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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왕조 도전" 외치다 3위는 성공일까 실패일까…디펜딩챔프 LG, '6년 연속 가을' 뒤에 드러난 숙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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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디펜딩챔피언 LG가 3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지난해 우승 후 왕조 건설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외쳤던 LG는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분명한 성과를 거뒀지만 '왕조'라는 단어에 어울리는 압도적이거나 꾸준한 경기력을 보이지는 못했다. 성공과 실패 모두 찾을 수 있는 시즌이었다.

LG 트윈스는 2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경기에서 14-5 완승을 거두고 3위를 확정했다. LG는 시즌 막판 포스트시즌 진출권에 있는 팀들을 만나 3연승을 달리면서 3위 매직넘버를 빠르게 지워나갔다. 21일(더블헤더)과 22일에 걸쳐 열린 두산 베어스와 3연전을 1패 뒤 2승으로 마쳤고, 연승을 타면서 순위를 바짝 끌어올린 SSG까지 잡아 3위를 확정했다.

막판 스퍼트 과정에서 부상으로 빠졌던 주전 야수들이 하나씩 복귀해 이제는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가 모두 돌아왔다. 손주영은 데뷔 후 최고의 경기로 9승을 기록하며 10승 문턱 앞까지 왔다. 임찬규는 2년 연속, 개인 통산 네 번째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불펜에서는 염경엽 감독이 필승조로 생각하는 투수들이 컨디션을 점검했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는 '헤드샷 퇴장' 여파로 인한 뜻밖의 불펜 등판에서 위력적인 공을 던지며 포스트시즌에서 긍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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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LG가 확인한 저력

LG는 2013년 정규시즌 2위로 11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에 올랐다. 선수들도 팬들도 기쁨의 눈물로 맞이한 플레이오프에서는 두산에 1승 3패로 밀리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그 뒤로도 LG는 2014년(정규시즌 4위)과 2016년(4위) 포스트시즌에 나서며 '비밀번호 시대'와의 작별을 고했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시즌 가운데 세 차례, 50%의 가을야구 확률을 보여준 LG는 그 다음 6시즌 동안 모두 상위권을 유지했다. 차명석 단장이 취임한 첫 해인 2019년 4위를 시작으로 2020년 4위, 2021년 3위, 2022년 2위(최종 성적은 3위)로 하나씩 순위를 높이다 지난해 대망의 정규시즌 1위에 올랐다. 올해는 3위를 기록하며 4년 연속 정규시즌 '톱3'를 달성했다.

올해 LG의 야구는 지난 몇 년과 달랐다. 불펜 물량전이 특기였던 LG가 선발야구를 하기 시작했다. 24일까지 규정이닝을 채운 선수는 디트릭 엔스(167⅔이닝) 뿐이지만 나머지 선수들도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켰다. 손주영과 임찬규 최원태가 120이닝 이상 투구했다. 이 가운데 손주영은 다음 선발 등판을 통해 데뷔 첫 규정이닝 진입이 유력하다. 평균자책점에서도 손주영(3.82)과 임찬규(3.83)이 3점대를 기록하는 성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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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진 선발진은 불펜평균자책점이 5.29, 7위로 하위권에 그쳤는데도 LG가 정규시즌 3위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염경엽 감독은 불펜 살리기에 몰두하면서도 선발투수 의존도를 높이며 변수에 대처했다. LG의 선발 투구 이닝은 141경기 741이닝으로 10개 구단 1위다. 또한 48승 43패 평균자책점 4.24로, 모두가 인정할 만한 에이스급 투수는 없어도 평균 이상의 투구를 보여주는 선수들로 일정한 경기력을 유지했다.

불펜에서는 유영찬이 25세이브로 고우석의 자리를 대신했다. 김진성은 만 39살 나이에도 팀 내 최다 등판(70경기), 최다 홀드(26개)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여러 선수들이 불펜에서 힘썼지만 이들이 없었다면 3위도 없었다.

