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 선수들은 라커룸이 없는데도 당연하게 화장실이나 천막 아래에 들어가 그냥 옷을 갈아입는다. 이게 미국이면 큰일 나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각종 대회 중 선수들이 화장실, 버스나 천막 아래 들어가 유니폼을 갈아입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우리나라 여자축구 간판 지소연(시애틀 레인)이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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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자프로축구(NWSL) 2024시즌을 마친 지소연은 “우리 같은 ‘천막 탈의’는 외국이라면 난리가 날 일인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선수들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며 “항상 그래왔으니 그러는 거라지만 이제 바뀔 때다. 이런 이야기를해도 당장 뭐가 바뀌지 않는다. 그래도 어린 친구들에게는 지금보다 좋은 환경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에선 열악한 시설과 부실 운영이 드러났다. 전국 61개 팀이 참여한 이 대회는 국내 여자축구대회 중 최대 규모이지만, 폭염 속 경남 창녕스포츠파크에서 진행된 올해 대회에서는 여러 필수 시설이 부족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탈의실이나 라커룸이 없어 선수들은 천막 아래에서 가림막도 없이 옷을 갈아입었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도 홈페이지에 ‘폭염 속 최대 규모 대회에 나선 여자 선수들, 사람들이 있는 데서 옷 갈아입어야’라는 제목의 글로 열악한 여자 축구 현실을 전했다.
지소연은 남자축구를 책임지는 이근호 회장과 공동회장 신분으로 선수협을 이끄는 중이다. 2011년 고베 아이낙(일본)에 입단, 국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지소연은 첼시(잉글랜드)를 거쳐 2022년 수원FC 위민에 합류해 국내 여자 실업축구 WK리그도 경험했다. 올해 시애틀 레인으로 이적해 세계 최고 리그라는 미국 무대에도 진출했다.
지소연은 “목소리를 내서 욕을 먹는 건 당연한 거다. 이제는 정말로 현실을 깨달을 때가 됐다”며 “WK리그와 잉글랜드 여자 슈퍼리그(WSL)가 비슷한 시기에 출범한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지금은 천양지차”라고 말했다.
지소연은 이어 “결코 남자랑 돈을 똑같이 달라는 게 아니다. 그게 욕심인 건 나도 안다”며 “리그든, 대표팀이든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틀은 갖춰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밖에서 보니까 느끼는 게 더 많다. 다른 나라는 빠르게 발전하는데 우리만 그대로인 게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지소연은 “변화 시기를 놓친 건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도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선수협 등이 노력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다들 여자축구가 ‘안 될 사업’이라 하지만 ‘해볼 만한 사업’으로 인식을 바꾸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소연은 끝으로 “다들 여자축구에 너무 관심이 없는 게 근본적 문제다.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런 인식 자체부터 바꾸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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