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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깨알지식] 바티칸에 있는 교황청, 왜 스위스 근위대가 지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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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근위대는 1506년부터 500년간 교황과 교황청이 있는 교황령(교황의 세속적 지배권이 미치는 영토)인 도시국가 바티칸을 지켜왔다.

바티칸은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 있는데, 왜 교황이 가진 유일한 군사 조직은 스위스인만으로 이뤄져 있을까?

이는 신성로마제국(독일)이 이탈리아 지배권을 두고 프랑스와 전쟁을 벌이던 1527년 5월 6일, 스위스 근위병이 보여준 용맹함 때문이다.

카를 5세가 이끄는 신성로마제국군이 '로마의 약탈'을 시작하자, 교황을 보위하는 각국 용병(傭兵)들은 모두 도망쳤는데 스위스 근위대만 홀로 남았다. 당시 클레멘스 7세 교황은 "스위스로 돌아가라"고 권했지만 이들은 오히려 교황이 도망칠 시간을 벌겠다며 격렬히 싸웠다. 지금의 베드로 대성당 인근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스위스 근위병 189명 중 147명이 전사했다. 이들의 희생 덕에 교황은 피신할 수 있었다. 이후 교황청 근위대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 스위스 병사'로만 구성되는 전통이 만들어졌다. 지금도 신입 근위병은 선배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 매년 5월 6일에 충성 서약식을 한다.

중세시대 스위스 용병은 용맹과 충성의 상징이었다. 산세가 험해 일자리가 적었던 스위스인들은 용병 일로 돈 버는 것이 절실했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 용병과 달리 목숨 걸고 고용주를 위해 싸웠다.

율리오 2세 교황이 1506년 스위스 근위대를 창설한 것도 이런 평판 덕분이었다. 율리오 2세는 이들을 '교회 자유의 수호자'라 불렀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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