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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TF인터뷰] '터널 3D' 정유미, 어둠을 뚫고 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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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개봉한 공포영화 '터널3D'의 주인공 정유미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만나 처음으로 스크린 주인공을 맡은 소감을 솔직히 털어놨다./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성지연 기자] "지금 이 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어요."

배우 정유미(31)는 무명시절이 길었다. 지난 2003년 한 편의 광고로 데뷔해 11년 동안 꾸준히 연기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최근이다. 예능프로그램에 이어 일일드라마, 스크린 주연까지. 30대가 되어 비로소 꽃망울을 터뜨린 그는 최근 빡빡한 스케줄이 뿌듯한지 화사한 미소를 보인다.

단역 혹은 주인공의 친구 역을 도맡아 연기했던 배우 정유미. 그가 20일 개봉하는 공포영화 '터널 3D'(감독 박규택, 제작 마당엔터테인먼트, 배급 박수엔터테인먼트)에서 당당히 주인공을 꿰찼다.

영화의 개봉을 앞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있는 카페에서 정유미를 만났다.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네자 "다들 주인공이라고 치켜세우니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울상을 짓는다. 소박하고 건강한 정유미의 성격이 오롯이 묻어나는 그의 말투가 영화 속 그가 맡은 캐릭터완 180도 달랐다.

◆ 정유미의 '터널', 어둠을 지나 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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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개봉한 공포영화 '터널3D'는 국내 최초로 FULL 3D기법을 도입해 제작했다. 청춘남녀 5명이 함께 떠난 여행지에서 우발적인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그로인해 폐쇄된 터널에 들어가며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를 담았다./영화 포스터


20일 개봉한 영화 '터널 3D'는 청춘남녀 5명이 함께 떠난 여행에서 우발적인 사고로 벌어진 살인사건과 그를 통해 폐쇄된 탄광에 들어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정유미는 영화에서 친구의 권유로 여행에 합류한 은주 역을 맡아 연기했다. 5명의 남녀 중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다. 그간 발랄한 성격의 캐릭터를 도맡아 했던 정유미에게 은주라는 인물은 색다른 도전이었다.

"은주는 차분한 느낌을 지나서 음침한 성격을 지녔어요. 그리고 극의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어서 마지막에는 음침한 느낌을 반전으로 이끌어야 하는 카리스마를 보여줘야 하는데 그 수위를 조절하는 게 힘들었어요(웃음).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열심히 촬영했지만, 끝나고 나니까 후회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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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에게 공포영화 '터널3D'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 작품이다./이새롬 기자


정유미와 '터널3D'는 서로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중저가예산 포맷에 FULL 3D로 제작되는 영화는 기획 이후에도 제작비 문제로 크랭크인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장소섭외 등 다양한 부분에서 문제가 많았지만, 주인공으로 러브콜을 받았던 정유미는 다른 작품을 하지 않은 채 영화가 제작되길 묵묵히 기다렸다.

"이번 작품 제작을 맡은 분들이 필마픽쳐스인데 10년 전에 제가 단역으로 출연했던 영화 '인형사'에서 함께 했던 분들이에요. 그래서 서로 의리를 지킨 거 아닐까요(웃음)? 신인배우일 때 만났던 분들을 다시 본다는 반가운 마음이 컸어요. '인형사'에서는 단 몇 초 동안 등장하던 제가 10년 뒤에 같은 제작사가 만드는 영화의 주인공으로 출연한다는 것 또한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기도 하고요."

◆ 정유미가 '터널' 속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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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에게 '바위같은 여자'라는 별명을 붙여준 동갑내기 배우 연우진(가운데)./남윤호 기자


그는 이번 작품을 촬영하며 좋은 동료도 많이 얻었다. 정유미의 속 깊은 성격을 두고 '바위 같은 여자'라는 별명을 붙여준 동갑내기 친구 연우진이 그렇다. 연우진 이야기가 나오자 정유미도 활짝 미소를 보인다.

"바위같이 묵직한 여자라고 말했을 때 조금 당황했어요. 몸무게를 지적하는 줄 알고 뜨끔했잖아요(웃음). 우진이에게 어울리는 별명을 지어주자면 '연선비'라고 할까요? 특기도 난을 치는 거에요. 놀랍지 않아요? 함께 있으면 동갑내기 친구가 아니라 할아버지랑 함께 있는 기분이 들어요(웃음). 하지만 엉뚱한 부분도 많아서 진짜 웃겼어요. 터널에서 촬영을 해야 하는데 머리를 예쁘게 하고 와서 촬영장에서 핀잔을 당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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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3D'를 함께 한 비슷한 연령대의 배우들은 촬영 내내 탄탄한 팀워크를 자랑했다./영화 스틸


정유미는 터널 안에서 이뤄진 촬영이 힘들었다며 툴툴거렸지만, 그간 쌓인 추억이 많았는지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동갑내기 연우진을 시작으로 송재림 타이니지 도희 달샤벳 우희 선배 손병호까지 개성 넘치는 배우들이 함께한 촬영은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손병호 선배님이야 워낙 유쾌하신 분이고 저희 연령대가 다 비슷해서 굉장히 즐거웠어요. 터널에서 이뤄진 촬영이라 이렇다 할 대기실도 없었고 서로 옹기종기 모여서 수다를 떨었죠. 술도 많이 먹었어요(웃음). 힘든 만큼 서로 기운을 북돋아 주기 위해 더욱 '깨방정'을 떨었는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서로를 웃긴거 같아요(웃음). 특히 송재림 씨가 분위기 메이커예요."

◆ 정유미의 오랜 '터널'. 그래도 웃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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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는 영화 '터널3D' 외에도 일일드라마 '엄마의 정원'에 여주인공으로 출연하며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이새롬 기자


정유미는 요즘 스크린과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으로 활동하며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가 여주인공으로 이름을 올린건 최근에서다. 11년간 꾸준히 연기했지만, 주인공이란 자리는 쉽지 않았다. 찬란한 20대를 지나 30대가 되서야 찾아온 자리였다.

"연우진 씨가 그래서 제게 바위같은 사람이란 별명을 지어줬는지도 모르겠어요. 배우생활 초반에 잘 안 풀린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기다림의 시간 동안 주인공이란 이름이 굉장히 귀하다는 걸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거든요. 무언가를 쉽게 얻는다면 그만큼 쉽게 잃게 된다고 생각해요. 단역부터 차근차근 밟았기에 한 작품, 하나의 배역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었죠. 저는 한 번에 큰 사람이 아니에요. 대사가 한 줄씩 늘어났고 출연 분량에 1분씩 늘어났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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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 시절이 길었던 정유미는 배우의 꿈을 꾸는 이들에게 쉽사리 포기하지 않기를 당부하는 응원의 메시지 또한 잊지 않았다./이새롬 기자


차근차근 배우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정유미는 여전히 보여주고 싶은 게 많다고 했다. 단박에 스타가 된 자신이 아니기에 여전히 차근차근 계단을 올라가는 중이라며 활짝 웃는 그가 행복해 보였다.

"저처럼 오랜 시간 무명으로 계신 혹은 배우의 꿈을 어렵사리 키우는 연기를 사랑하는 모든 분이 쉽사리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묵묵히 꾸준히 제 길을 걷다보면 언젠가는 터널을 지나 빛이 보이지 않을까요. 더불어 지금까지 포기하지않고 소처럼 묵묵하게 일해온 저 스스로에게도 수고했다고 토닥여 주고 싶어요(웃음). 수고했어.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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