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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구자욱·김영웅·디아즈 대포… 포효한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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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1차전 LG에 10대4

삼성 투수들 어깨는 싱싱했다. 대포는 활활 타올랐다. 정규 리그 2위, 팀 최다 홈런(185개) 관록을 보여줬다. 그들은 14일을 쉬고 첫 포스트시즌 경기를 맞았다. 반면 KT와 악전고투 5차전을 치르고 하루만 쉰 LG 선수들은 몸이 무거워 보였다.

삼성은 1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 야구 2024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2002년 한국시리즈(당시 삼성 우승) 이후 22년 만에 가을 야구에서 만난 LG를 10대4로 눌렀다. 2015년 10월 26일 두산과 벌인 한국시리즈 1차전 승리 이후 3275일 만에 가을 야구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역대 5전 3선승제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간 것은 33번 중 25번. 75.8% 확률이다. 삼성은 타석에서 구자욱과 김영웅, 르윈 디아즈 홈런 등 14안타를 쏟아부었고, 마운드에선 선발 대니 레예스가 6과 3분의 2이닝 4피안타 3실점(1자책)으로 승리를 따냈다. LG는 최원태가 3이닝 5실점으로 포스트시즌에 약한 징크스를 극복하지 못했다. 키움 시절 초함, 역대 포스트시즌 17경기 2패 평균자책점 11.16이다. 14일 오후 6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릴 2차전 선발 투수는 원태인(삼성)과 디트릭 엔스(LG)다.

조선일보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김영재


경기 MVP에는 3점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 3득점 3타점 1볼넷 활약을 펼친 삼성 주장 구자욱(31)이 선정됐다. 그는 MVP에 뽑히고도 구토와 어지럼 증상 때문에 경기 후 병원으로 향했다. 수액을 맞고 퇴원해 2차전 출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진만 감독은 “요즘 분위기 메이커였는데 컨디션이 안 좋은지 게임 중 표정이 좋지 않았다. 몸이 아픈데도 잘하는 걸 보니 역시 주장답다”고 말했다.

구자욱에게 이날 승리는 각별했다. 2015년 프로 데뷔 후 처음 맛본 포스트시즌 승리. 그는 신인왕을 차지한 2015년 첫 포스트시즌에 나섰으나 1차전(삼성 9대8승)을 뛰지 못했다. 2차전부터 나왔으나 내리 4연패. 2021년엔 6년 만에 가을 야구(플레이오프)를 치렀으나 두산에 2연패했다. 개인적으로 포스트시즌 6연패 중이었다.

삼성은 이날 1회말 윤정빈의 2루타와 구자욱의 내야안타, 그리고 디아즈의 외야 희생플라이로 1점을 먼저 뽑았다. 1-0. 이건 예고편에 지나지 않았다. 본편은 3회말 무사 1·3루에서 구자욱이 장식했다. 그는 LG 최원태가 던진 3구째 시속 138㎞ 컷패스트볼이 한가운데 약간 높게 들어오자 경쾌하게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홈런을 직감한 삼성 팬들 함성이 거센 파도처럼 몰아쳤다. 4-0.

이 한 방으로 다른 삼성 타자들도 큰 경기 승부가 주는 부담감을 털어내고 방망이를 자신 있게 돌리기 시작했다. 4회엔 젊은 홈런 타자(정규 시즌 28개) 김영웅이 담장까지 거리(99m)가 짧은 오른쪽 너머로 105m짜리 솔로 홈런을 터뜨렸고, 5회엔 디아즈가 구자욱의 볼넷에 이어 120m짜리 2점 대포를 뿜어냈다. 삼성은 5회 강민호를 마지막으로 선발 타자 전원이 안타를 때렸다. 2011~2014년 삼성이 4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했을 때 옛 홈구장 대구시민야구장에 울려 퍼졌던 응원가 엘도라도의 웅장한 가락이 5회 울려 퍼졌다.

마냥 순탄했던 건 아니다. 6회까지 마운드를 듬직하게 지켰던 레예스가 안타 2개를 내주며 2사 1·3루에서 물러난 7회초. 삼성은 두 번째 투수 송은범이 타구에 팔을 맞는 부상 속에 안타를 내주며 흔들렸다. 홍창기의 평범한 땅볼 타구 때 1루수 디아즈가 느슨하게 처리하다 실책을 범하며 2점을 헌납했다. 이어 신민재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7-4로 쫓기자 삼성은 김윤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김윤수는 계속된 2사 1·2루에서 LG 오스틴에게 시속 155㎞ 직구를 꽂아 3구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불을 껐다. 삼성은 7·8회 무사 1·2루에서 번트로 득점 확률을 높인 뒤 희생플라이와 상대 폭투 2개로 3점을 보태 6점 차로 달아나 승세를 굳혔다.

염경엽 LG 감독은 “선발 싸움에서 밀려 어려운 경기를 했다”며 “타선이 아직 살아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3번을 이기느냐가 중요하다. 2차전에서 엔스의 호투에 기대를 걸겠다”고 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처음 가을 야구를 경험하는 사령탑답지 않게 용병술이 돋보였다. 특히 2번으로 내세운 윤정빈이 이날 4타수 3안타 3득점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기회마다 과감한 작전 야구를 펼쳐 득점 확률을 높였고, 적절한 투수 교체는 LG 타선 리듬을 끊었다. 삼성은 3루수 김영웅과 유격수 이재현을 비롯한 야수들 호수비가 나오면서 고비를 헤쳐나갔다. 박 감독은 “공수에서 젊은 선수들이 서로 독려하면서 여유 있게 플레이했다. 경기 감각이 떨어졌을까 봐 나만 걱정한 것 같다”고 했다.

[대구=강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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