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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韓·日관계' 콘퍼런스] 日 히라이와 슌지 교수 "위안부에 성의 보였다 생각", 韓 신각수 前주일 대사 "피해자 마음 못 얻으면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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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社·니어재단 '韓·日관계 50년과 미래' 콘퍼런스 열어]

위안부문제 양국 국장간 협의, 참석자 모두 "格 높여야" 지적

양국 공동선언 필요성도 나와… 韓·日 경색은 경제에도 악영향

양국 관계개선 10大제안 합의 - 역사·안보 분리 접근에 공감

조선일보와 니어(NEAR)재단이 '한·일 관계 50년과 미래'를 주제로 29일 제주에서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한·일 양국 학자들은 과거사, 영유권 문제 등으로 난마처럼 얽힌 한·일 관계를 풀어낼 묘안을 놓고 머리를 맞댔다.

"日, 신뢰 뒤집지 말아야"

히라이와 슌지(平岩俊司) 간사이가쿠인대 교수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 "일본인들은 성의를 보였다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모자란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얘기해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일본은 '성의를 보였는데 왜 자꾸 족쇄를 채우느냐'고 하지만 피해자의 마음을 얻지 못한 정책은 실패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1990년대 이후 고노·무라야마·간 담화가 잇따라 나오는 등 굉장한 진전이 있었지만 그걸 뒤집는 행위가 되풀이됐다"며 "'성의를 보이라'는 것은 그런 의미"라고 했다. 새로운 걸 하라는 게 아니라 그동안 양국이 어렵게 쌓아온 신뢰를 뒤집어엎는 행위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현재처럼 외교부 국장 협의에 맡기는 데 대해선 양국 학자들 모두 반대했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양국 정부뿐 아니라 피해자까지 3자가 합의의 귀결점을 찾도록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며 "이 작업이 과연 국장급 회의 갖고 되겠는지 회의스럽다"고 했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교수도 "양측이 어디까지 양보할지의 문제를 국장급에서 얘기한다는 건 굉장히 무책임하다"고 했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 도고 가즈히코(東和彦) 전 외무성 조약국장은 "난 개인적으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지지자"라며 "하지만 현 상황에서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 국제사회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A급 전범 도고 시게노리(東茂德)의 손자다.

그는 또 "북방영토(쿠릴 4개 섬)에 대해 일본 정부가 (러시아에) 보여온 일관성에 비교하자면 독도는 훨씬 약한 문제"라고 했다. 가와이 마사히로(河合正弘) 도쿄대 교수도 "일본이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처럼 독도에 전투기·함선을 보내는 일은 없다"며 "한·일 관계는 일·중 관계에 비해 훨씬 조절하기 쉽고 관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조선일보 강효상 편집국장은 "지금이 어긋난 한·일 관계를 복원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기회"라며 "일본 정부가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좀 더 전향적인 조치를 마련한다면 한·일 관계는 한 단계 성숙한 모습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한·일 공동선언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일본 시민단체인 전후(戰後)보상네트워크의 아리미쓰 겐(有光健) 대표는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총리가 한·일 파트너십 선언을 하긴 했지만 실패했다. 지나치게 미래지향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이라며 "이제 양국이 과거사 문제도 중시한 새로운 선언을 만들고 이에 근거해서 위안부 문제 등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콘퍼런스에선 경색된 한·일 관계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한·중·일 3국 간에 형성된 제조업 분업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한국의 피해가 가장 클 것"이라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대일 무역액이 감소하고 일본 관광객이 격감했으며 일본 투자기업들이 한국에 못 들어오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일 학자들 10개 합의안 만들어

세종연구소의 진창수 일본연구센터장은 이날 회의 후 "양국 학자들과의 토론을 거쳐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10대 정책 제안'을 도출했다"며 "일본의 진정성 있는 조치와 특사 교환을 통해 11월 한·일 정상회담 추진을 촉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운도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원은 "역사 문제와 안보 문제는 최대한 분리해서 접근하고, 한반도 통일이 일본에도 축복이 된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했다. 신정화 동서대 교수는 "한·일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부터 시작해 한·일 FTA(자유무역협정) 교섭도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이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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