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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컴퓨터가 프로기사 이기기는 쉽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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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바둑속 수학’ 연구하는 이병두 교수

“인공지능이 꺾은 체스와 달리

바둑은 경우의 수 훨씬 많지만

인간 능가할 기법 없는 건 아냐”

컴퓨터 전문가지만 바둑에 빠져

실력은 아마추어 1, 2단 정도

“바둑학과 취업길 좁아 안타까워”


지난 수십년간 바둑 관련 인공지능이 개발됐지만 프로기사를 능가할 만한 성과는 없었다. 반면 체스의 경우 1997년 슈퍼컴퓨터가 체스 세계챔피언을 꺾은 바 있다. 이 교수는 “체스와 달리 바둑은 경우의 수가 훨씬 많기도 하지만 컴퓨터바둑의 가장 큰 약점은 패의 값어치와 축에 대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로기사들은 패의 크기를 경험적으로 알지만 컴퓨터는 정확히 알기 어렵고, 축이 발생했을 경우 축머리를 이용한 다양한 수법 등을 모두 계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컴퓨터바둑이 인간을 능가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이론이 아닌 새 이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 기법을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또 바둑이 향후 연구해야 할 대상이라는 사실에 강의에 참석한 수학자들이 공감했다고 전했다. “바둑과 수학이 직접 연관관계가 있냐고 물으면 답변하기 어렵지만 수학과 바둑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바둑은 무궁무진한 연구과제이지만 연구 결과는 바둑 외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 프린스턴대학의 수학교수인 존 호턴 콘웨이 교수는 학생들이 교정에서 바둑을 두는 것을 목격하고 조합게임이론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이론은 바둑이 아니라 경제·사회·전쟁 등에 상당한 영향을 갖게 됐다. 비용이 적게 들고 프로 기사들을 통해 쉽게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바둑이 연구 대상으로 매력적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병두 교수의 이력은 특이하다. 그는 바둑 전문가로 학문에 접근한 것이 아니라 컴퓨터 전문가로서 바둑에 접근했다. 바둑 실력은 아마 1, 2단 정도라고 이 교수는 밝혔다. 건설회사에 입사한 뒤 설계회사 컴퓨터 지원업무를 거쳐 신문 데이타베이스(KINDS) 개발에 참여했으며, 컴퓨터와 관련된 인공지능·데이터베이스·프로그래밍언어·통계학 등의 강의를 해왔다. 뉴질랜드 유학 중 인공지능과 바둑에 대한 박사학위를 얻었고, 2009년부터 전남 영암에 있는 세한대와 인연을 맺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바둑학과를 두고 있는 곳은 서울의 명지대와 세한대뿐이며, 세한대 생활체육학과 60여명 중에 10여명이 바둑을 전공하고 있다. 명지대의 경우 인문사회예능을 중심으로 바둑을 가르치는 반면 세한대는 좀더 스포츠를 중심에 두고 있다. 바둑역사와 바둑기술론, 용어, 통계 등과 함께 스포츠 관련 과목이 절반을 차지한다. 물론 졸입 뒤에는 생활체육 2급 지도자 자격증이 주어진다.

이 교수는 학교와 바둑도장의 차이점에 대해 “도장은 기술을 전수해 프로기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지만,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은 이미 프로기사가 될 가능성이 적다”며 “새 학과가 모두 그렇듯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졸업생들은 방과후 학교 강사로 취직하거나 유럽 등 외국으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졸업 이후 취업·진로가 적은 것은 안타까워했다.

이찬영 기자 lcy100@hani.co.kr

사진 한국기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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