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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31 (금)

고우석 극적 드라마냐 LG 유턴이냐… 마지막 기회 얻었다, 이미 미국서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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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리그 최고 마무리에서 마이너리거를 전전하는 신세로 전락해 자존심을 구긴 고우석(27·마이애미)이 마지막 기회를 얻었다. 마이애미의 스프링트레이닝에 초청 선수로 참가해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 진입을 위한 경쟁을 벌인다. 물론 바늘구멍이기는 하지만, 아예 경쟁의 기회조차 없는 것보다는 낫다. 스프링트레이닝에서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고우석도 이를 다짐하며 미국에서 착실히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마이애미 말린스는 28일(한국시간) 스프링트레이닝 초청 선수 24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이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계약이 되어 있지는 않지만, 스프링트레이닝에 참가해 다른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할 기회를 얻는다. 우완 7명, 좌완 6명, 포수 3명, 내야수 3명, 외야수 5명 등 총 24명이 포함됐는데 고우석도 이 명단에 포함됐다.

현재 고우석은 마이애미의 40인 명단에 들어 있지 않은 신분이다. 이 때문에 초청 선수로 이번 스프링트레이닝에 참가할 수 있느냐가 굉장히 중요했다. 만약 이 무대에 초청된다면 메이저리그 코칭스태프 앞에서 자신이 갈고 닦은 기량을 보여줄 기회를 얻지만, 그렇지 않다면 마이너리그 캠프에서 다시 시즌을 시작해야 했기 때문이다. 마이너리그 코칭스태프도 리포트를 작성해 올리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메이저리그 코칭스태프가 눈으로 직접 보는 것과는 다르다. 일단 고우석은 경쟁의 기회 자체는 얻었다.

스프링트레이닝은 2월 중순 시작한다. 투·포수가 먼저 합류한다. 이후 야수들이 합류해 완전체를 만든 뒤 곧바로 시범경기 일정에 돌입한다. 고우석은 일단 훈련 기간 중 코칭스태프에 좋은 인상을 남길 필요가 있다. 지난해 트레이드로 마이애미 유니폼을 입기는 했지만 메이저리그 무대에는 올라가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코칭스태프로서는 고우석이 미지의 선수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강한 인상을 남기면 시범경기 초반에는 등판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는 매일이 생존 경쟁이다. 계속 잘 던지면 시범경기 막판까지 기회가 주어지고, 개막 엔트리에 들어갈 수 있는 실낱 같은 희망이 생긴다. 반대로 초반에 무너지면 시범경기 일정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컷오프’돼 마이너리그 캠프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개막 엔트리 등록은 좌절된다고 봐야 한다. 또 얼마나 긴 마이너리그 생활이 이어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고우석으로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훈련 기간 자신의 구위를 되찾았음을 알린 뒤, 시범경기에서 등판마다 좋은 모습, 혹은 더 나아지는 모습으로 끝까지 컷오프를 면하는 것이다. 그래야 개막 엔트리에 들어갈 확률이 생긴다. 설사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때의 인상이 추후 메이저리그 로스터의 결원 발생시 고우석의 콜업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우석은 40인 로스터에 없는 선수이기 때문에 고우석을 메이저리그에 등록하려면 기존 40인 로스터 선수 중 하나를 빼야 한다. 그만큼 행정적으로도 복잡하기 때문에 고우석은 확신 이상의 뭔가를 쌓을 필요가 있다.

초청 선수가 개막 엔트리에 들어가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이미 메이저리그 로스터에는 경기력과 관계없이 자신의 자리가 있는 선수들이 상당히 많고, 사실상 1~2자리를 놓고 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초청 선수는 40인 로스터에 등록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고우석의 경우는 2025년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 또한 마이애미는 고려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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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다만 이번 초청 선수 명단 합류에서 마이애미가 고우석에 거는 기대치는 엿볼 수 있다. 고우석은 지난해 175만 달러(약 25억4000만 원)를 보장 받았고, 올해 보장 연봉은 225만 달러(약 32억6000만 원)다. 마이애미는 고우석이 메이저리그에 올라오든, 그렇지 않든 225만 달러는 다 지불해야 한다. 어차피 보장 계약 기간의 마지막이기도 하고, 그럴 바에는 상황이 되면 한 번쯤 메이저리그에 올려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고우석이 그럴 만한 선수인지를 판단하는 사실상 마지막 무대가 이번 스프링트레이닝이 될 수 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였던 고우석은 2023년 시즌 성적이 썩 좋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한 메이저리그 도전을 택했다. 1년 뒤 완전한 FA 자격을 얻고 나올 수도 있었지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도전하기를 원했다. 소속팀 LG의 허가를 받은 고우석은 포스팅 마감 시한을 앞두고 극적으로 샌디에이고와 2년 보장 450만 달러, 2026년 옵션이 포함된 계약에 서명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꼬인 측면이 있었다. 계약이 늦어지면서 시간이 소요됐고, 설상가상으로 비자 발급이 늦어지면서 스프링트레이닝 출발 직전에야 미국으로 건너갈 수 있었다. 당시 소속팀 샌디에이고는 시즌 개막전을 서울에서 치를 예정이라 남들보다 스프링트레이닝 시작이 더 빨랐다. 모든 게 악재였다. 결국 고우석은 캠프에서 자신의 기량을 다 보여주지 못했고, 이는 개막 엔트리 탈락 및 마이너리그행으로 이어졌다.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을 일찌감치 포기한 끝에 루이스 아라에스가 포함된 트레이드 당시 고우석을 마이애미로 넘겼다. 당시 샌디에이고가 고우석의 연봉을 치워버리는 의도가 있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시즌 준비부터 꼬인 고우석은 자신의 원래 구속을 찾지 못했다. 게다가 서부에서 동부로 이적했고, 더블A부터 트리플A까지 환경이 정착되지 못한 탓에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고우석은 마이애미 이적 후에도 트리플A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남기지 못해 메이저리그 승격에 실패했다. 마이애미는 고우석의 연봉을 모두 부담하고 있었지만, 콜업의 당위성을 줄 만한 성적을 내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마이애미 지역 언론에서는 “마이애미는 고우석이 메이저리그에서 뛸 레벨이 아니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나와 가뜩이나 위축된 고우석의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일단 몸 상태가 좋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고우석은 이미 출국해 미국에서 몸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우석의 스프링트레이닝 초청 선수 명단 합류는 28일 공식 발표됐지만, 이미 그전에 고우석 측에 사전 통보가 됐을 가능성도 있다. 최소 20일 이상 현지에서 차분하게 몸을 만들고 준비할 시간이 있었던 만큼 최상의 몸 상태에서 캠프에 합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몸 상태에 대한 핑계도 댈 수 없다. 전력 질주로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물론 26인 로스터 진입이 어렵기는 하지만, 마이애미는 여전히 리빌딩 중인 팀이며 시즌 중 트레이드 등에도 열려 있는 팀이다. 언제 결원이 생길지 모른다. 아예 로스터가 결정되어 있다시피한 강호들보다는 훨씬 승격 가능성이 높은 팀이다. 고우석이 하기 나름인 셈이다.

스프링트레이닝에서 좋은 활약을 한다면 설사 개막 엔트리에 진입하지 못한다 해도 연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을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다면 올해 전망은 어두워지고, 올해 반등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메이저리그 경력을 마친 채 쓸쓸하게 국내로 돌아와야 한다. 고우석은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진출했기 때문에 KBO리그 복귀시에는 반드시 원 소속팀인 LG로 돌아가야 한다. LG도 고우석의 행보를 눈여겨보고 있는 가운데 후회 없는 캠프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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