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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6 (수)

“씨름 하면 이만기? 이제 김민재 떠올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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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민재가 18일 추석장사씨름대회 백두급 장사결정전에서 우승한 뒤 황소 트로피를 번쩍 들고 있다. 그는 이날 우승으로 민속씨름 메이저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사진 대한씨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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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판 괴물’ 김민재(22·영암군민속씨름단)가 민속씨름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성인 무대에 진출한 지 2년 만에 이룬 성과다.

김민재는 18일 경남 고성군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위더스제약 2024 추석장사씨름대회 백두급(140㎏ 이하) 장사결정전에서 서남근(수원특례시청)을 3-0으로 꺾고 꽃가마에 올랐다. 첫판에서 들배지기(김민재)와 빗장걸이(서남근)를 주고받으며 팽팽하게 대치하다 왼덧걸이로 승리한 그는 들배지기로 두 번째 판을 따냈다. 그리고 세 번째 판에서는 들배지기에 이은 왼덧걸이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결승에 오르기까지 과정도 거칠 것이 없었다. 32강에서 윤성민(영암군민속씨름단)에 기권승을 거둔 뒤 16강에서 김진(증평군청), 8강에서 김찬영(정읍시청), 4강에서 백종원(정읍시청)을 줄줄이 2-0으로 제압했다. 결승에서 만난 서남근마저 3-0으로 누르며 단 한 판도 내주지 않는 퍼펙트 승리로 황소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서남근과의 통산 전적에서도 4전 전승의 일방적 우세를 이어갔다.

추석장사에 등극한 뒤에도 굳은 표정을 풀지 않던 그는 축하해주러 모래판에 올라온 김기태 영암군민속씨름단 감독을 들배지기로 눕힌 이후에야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프로 2년 차인 김민재는 자타가 공인하는 민속씨름 최강자다. 지난 4월 문경대회 백두봉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6~8월 단오, 보은, 삼척 대회에 이어 이달 추석 대회까지 4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12번째 백두장사 타이틀이자 천하장사 타이틀까지 포함하면 13번째 우승이다.

김민재는 이번 대회 우승과 함께 민속씨름 메이저대회 그랜드슬램도 달성했다. 그는 울산대 재학 중이던 지난 2022년 단오장사와 천하장사에 등극했다. 지난해엔 설날장사와 단오장사에 올랐다. 올해는 단오장사 3연패에 성공한 뒤 고대하던 추석장사 타이틀도 품에 안았다.

김민재의 주 무기는 들배지기다. 샅바를 잡을 때 자세를 최대한 낮춘 채 버티다 경기 시작과 함께 압도적인 허리 힘을 앞세워 상대 선수를 번쩍 들어올린다. 이후 회전하면서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린 뒤 제압하는 기술이다. 천하장사 출신 이태현 해설위원은 “김민재는 샅바를 자신의 몸에 최대한 밀착시킨 뒤 상대방을 들어 올린다. 이후엔 화려한 다리 스텝을 이용해 중심을 허문다. 이 과정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이뤄지기 때문에 상대 선수는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민재가 민속씨름의 최중량 체급인 백두급에서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수퍼맨급 운동 능력에 있다. 근력의 척도로 여겨지는 3대 중량(스쿼트·데드리프트·벤치프레스의 합계 중량)은 780㎏을 찍었다. 키 1m89㎝, 체중 140㎏의 거구이면서도 서전트 점프 58㎝, 소리 반응 속도가 0.229초다. 한마디로 유연하고 민첩하다는 뜻이다.

김기태 감독은 “김민재는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기술을 바꾸는 등 임기응변과 지능적인 플레이에도 능하다”고 설명했다.

김민재는 “추석대회 이전에 3차례 연속 우승했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 생각했다”면서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게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11월 영암군에서 열리는 천하장사 대회마저 석권하는 게 올해 마지막 목표”라면서 “팬들이 씨름하면 이만기 대신 김민재의 이름을 떠올리는 날까지 정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신설한 소백급(72㎏ 이하) 추석장사 타이틀은 황찬섭(제주도청)에게 돌아갔다. 태백장사(80㎏ 이하)는 최원준(창원시청), 금강장사(90㎏ 이하)는 정종진(울주군청), 한라장사(105㎏ 이하)는 김무호(울주군청)가 차지했다.

송지훈 기자 song.ji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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