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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9 (목)

"올해 최악의 컨디션이었다"…'장염 투혼→7이닝 쾌투' 임찬규 "무념무상으로 던졌다" [현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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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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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잠실, 유준상 기자) LG 트윈스 우완투수 임찬규가 컨디션 난조를 극복하고 9월 첫 등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임찬규는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SSG 랜더스와의 시즌 14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10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면서 시즌 9승째를 올렸다. 또한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기록까지 세웠다. 종전 기록은 2018년 10월 13일 문학 SK(현 SSG)전 10개다.

투구수는 81개로, 구종별로는 커브(29개)가 가장 많았다. 직구(24개), 체인지업(19개), 슬라이더(9개)가 그 뒤를 이었다. 직구 최고구속은 142km/h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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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전 3경기에서 모두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한 임찬규는 경기 초반부터 순항을 이어갔다. 1회초 추신수-박지환-기예르모 에레디아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2회초 한유섬-고명준-하재훈을 공 8개 만에 범타 처리했다.

3회초 선두타자 이지영에게 내야안타를 맞았으나 흔들리지 않았다. 후속타자 정준재에게 삼진을 솎아냈고, 김성현과 추신수를 모두 공 1개 만에 범타로 잡아내면서 투구수를 아꼈다.

4회초 박지환-에레디아-한유섬에게 각각 우익수 뜬공, 우익수 뜬공, 삼진을 이끌어내면서 이닝을 매조졌다. 5회초 고명준의 1루수 땅볼과 하재훈의 삼진 이후 이지영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지만, 정준재에게 2루수 땅볼을 유도하면서 승리투수 요건을 충족했다.

6회초 김성현-추신수-박지환에게 모두 삼진을 솎아낸 임찬규는 7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에레디아-한유섬-고명준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을 상대로 2루수 땅볼, 2루수 땅볼, 유격수 뜬공으로 아웃카운트를 채우면서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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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규의 호투에 탄력을 받은 LG도 경기 초반부터 차곡차곡 점수를 쌓으면서 격차를 벌렸고, SSG를 5-0으로 제압하면서 2연전 첫 경기에서 승리를 차지했다.

사실 투구수만 놓고 보면 LG로선 8회초, 혹은 9회초까지도 임찬규에게 마운드를 맡길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임찬규는 81구를 던지고도 왜 7이닝 투구에 만족했을까. 이유는 임찬규의 몸 상태 때문이었다.

경기 후 임찬규는 "사실 뭘 잘못 먹었는지 사흘 전부터 장염이 좀 세게 왔다"며 "불펜에서 몸을 풀 때도 스트라이크가 하나도 들어가지 않아서 감독님께 말씀드리기도 했고, 잠깐 걱정하기도 했다"며 "김광삼 투수코치님도 알고 계셨고, 내게 7회초까지만 가자고 말씀하셨다. 만약 더 던지라고 했으면 던졌을 것이다. 내가 먼저 이야기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벤치의 결정은 존중한다. 그래서 그렇게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투구 이후 디트릭 엔스,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 두 외국인 투수와 함께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포착되기도 했다. 그는 "'왜 더 안 던졌냐'라고 해서 '사실 장염이 있다, 지금 힘을 쓰면 화장실에 가야 할 것 같다. 유니폼이 지금 하얀색이다' 이런 식으로 장난을 했던 것 같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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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비우고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게 임찬규의 이야기다. 임찬규는 "올해 정말 최악의 컨디션이었던 것 같다. 오히려 (지난달 9일 2⅔이닝 7실점으로 부진했던) 잠실 NC 다이노스전이 최상의 컨디션이었는데, 그냥 생각 없이 올라가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웃음). 7회초 고명준 선수 타석에서 11번째 삼진을 잡고 싶어서 한 번 고개를 흔든 걸 제외하면 포수 (박)동원이 형에게 맡겼다. 그냥 무념무상으로 던졌다"며 "공이 잘 안 날아가다 보니까 오히려 좋았을 때의 커브가 나온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만큼 자신을 도와준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동원이 형에 다 맞췄던 것 같고, 또 운도 따른 것 같다. (구)본혁이의 수비도 좋았다. (신)민재가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본혁이가 최선을 다해서 수비를 잘해주고 있는 모습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에 대한 욕심도 있긴 했다. 임찬규는 "7회초 에레디아, 고명준 선수 타석에서 동원이 형도 커브 사인을 냈다. (고명준과의 승부에서) 볼넷을 줘도 되기 때문에 (풀카운트에서) 커브 사인을 냈다"며 "이전까지는 탈삼진 기록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가 '11탈삼진 한번 잡아볼까'라고 생각하니까 인플레이 타구가 나오더라. 그냥 던지던 대로 던졌으면 되는데, 좀 의식하지 않았나 싶어서 그건 좀 아쉽긴 하다. 언제 11탈삼진을 잡을지 모른다. 20년 이후에 할 수도 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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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규는 올해로 프로 14년 차에 접어들었다. 좋은 일도, 안 좋은 일도 있었지만, 그만큼 많은 경험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한 임찬규다. 컨디션에 따라서, 혹은 상대 팀이나 상황에 따라서 적절한 볼 배합을 가져가고 있다.

임찬규는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에) 변화구가 좋은 것 같다. 직구가 잘 날아가지 않는 날에는 체인지업이 125km/h, 커브가 108km/h 정도로 형성됐던 게 좋았던 것 같다. 오히려 공이 좋은 날에는 체인지업이나 커브가 빨라진다. 대신 구속이 빠르기 때문에 파울을 만들어낸다"며 "내 장단점을 이용하는 걸 느낀 것 같다. 직구 구속을 133~134km/h까지 낮췄다가 139~140km/h까지 올리고, 그러면서 타이밍 싸움을 했던 게 좋았던 것 같다. 나만의 색깔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남은 시즌 동안 1승을 추가하면 지난해(14승)에 이어 2년 연속 10승 고지를 밟게 된다. 그는 "10승을 하게 되면 너무 좋다. 그런데 '오늘 7이닝을 던져야지', '10탈삼진을 잡아야지'라고 생각하고 나간 게 아니고 던지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기 때문에 10승을 한다면 너무 감사한 것이고,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규정이닝을 소화하면서 그런 목표를 갖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자신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사진=잠실, 유준상 기자 / 엑스포츠뉴스 DB

유준상 기자 junsang9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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