팀 내 타율 1위(0.334), 출루율 1위(0.446)인 홍창기는 ABS(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 환경에서도 여전히 뛰어난 선구안을 자랑했다. 홍창기 스스로는 아직도 ABS에 적응을 마치지 못했다고 하지만 볼넷 1위(96개), 출루율 1위에 올라 있다. 타점 1위 오스틴 딘은 타율 0.320에 32홈런 130타점으로 '2년차 징크스' 없이 장수 외국인 선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문보경은 1군 데뷔 4년 만에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홈런이 지난해 10개에서 올해 20개로 두 배가 됐다. 문성주와 신민재는 4할대 출루율을 기록하며 홍창기와 함께 상대 배터리를 피곤하게 만드는 타선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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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조 도전 섣불렀나, 1년 만에 강점이 단점으로

그러나 왕조를 외칠 만한 시즌은 아니었다. 불펜이 무너지고 타선은 타고투저라는 큰 줄기를 따라가지 못했다. 불펜에서는 새로운 시도가 많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타선에서는 아직 1군감 유망주가 없다는 판단 아래 주전 기용을 늘렸지만 그러다 보니 체력 관리가 어려웠다.

LG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2021년 3.28, 2022년 2.89, 2023년 3.43으로 3년 연속 1위였다. 2019년 3.78(4위) 2020년 4.61(2위) 등 5년 연속으로 상위권을 유지했다. 그런데 올해는 7위다. 8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2018년 5.62(9위)에 이어 6년 만에 불펜 불안에 시달렸다.

고우석(마이애미 말린스 산하 마이너리그) 등 기존 전력의 이탈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투고타저 흐름 탓인지 지난해 성적을 유지하지 못한 선수가 너무 많았다. 염경엽 감독은 필승조로 기대한 백승현(1.58→8.77) 박명근(5.08→6.39)이 부진하자 대안을 찾지 못했다.

비단 필승조만의 얘기가 아니다. 최동환(3.19→6.95) 이우찬(3.52→8.82) 등 추격조를 맡아줘야 할 선수들도 고전하다 보니 대량 득점 경기에서도 마무리는 유영찬이 맡는 경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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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선에서는 염경엽 감독이 시즌 전 목표 성적까지 정해주며 '왕조의 기둥'으로 점찍었던 베테랑들이 고전했다. 박해민은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 가운데 최하위인 OPS 0.696에 그쳤다. 김현수는 2022년 23홈런을 기록했는데 지난해는 6개, 올해는 8개에 그쳤다. 오지환은 후반기들어 경기력을 회복했으나 전반기에는 타율 0.238에 그친데다 수비에서도 잔실수가 많았다.

경기력이 떨어진 선수들이 있는데도 선수 기용에 큰 변화는 없었다. 염경엽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치고 올라와야 하는데 올라오지 못하니까. 결국 그 선수들이 올라와야 기존 주전들도 위기감을 갖고 선수 로테이션도 되는데 지금은 기량 차이가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주전을 내세우며 컨디션 회복을 기대하는 날들이 계속됐다. 선두 경쟁에서 밀려나 순위가 떨어질 위기에 놓이자 염경엽 감독이 직접 선수들의 경기 전 훈련을 챙기는 일이 늘었다. 그래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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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 불안과 주전 의존 모두 육성 실패로 볼 수 있는 문제다. 비단 유망주뿐만이 아니라 1군 선수들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정우영이다.

또 훈련과 경기에서 모두 트래킹 데이터를 수집하고는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달라지기 어려운 고유의 특성을 개선할 수 있는 요소로 바라보거나, 수치를 정확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열린 듯 닫혀 있었다.

이제 LG는 준플레이오프를 준비한다. 상대가 될 수 있는 팀은 두산, kt, SSG로 모두 LG가 올해 상대 전적에서 앞섰다. 현재 정규시즌 일정에 따르면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2일 막을 올리고, 준플레이오프는 5일에 시작할 수 있다. LG는 사실상 열흘의 준비 기간을 갖는 셈이다.

염경엽 감독은 3위 확정 뒤에는 주전 선수들, 특히 수비에서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했던 핵심 선수들에게 휴식을 주겠다고 예고했다. 941⅔이닝 동안 마스크를 써 10개 구단 포수 가운데 홀로 900이닝을 넘긴 박동원이 1순위다. 3루수와 1루수를 겸하며 1147이닝을 뛴, 전구단 수비이닝 1위에 올라 있는 문보경도 휴식이 필요하다. 홍창기(1091이닝) 또한 라인업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

불펜투수들은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의 등판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염경엽 감독은 남은 기간 새로운 투수들을 시험할 여유는 없다고 봤다. 백승현의 컨디션이 더 올라오고, 이종준이 꾸준한 안정감을 보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동시에 벤치에서는 기존 선발 로테이션의 틀을 완전히 깬 '하이브리드 마운드'를 준비한다. 최원태와 손주영만 고정적으로 선발 임무를 맡고, 엔스 에르난데스 임찬규는 상황에 따라 선발과 불펜을 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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