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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 속에 던진 157이닝… 김광현은 도망가지 않고 그 자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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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그러면 뭐하나요, 결과가 안 나오는데…”

8월 중순, 김광현(36·SSG)은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각이 조금씩 날카롭게 돌아온다는 물음에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실제 주위에서도 그런 평가가 있었지만, 김광현에게는 별다른 위로가 되지 않는 듯했다. 올해 처진 성적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초반에는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 적응이라는 핑계라도 있었지만, 시즌 막판까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자 김광현의 얼굴에서는 미소와 장난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힘이 없어 보였다.

산발적으로 좋은 투구가 이어졌지만, 그 흐름이 꾸준하게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어떤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해석이 있었지만 어떤 가설도 똑 부러지지는 않았다. 김광현으로서는 답답한 노릇이었다.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았기에 더 그랬다. 어깨 쪽에 약간의 통증을 가지고 있었던 지난해를 경험했기에 더 철저하게 준비했고, 오히려 몸 상태는 지난해보다 괜찮다 여겼다. 그럼에도 성적이 나지 않았다. 타고 성향은 분명했지만, 5점대 평균자책점은 용납하기 어려웠다. 당장 못했다는 지난해 평균자책점도 3.53이었다.

작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구속과 별개로 구위가 떨어졌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가 타자 앞에서 차고 들어오는 힘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당연한 일이었다. 올해 36세의 나이다. 오히려 지금까지 그 구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대단한 일이었다. 어쩌면 문제는 제구였다. 지난해까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던 공이 반 개씩 빠진 볼로 판정받고, 카운트가 몰리다보니 들어가다 장타를 허용하며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러나 시즌은 남아있었고, 해야 할 일이 있었고, 책임감은 성적과 별개로 여전했다. 처음에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그래도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커브의 비중을 높이고, 커브 등 변화구의 커맨드를 개선하며 전체적인 피치 디자인을 다시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선발 등판 사이 그 작업에 집중적으로 매진했다. 시즌 중 어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도망가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성과물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최근 들어 그 노력이 결과로 이어지면서 그래도 한가닥 위안을 찾았다. 김광현은 9월 5일 올 시즌 유독 약했던 LG를 상대로 6이닝 2실점(1자책점)으로 호투하며 반등의 계기를 만들었다. 9월 17일 KIA전에서는 폭염 속에서도 5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티며 또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리고 5강 싸움의 결정적인 경기였던 22일 수원 kt전에서 6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11번째 승리와 함께 팀의 5위 탈환에 힘을 보탰다.

패스트볼 구사 비율의 문제라기보다는 구사하는 시점이 조금은 달라졌다. 자존심을 조금은 내려두고, 강하게 승부하기보다는 변화구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으며 정타를 억제했다. 계속해서 공을 들인 커브가 결정구로 빛을 발했고, 그러자 좌타자 상대 슬라이더도 조금씩 상대를 흐트러뜨리기 시작했다. 8월 중순부터 중심 이동이 원활해지면서 좌우로 분산되던 힘이 포수 쪽으로 향한다는 구단 내부 평가가 있었는데 밸런스를 찾으면서 공의 힘도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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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즌이 다 끝나가는 마당에 올 시즌 부진을 한 번에 만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4.99로 개인 첫 5점대 평균자책점 위기는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성실하게 그 자리를 지키면서 만회하려고 노력했다. 당장 올 시즌 SSG의 선발 로테이션에서 시작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킨 선수는 김광현이 유일하다. 30경기에 나갔고, 157이닝을 던졌다. 리그에서 155이닝 이상을 던진 12명의 선수 중 하나다.

토종 선수로는 2위인 148개의 탈삼진은 아직 김광현의 구위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는 내년의 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구위를 유지하면서 조금 더 영리하게 구위를 이용할 수 있다면 충분히 반등할 수 있다. 야구가 올해로 끝나는 건 아니다.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며 내년을 향한 깨달음과 발판까지 만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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