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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잊을만하면 고개드는 '해저터널'…실현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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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조원대 천문학적 재원 마련 어렵고, 지자체간 이해관계 복잡

신공항 후보지 탈락 우려, 제주도 'JTX'에 싸늘…건설사도 투자보다 시공 관심

(세종=뉴스1) 진희정 기자,임해중 기자 = 한동안 잠잠하던 목포와 제주를 연결하는 해저터널 건설 이슈가 또 다시 불거졌다. 지난 2007년 박준영 전남지사와 김태환 제주지사가 전남~제주간 해저터널 건설을 위한 대정부 공동 건의문을 발표한 이후 잊을만 하면 한 번씩 회자되고 있지만 정작 실현 가능성은 부정적이다.

특히 해당 지자체인 제주도의 여론도 싸늘하다. 신공항 후보지 중의 한 곳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저터널이 국책사업에 포함될 경우 후보지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0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남 목포에서 해남, 보길도, 추자도를 거쳐 제주도를 잇는 171㎞ 길이의 해저터널 건설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 해저터널을 통해 서울에서 제주까지 KTX를 타고 2시간 28분만에 갈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사 중에는 포스코건설이 관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주 해저터널의 실체는 전남도의 건의안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말 확정할 예정인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 기본계획에 '목포-제주간 해저터널' 프로젝트를 포함시킬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지만, 포스코건설 참여 등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조무영 국토부 철도정책과장은 "3차 국가철도망 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전국 지자체들로부터 민원성 건의가 올라오고 있다"며 "전남에서 기본계획 수립에 제주와 연결하는 KTX를 놓아달라는 건의가 있었지만 포스코건설을 앞세운 의견개진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일·한~중·제주~목포 해저터널은 잊을만 하면 터지는 가십 수준의 이슈다.

한국과 중국이 공동으로 구상하고 있는 한·중 해저터널의 경우 추진 소식이 나올 때마다 관련기업들의 주가만 급등시킬뿐 전혀 진척이 없다. 한·중 해저터널은 충청도와 경기도, 인천광역시 등이 노선 유치를 제안하고 있으며 인천~웨이하이(341㎞), 화성~웨이하이(373㎞), 평택~웨이하이(386㎞) 등의 구간 건설이 거론되고 있다.

부산발전연구원도 2009년 초 부산~쓰시마~후쿠오카(222.6㎞)를 연결하는 한일 해저터널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이처럼 각 지자체에서 저마다 해저터널 건설 청사진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천문학적인 재원을 마련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데다 노선이 지나가는 지자체들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어서다. 국내 기업들도 사업계획이 구체화될 경우 시공참여를 검토해볼 수 있다는 정도의 관심만 보이고 있다. 국책사업은 물론 민간제안 방식의 해저 고속철도 건설 역시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업비만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 해저터널 건설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 이후 한국과 중국의 협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듯 보이지만 구상에 불과하다. 재정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박근혜정부가 초대형 프로젝트를 직접 추진하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고, 민간투자 제안도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는 10조원이 넘는 사업에 돈을 댈 투자자를 구하기는 쉽지 않다.

목포∼제주간 해저 고속철도 계획의 경우 전남도 요청에 따라 3차 철도망 구축계획 반영하는 것을 검토 중이지만 포함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난 2010년 교통개발연구원의 연구를 통해 이 사업에 대한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결과가 이미 나온데다 신공항 건설을 원하는 제주도민의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아서다.

박용석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목포∼제주간 해저 고속철도는 16조원이 넘는 사업비와 안정성 문제, 신공항과 연계된 지자체들의 이견으로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면서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이 계획이 국책사업에 포함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연구위원은 "한·중 해저터널은 북한으로 분리된 한국과 중국을 철도로 직접 연결하겠다는 계획인데 투자 대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라며 "북한을 통과하는 경의선이 이미 있는데다 통일이 될 경우 한·중 해저터널의 존재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에 장밋빛 언급 정도에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역시 해저 고속철도 건설의 실현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민간제안 방식이 언급되고 있지만 건설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만한 메리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목포∼제주간 해저 고속철도 건설의 경우 올 초 중국업체인 보리북방실업투자회사가 투자계획을 내놓으며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에 참여를 제안했지만 이들 건설기업들은 모두 사업 검토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단순 시공참여를 제안했던 중국업체가 공동투자로 말을 바꾸자 건설사들이 바로 발을 뺐다"며 "언제 시작될지도 모르는 계획을 믿고 직접 투자에 나서는 기업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사업계획이 구체화된 뒤 단순시공 참여 정도는 검토할 수 있겠지만 민간이 주도적으로 해저 고속철도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해저 고속철도와 관련된 수요분석을 해봐야 알겠지만 수십조 원이 넘는 투자금액에 비해 그만큼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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