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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박영선, 탈당설에서 복귀까지 숨가빴던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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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칩거기간에 원로들 나서 만류

의원들 “알면서도 속아준다”

전수조사로 복귀출구 열어줘


상처로 얼룩진 귀환이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탈당설을 흘리며 칩거해 있던 사흘 동안 당 안팎에선 박 원내대표를 말리려는 움직임이 분주했다. 김원기·권노갑 고문 등 원로들도 전화를 걸어 타일렀고, 의원 100여명은 ”이유를 알면서도 속아주는 셈 치고” 박 원내대표의 거취를 묻는 설문조사에 응했다. 나가겠다는 쪽이나, 돌아오라는 쪽이나 서로에게 민망한 ‘출구전략’이었다.

박 원내대표가 평소 가까웠던 기자에게 탈당 뜻을 전한 지난 14일 밤부터 당직자들로부터 복귀설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16일 밤까지, 사흘동안 당은 박 원내대표로 인해 롤러코스터를 탔다. 탈당설이 나온 이튿날인 15일, 박 원내대표의 원내대표직·비상대책위원장 즉시 동반 퇴진을 외쳤던 이들은 “협박정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비교적 온건했던 의원들조차도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이날 오후 중도성향 그룹인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은 전수조사를 통해 의원들의 뜻을 묻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의원들의 뜻을 다시 묻겠다는 뜻이 박 원내대표 쪽으로 전달됐고, 이후 박 원내대표와 당직자들간에 설문조사 문항을 조정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일각에선 의원총회를 소집해 의견을 묻자는 안이 나왔으나 박 원내대표가 원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박 원내대표는 더이상 의총에서 의원들의 공개적인 비난을 듣는데 지친 것 같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성안 작업이 진행되던 16일 낮, “탈당 결심이 누그러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설문조사 결과 비대위원장은 내려놓되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문제를 수습한 뒤 물러나라는 의견이 다수로 나왔다. 몇시간 뒤 당직자들의 입에서 “박 원내대표가 탈당하지 않는다고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원로들과 동료들의 요청으로 복귀한 모양새를 갖췄지만, 박 원내대표 본인도 실제 탈당을 할 경우 사실상 ‘정치적 자해’에 가까운 엄청난 위험부담을 짊어지게 된다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당직자는 “2007년 대선을 앞두고 김한길 대표 등이 열린우리당을 탈당할 때 박 원내대표는 탈당하는 동료들에게 무척 분노했었다. 10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탈당이라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본인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와 친한 한 중진은 “박 원내대표의 일부 측근들이 ‘지금 탈당하면 따라나올 사람이 있다. 나홀로 탈당이 아니라 분당이 되는거다’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내가 ‘박 원내대표가 탈당하면 현재 새정치연합은 130석에서 129석이 되는 것’이라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결국 박 원내대표는 동료들의 거센 비판에 맞서 탈당 카드라는 무리수를 쓰면서까지 간신히 ‘명예 제대’의 길을 열었다. 그러나 지난 몇달동안 그에게 쏠렸던 기대감은 모래성처럼 스러졌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도, 혁신 비대위원회 구성도 실패했다. 그리고 신뢰도 잃었다.

이유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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