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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자와 KIA 주전 3루수 김도영이 충돌하면서 문제는 시작됐다. 페라자는 5일 광주 KIA전에서 3-3으로 맞선 8회초 2사 1, 2루 기회에서 2루주자로 누상에 나가 있었다. 장진혁이 3루수 김도영 쪽으로 땅볼을 쳤고, 2루주자 페라자는 2아웃이었기에 일단 정석대로 3루를 향해 전력 질주했다.
이때 공을 포구하려던 김도영과 페라자가 크게 충돌했다. 김도영은 공만 보고 움직이는 상황이었고, 페라자는 전력으로 뛰는 상황에서 김도영이 공을 쫓아 자신의 주로로 들어오니 피할 겨를이 없었다. 그대로 두 선수는 크게 충돌했는데, 엄밀히 부딪힌 쪽인 김도영의 충격이 더 컸다. 장진혁은 3루수 땅볼로 출루했지만, 페라자가 수비 방해로 아웃되면서 이닝이 종료됐다.
김도영은 끝내 9회초 수비를 앞두고 교체됐다. KIA 관계자는 "충돌할 때 머리 쪽을 부딪혀 어지럼증으로 교체됐다. 일단 병원 검진 계획은 없다"며 큰 부상은 아니라고 알렸다.
고의일 수는 없었다. 페라자가 김도영과 부딪히면 아웃으로 이닝이 그대로 끝나기 때문. 5강을 위해 1승, 1점이 절실한 상황에서 페라자가 그럴 이유가 없었다. 경기를 중계한 이대형 SPOTV 야구해설위원은 "김도영 선수가 유격수 쪽으로 이동해서 잡는 위치였고, 페라자 선수도 피하려고 했는데 동선이 겹쳤다"며 고의로 부딪힐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페라자도 충돌한 충격이 있었지만, 일어나자마자 그라운드에 쓰러진 김도영을 살피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페라자는 미안한 마음에 걱정스러운 눈으로 김도영을 바라봤고, 김도영이 일어나려고 할 때는 등을 다독이며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김도영이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면서 사건이 일단락되나 했는데, 페라자 앞으로 손승락 KIA 수석코치가 다가가 한마디를 하는 장면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이때부터 페라자의 얼굴이 굳기 시작했고, 페라자 옆에 있던 양승관 한화 수석코치가 손 코치의 팔을 잡으며 말리는 동작을 취하기도 했다. 페라자는 외국인 선수이기에 손 코치의 발언을 바로 이해할 수는 없었겠지만, 뉘앙스는 파악이 충분히 가능하다. 옆에 양승관 코치와 페라자의 통역도 있었기에 손 코치가 좋은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었다. KIA 측은 페라자를 향한 선수단의 지적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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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선수단이 페라자에게 예민하게 반응할 만한 이유는 있었다. 김도영은 지난 3일 광주 LG 트윈스전에서 5회말 타석에 들어섰다가 상대 선발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던진 시속 150㎞ 강속구에 왼쪽 팔꿈치를 정통으로 맞았다. 김도영은 팔꿈치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었지만, 충격이 워낙 커 한동안 타석에서 무릎을 꿇고 쓰러져 일어서지 못했다. 김도영은 곧장 병원으로 이동해 검진을 받았다.
큰 부상인 줄 알았던 KIA 선수단은 당시에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도영은 2017년 이후 7년 만에 통합 우승을 꿈꾸는 KIA의 핵심 전력이기 때문. 김도영이 국내타자 최초 40홈런-40도루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기에 부상으로 이탈하는 일이 없어야 하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팀 우승이다. KIA의 우승 구상에서 김도영은 없어선 안 되는 선수이기에 김도영이 쓰러지면 KIA는 예민해진다. 실제로 선수단 내부적으로 에르난데스의 빈볼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을 정도로 예민하게 사구 상황을 받아들였다.
이범호 감독이 하루 뒤인 4일 "빈볼일 수가 없다. LG도 이겨야 하는 상황에 도영이가 나가면 (최)형우, (나)성범인데. (김)도영이한테 홈런 맞은 것도 아니고, 그 선수가 그런 공을 던질 이유도 없었다. 몸쪽을 던지다 보니 빠진 것이다. 타자들은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생긴다. 그런 감정적인 것은 없다 생각한다. 도영이도 다행히 팔이라 경기 뛸 수 있었고, 크게 신경 안 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직접 진화에 나서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사구 사고 이후 이틀 만에 김도영이 페라자와 크게 충돌하자 더더욱 KIA 선수단이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의가 아니었고, 페라자가 충분히 사과를 했음에도 손 코치가 과한 지적을 이어 가면서 서로 감정이 깊게 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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