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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위기의 러시아 사재기 극성…"1인당 BMW 2대이상 안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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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전·가구·생필품 진열대 썰렁

연합뉴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모스크바 북쪽 힘키 지역에 있는 독일계 창고형 매장 '메트로'(METRO)의 전자제품 진열대가 19일(현지시간)주민들의 사재기로 썰렁하게 비어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모스크바에 사는 한국 교민 강모씨는 19일(현지시간) 시내 대형상가 '아피몰' 지하에 있는 명품 아울렛 매장을 찾았다가 실망하고 말았다.

현지 통화인 루블화가 폭락하면서 명품인 몽클레어 패딩코트 가격이 한국의 절반도 안 된다는 지인들의 얘기를 듣고 서둘러 달려갔지만 이미 물건이 거의 다 팔려 맞는 사이즈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씨는 뒤이어 모스크바 북쪽에 있는 대형 상가 '메가'로 가서 모피 코트를 둘러봤지만 이미 가격들이 다 올라 또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러시아에서 '검은 화요일'로 불리는 지난 16일 루블화 대폭락 사태 이후 주민들의 물품 사재기가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은 루블화 가치 추가 폭락이나 물가 급등을 우려해 자동차, 가구, 전자제품, 의류, 생필품 등을 앞다퉈 사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매장 진열대가 텅텅 비기도 하고 상당수 물품은 벌써 가격이 크게 올랐다.

이날 기자가 찾은 모스크바 북쪽 힘키 지역에 있는 독일계 창고형 매장 '메트로'(METRO)의 전자제품 진열대는 썰렁하게 비어 있었다.

회원제로 운영하는 이 매장 진열대에 줄지어 있던 대형 TV, 냉장고, 컴퓨터 등이 며칠 사이에 다 팔려나간 것이다.

텅 빈 진열대 바닥에는 '12월 17일부터 회원카드 소지자 1명당 동일 제품 1개 이상을 판매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판만이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한 명이 여러 개의 물품을 한꺼번에 사가면서 구매자들 간에 충돌이 생기고 혼란이 벌어지자 매장 측이 서둘러 만든 규정이었다.

메트로 인근에 있는 스웨덴 가구매장 '이케아'(IKEA) 안에는 '주문 폭주로 부엌가구와 생활 가전제품 판매를 일시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었다. 매장 1층 창고의 다층형 제품 보관대는 상당 부분이 비어 있었다. 발 빠른 구매자들의 '싹쓸이' 흔적이었다.

루블화 가치 하락을 반영한 가격 인상에 대비해 미리 물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자동자, 전자제품, 가구 매장 등의 진열대가 빠르게 비어가고 있는 것이다.

어떤 고급 자동차 매장에선 '한 사람에게 2대 이상의 BMW 승용차를 팔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까지 나붙었다.

일부 자동차 메이커들은 주문이 폭주하자 서둘러 가격을 인상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미 메르세데스 벤츠는 6∼8%, 폴크스바겐은 2∼5%, 중국 체리(Chery)는 5%를 올렸다. 대다수 가전제품은 10% 이상 가격이 뛰었다.

아직 인상 폭을 정하지 못한 일부 업체들은 이케아처럼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이케아도 점차 가격을 올릴 계획이지만 아직 얼마를 올릴지 정하지 못했다고 회사 홍보실은 밝혔다.

지난달 초에만 해도 이케아는 내년 6월까지는 가격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최대 가전 전자 매장 '엠 비데오'는 내년부터 대다수 전자제품 가격이 5∼20%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프랑스계 대형 슈퍼마켓 '아샨'의 마케팅 담당자 마리야 쿠르노소바는 "중간 공급업자들이 루블화 폭락 사태를 공급가 인상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일고 있는 사재기 바람도 대부분의 물건값이 오를 내년 1월이 되면 사라지고 곧이어 불안한 미래를 위한 저축 심리가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브치옴(VTSIOM)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80%의 주민이 "절약 모드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올해 말 기준 러시아인들의 해외 관광은 50%가 준 것으로 조사됐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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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모스크바 북쪽 힘키 지역에 있는 스웨덴 가구매장 '이케아'(IKEA) 창고의 제품 보관대가 19일(현지시간) 주민들의 사재기로 비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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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모스크바 북쪽 힘키 지역에 있는 프랑스계 대형 슈퍼마켓 '아샨'에서 19일(현지시간) 주민들이 생필품을 사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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