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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응징할까 말까 '햄릿' 오바마… 美매파 "美외교 자유낙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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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공습 시기 질문에 "아직 전략 없다" 발언… 곳곳서 '뭇매']

美 매파 일제히 공격 - "전략이 없다니 경악… 즉각 IS에 정면 대처하라"

BBC도 비판 나서 - "말해선 안 될 진실 드러낸 정치적 실수의 교과서的 사례"

"아직 전략은 없다(We don't have a strategy yet)."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28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인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공습 시기를 묻는 질문에 "일의 순서를 뒤바꿔서 하고 싶지는 않다"면서 이같이 답변했다. 영국을 비롯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이 2003년 이라크 전쟁 때와는 달리 동참을 주저하는 데다,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 IS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것이 옳은가'란 자국 내 비판 여론을 감안해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이다. 지난 20일 IS가 미국 기자 제임스 폴리를 참수하자 "IS는 암 덩어리다. 21세기에 IS가 있을 곳은 없다"며 강력한 응징 방침을 천명했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조선일보

하지만 오바마의 발언은 정치인이 피해야 할 '금기'를 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중동 사태를 둘러싼 복잡한 정치 현실을 반영한 지나치게 솔직한 발언"이라며 "말해선 안 되는 '명백한 진실'을 드러낸 정치적 실수(political gaffe)의 교과서적 사례"라고 전했다.

오바마의 '전략 부재' 발언은 그의 집권 이후 "미국이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잃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공화당 '매파(강경파)'에겐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다. 공화당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30일 '머뭇거리지 말고 IS에 정면 대처하라'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이라크 지역의 IS는 공습하면서 시리아 내 IS는 공습하지 않는 것은 한 손을 등 뒤로 묶어 놓고 싸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매케인은 또 "오바마 대통령이 '전략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한 것은 경악스러울 뿐 아니라 위험하다"고 말했다.

보수 인터넷 매체인 페더럴리스트는 "적군의 사기를 높여주고 국제 여론을 악화시키는 발언으로 오바마 외교정책 실패의 완벽한 요약본"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의 다이앤 파인스타인(캘리포니아) 상원 정보위원장마저 지난 31일 NBC 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에게 한 가지 배운 게 있다면 매우 신중하다는 것"이라며 "특히 이번 경우에는 지나치게 신중하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공화당은 주요 국제분쟁마다 초기엔 강경 대응을 천명했지만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던 오바마의 전력(前歷)을 '아킬레스건'으로 공략하고 있다. 오바마는 지난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주권 침해로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나중엔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충돌하는 것이 사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낄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작년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이 제기됐을 때에도 오바마는 시리아 공습의 당위성을 초반에 역설했다가, 영국 의회에서 공습안이 부결되자 외교적 해결로 돌아섰다.

마이크 로저스(공화·미시간) 하원 정보위원장은 31일 '폭스 뉴스 선데이'에 출연해 "오바마 대통령의 발언은 외교정책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와 이란·북한 핵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오랜 우방국들은 '미국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상의 국가는 아닌 것 같다'는 얘기를 한다"면서 "미국의 외교정책은 자유낙하(free-fall)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나지홍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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