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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윔블던 테니스 대회도 ‘AI 심판’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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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선심 없애고 ‘호크아이’ 작동

조선일보

2022년 7월 6일 영국 런던 남서부 윔블던의 올잉글랜드 테니스 클럽에서 열린 2022 윔블던 챔피언십 열흘째 남자 단식 8강전 호주 닉 키르기오스와 칠레 크리스티안 가린의 테니스 경기에서 선심들이 코트를 응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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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중시해 온 윔블던도 결국 AI(인공지능)란 조류를 따라간다. AP통신 등은 윔블던 테니스 대회를 개최하는 올잉글랜드 클럽이 내년부터 선심을 없애고 전자 라인 판정을 시행한다고 10일 보도했다. 2000년 등장한 판독 시스템 ‘호크 아이(Hawk-Eye)’로 판정을 대신하겠다는 것이다. 호크 아이는 경기장 곳곳에 설치한 카메라로 공의 궤적을 입체적으로 재구성해 정확한 낙구 지점을 찾아낸다. 2000년대 중반부터 선수들이 판정에 이의를 제기할 때 이 기술을 활용했다. 올잉글랜드 클럽 측은 “판정 정확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인성


테니스 4대 메이저 대회 중 호주 오픈(2021년)과 US 오픈(2022년)은 이미 선심을 없앴다. 당시 코로나19 유행으로 경기장에서 접촉하는 인원을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이 영향을 미쳤다. US 오픈은 이미 2006년부터 선수들이 세트당 세 번씩 전자 판독을 신청할 수 있는 챌린지 제도를 운영, ‘AI 선심’ 활용을 위한 준비는 끝난 상태였다. 1877년 창설된 윔블던은 지난 7월 열렸던 올해 대회에서도 아웃과 폴트 등을 판정하는 ‘인간’ 선심 제도를 고수했다. 대회 때마다 300여 명 선심이 등급에 따라 일당 40~180파운드를 받고 코트 주변에서 육성으로 판정을 내렸다. 비디오 판독은 있긴 했지만 제한적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이 전통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영국 테니스 심판협회는 “예상하긴 했지만 윔블던 전통 가운데 하나가 끝나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BBC는 “주심도 언제까지 남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인간 선심이 남은 메이저 대회는 이제 클레이(구운 흙을 분쇄한 것) 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 오픈뿐이다. 프랑스 오픈은 경기장에 전자 판독 장치가 설치되어 있기는 한데, TV 중계 등에 참고용으로만 쓴다. 하지만 주심이 종종 오심을 내리는 광경이 중계 화면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AI 심판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축구와 농구, 야구 등 다른 종목에서도 첨단 기술을 활용해 판정 공정성을 높이려는 시도는 계속 확산하는 추세다. FIFA(국제축구연맹) 주관 대회와 세계 주요 프로 리그에선 VAR(비디오 보조 심판) 시스템으로 오프사이드, 핸드볼 등 다양한 파울과 거친 반칙 행위를 잡아내고 있다. FIBA(국제농구연맹)나 NBA(미 프로농구)에서도 현장 화면을 판정에 폭넓게 활용한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홈런이나 아웃-세이프 여부 등을 가리는 기존 비디오 판독에서 나아가 올해부터는 기계로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하는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남자 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에서도 내년부터는 전자 판독이 선심을 대체할 예정이다.

[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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