요? 통신사들의 과장된 속도경쟁이 그나마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의 데이터 제공량을 확대하거나 요금을 내려줘야 하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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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태 기자 jyta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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