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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이슈 스타와의 인터뷰

'백설공주에게' 김보라 "결혼 후 대나무숲 생긴 기분…나를 바꾸게 했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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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 김보라 / 사진=눈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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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백설공주' 이후로 현장에 임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숫기도 없고 사람들 만나는 게 어려웠죠. 사회생활을 잘 못하는 편이었다면 '백설공주' 이후로 '편하게 해도 되는구나'를 느끼고 어떤 모임을 나가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사라졌어요. 그래서 저한테는 긍정적으로 변하게 한 작품이지 않을까요."

배우 김보라는 MBC 금토드라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극본 서주연·연출 변영주)이 자신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았는지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MBTI 앞글자가 'I'이지만 결혼과 작품 이후로 모임을 주선하는 사람이 됐다며 변화된 모습을 이야기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은 시신이 발견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살인 전과자가 된 청년이 10년 후 그날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담은 역추적 범죄 스릴러 드라마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히트 소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한국의 실정에 맞게 각색해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김보라는 극 중 자유분방하면서 외지인으로서 마을 사람들에 대한 관찰과 의심을 이어가는 하설을 연기했다. 그는 "하설은 대학교를 다니면서 대학 안에서 부당한 사건을 겪고,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다. 그런 면에서 하설이는 학교를 잠시 중단하고 '이런 부당한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게 맞는 걸까' 생각하는 중에 무천마을에 들어간다. 자유분방한 성격도 있고,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고 남들 말에 휩쓸리지 않는 성격을 기억한 채로 연기를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설은 극이 진행될수록 마을에서 일어난 사건의 진실에 점점 가까워지는 인물이다. 김보라는 "처음에는 여기저기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했는데 깊이 보면 볼수록 '그럴 수 있을 것 같은데?' 했다. 이 친구는 캥길 것도 없고 위협을 받을 것도 없어서 언제든지 마을을 뜨려면 뜰 수 있으니까 대담하지 않았을까"라고 분석했다.

그런 하설의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며 "흔들림없이 꿋꿋하게 자기 걸 찾아가는 과정에서 참새처럼 이리 날아갔다 저리 날아갔다 하는 게 귀여워서 하게 됐다. 예전에는 이런 역할을 해본 적 없었다. 그전에는 딥한 역할을 많이 못해봐서 더 하고 싶었다. 감사하게도 먼저 제안을 해주셔서 대본도 보고 미팅도 가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무천마을을 방문한 제3자로서 중립을 지켜야 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대본을 엄청 꼼꼼히는 안 봤다. 앞에 상황들을 읽고 바로 넘어갔고, 알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하설이는 궁금증이 많고 물음표 살인마이기도 하고 중립을 지켜야 하는 친구다. 제가 너무 많이 알고 가면 현장에서 저분의 호흡이 왜 저런지 알고 가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디테일한 걸 안 보고 갔다"고 설명했다.

김보라는 자신과 하설이 비슷한 면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잘 참는 성격이다. 하설과 비슷한 점은 모두와 잘 지내는 거다. 연령대 상관없이 모두와 잘 지내는 성격이랑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자유분방한 성격이 잘 맞는 것 같다. 생각보다 조금 직설적인 편이다. 사랑하는 사람한테는 잘 말을 못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어 첫 드라마 연출을 맡게 된 변영주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 "편하게 해주셔서 현장에 계신 배우나 스태프들이 어려움없이 했다. 그래서 하설의 성격이 잘 드러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께서는 현장에서 늘어지는 게 없이 촬영을 했다. 놀랐던 점은 명확하고 헷갈리지 않게 잘 설명을 해주신 거다. 서로가 확신이 들면 테이크를 안 가고 확실한 분이신 것 같다. 그분의 성격이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동료 배우들의 반응도 기억에 남는다며 "방송 중에는 다들 기분이 좋아보이는 게 텍스트에서도 느껴졌다. 인스타그램 재밌게 하는 걸 보고 '같이 하신 분들도 기분이 좋으시구나'를 느꼈다. 단톡방도 더 활발해졌다. 원래도 활발했는데 다른 의미로 활발해진 것 같다. 전에는 '날씨 좋다' 이 정도였다면 이제 드라마 이야기를 한다. 하설이가 유일하게 외지인이었기 때문에 모두와 접점이 있는 인물이긴 한데, 큰 상황에서는 빠져있지 않나. 저도 몰랐던 현장의 비하인드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서 단톡방이 좋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첫 미팅 때는 말수가 없어서 다들 걱정했는데 제 성격을 알게 되면서 '너 하설이었네' 하시더라. 단톡방에서 '보라는 연기 안 했네' 하셨다"며 웃었다. 또한 "현장에서 서로 호흡이 잘 맞았다. 감독님이 저를 믿어주셨고, 촬영이 잘 진행돼 좋아해주시지 않았을까"라며 "고준 선배도 감사하게 예뻐해주셨다. 현장에서 저를 조카 보듯이 봐주셔서 좋았다. 그것에 힘을 얻고 촬영했고, 변요한 오빠도 편하게 해주셨다. 불편 없이 촬영했다. 모든 배우들과 이런 상태였던 것 같다. 그래서 '보라 연기 안 했네' 그런 말을 해준 게 아닌가 싶다. 그만큼 편했다"고 말했다.

하설이 고정우(변요한)를 다시 만나게 되는 결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면 현실적인 결말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기분 좋은 결말인 것 같다. 이건 제 생각이다. 엔딩 신을 찍을 때 기분이 좋았어서다. 뭔가 이걸 더해서 2기까지 나오면 자연스럽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백설공주에게 죽음을-Black Out'은 '괴기맨숀'을 연출한 조바른 감독과 지난 6월 결혼한 후 공개된 첫 작품이었다. 김보라는 결혼 후 달라진 점에 대해 "뭔가 대나무숲이 생긴 기분이다. 저는 원래 성격이 말을 잘 안한다. 일하면서 힘든 점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얘기를 잘 안 하는 스타일인데, 결혼을 하고 나서는 같은 분야에 있는 사람이다 보니까 조금씩은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솔직하게 말하는 걸 배웠지 않았나. 그런 점이 달라진 것 같다"고 답했다.

또한 남편 조바른 감독이 조언해 준 게 있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준 건 없었다. 저는 연기를 중심으로 본다면, 남편은 스토리를 더 중심적으로 보다 보니까 다른 것 같다. '보라 나중에 이런 것 해도 어울리겠다' 이런 얘기는 해줬다"고 밝혔다. 앞으로 남편 작품에도 출연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열려 있다"며 "아직까지는 디테일한 이야기를 해본 적 없다. 아내라는 특별함 때문에 다른 분들의 기회를 뺏어갈 수 있는 거다 보니까 저도 공정하고 공평하게 하는 게 베스트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평소 그림과 사진을 좋아한다는 김보라는 "사진을 좋아하는데 전문가처럼 좋아하진 않는다. 21살 때 필름카메라를 샀는데 계속 그것만 쓰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아는 분을 통해서 지난달에 암실에 가서 스캔을 해봤는데 그게 너무 재밌었다. 늦게까지 했는데 내가 이걸 좋아하는구나 깨닫고 나서는 사진 찍으러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열심히 사진을 공부해야겠다"며 "저는 사진 찍히는 것보다 찍는 게 재밌다. 사실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아직도 부끄럽고 아직까지도 제작발표회 설 때 어색하더라"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김보라는 "저는 연예계 친구들보다 비연예인 친구들이 더 많다. 초등학생 때부터 친구가 딱 2명이 있는데 제 시점도 이들을 바라본다. 동창들이 결혼을 일찍 해서 저한테도 (결혼을 일찍 하는 게) 자연스러운 거다. 어떻게 보면 직업과 별개로 산다. 나는 나고, 이런 게 사실 어릴 때부터 그랬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KBS2 '웨딩'에서 장나라 아역으로 데뷔해 아역배우 시절을 거쳐 성인 연기자로 거듭나기까지 지쳤던 순간도 있었다. 김보라는 "지쳤을 때는 '누구나 이런 시기가 온다' 이런 생각을 했다. 처음으로 막막하다는 생각을 했다. 단편영화도 오디션 다 떨어졌을 때다. 지쳤을 때는 '차라리 내가 20대라서 다행이다' 이런 생각을 했다. '20대에는 지쳐도 되지 않을까' 이렇게 살았다"며 "(연기는) 10살 때부터 엄마에 의해 시작한 거다 보니까 이 일이 뭔지를 모르는 상태로 시작했다. 20살 때까지 그렇게 했다. 저는 학교에서 친구들 하고 노는 게 재밌었고 남들 10대랑 똑같았다. 그러다 보니까 이런 생각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일과 분리된 것 같다"고 밝혔다.

어느덧 20년 차 배우가 됐고,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서울드라마어워즈 2024'에서 시상자로도 섰지만, 김보라는 여전히 겸손하다. 그는 "대상에 대한 욕심은 없다. 드라마어워즈 때 참석은 했는데 '많은 20대 여자 연예인들 사이에서 왜 나를 불러주셨지?' 이런 생각이었다. 시상을 한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며 "유명한 연예인들 사이에서 언급이 되는 것도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예전부터 그랬다. 오디션에 가는 것도 감사한 일이고 내가 붙으면 '감사하고 열심히 해야겠다' 이런 심플함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자연스럽게 은퇴할 때까지는 해보고 싶다. 중간에도 할 수 있는 거고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지만 결말이 올 때까지는 최대한 해보고 싶다"며 "지향하는 건 없고 이왕 연기를 선택을 했고, 나를 선택해 주신 분들과 선후배, 동료들을 위해서라도 잘 하자는 생각 밖에 없다. 나는 운이 좋은 걸까. 언급이 되는 게 신기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아직 안 해본 게 너무 많고 비중 상관없이 내가 해보지 못한 것, 해봤다고 해도 상관없긴 하다. '다시 하라고 하면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문득 그런 부담감이 온다. 내가 지금 하설이 연기를 시키면 자유분방하게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더라"라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김보라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올해는 좀 더 표현하면서 살자'다. 제가 무심하고 무뚝뚝해서다. 두 번째는 '더 자유롭게 살자'다. 자유롭게 살다가는 사고가 날 것 같아서 조심스럽긴 하다. 차기작이 들어온다면 '이전보다 더 열심히 꼼꼼하게 해보자. 스스로를 더 체크해보자'"라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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