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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67구 교체 요구→충격의 1이닝 강판' 7억 밥값 이렇게 못할 줄이야…와이스랑 너무 비교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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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사직, 김민경 기자] "이건 내가 설명을 해야 할 것 같다. 6회 마운드에 나가기 전에 주자가 나가면 좀 바꿔 달라고 이야기를 하더라."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최근 하이메 바리아(28)를 이야기하며 아쉬운 소리를 했다. 팀 선발진을 이끄는 외국인 투수로서 긴 이닝을 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부족한 태도를 보여줘서다. 바리아는 지난 24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실점 하는 동안 67구밖에 던지지 않는데 마운드를 내려와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한화가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7-6으로 역전승하면서 다행히 웃을 수 있었지만, 박상원(1이닝)-이민우(0이닝)-한승혁(1이닝)-김서현(⅓이닝 4실점)-주현상(⅓이닝)-황준서(⅓이닝)-이상규(2이닝)까지 불펜 7명을 소진해야 했다.

김 감독은 취재진이 묻기 전에 바리아를 교체한 배경을 먼저 언급하면서 "(6회에) 나가기 전에 먼저 주자가 나가면 좀 바꿔 달라고 이야기를 하더라. 투구 수로는 당연히 6회를 던져야 한다. 그래야 불펜들도 쉬고, 승리조가 매일 나갈 수 없는 게 야구인데. 본인이 나가면서 그런 이야기를 투수코치한테 했고, 나는 6회까지 무조건 간다 생각해 아무 생각도 안 하고 '90개 정도면 마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양상문 코치한테 그 말을 듣고, 마침 또 나가자마자 첫 타자(정수빈)를 볼넷으로 내보내길래 그렇게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수가 직접 교체를 요구할 때는 보통 몸 상태가 좋지 않거나 컨디션 난조 등의 사유가 있다. 그런데 바리아는 그렇지 않았다. 김 감독은 "컨디션 문제는 아니었다. 본인이 나가서 자기가 생각한 것보다 조금 힘이 떨어졌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짤막하게 설명했다. 김 감독은 평소 바리아의 기복이 심한 피칭에도 문제를 지적하기보다는 "감독은 우리 선수를 보듬어야 한다"며 묵묵히 지켜봤는데, 이날만큼은 선수로서 옳지 못했던 태도를 지적했다.

바리아는 29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 다시 선발 등판했다. 정상적으로 5일을 쉬면 30일에 등판해야 하지만, 잔여 일정이 시작되면서 한화는 30일에 경기가 없었다. 롯데와 이번 3연전은 한화가 5강에 도전하려면 최소 2승은 챙겨야 했기에 바리아를 하루 앞당겨 29일에 등판하게 했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바리아는 직전 경기에서 67구밖에 던지지 않았기에 4일 휴식이 큰 무리가 되지 않을 듯했다. 다른 외국인 투수 라이언 와이스 역시 바리아와 똑같은 조건으로 4일을 쉬고 28일 롯데와 시리즈 2번째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김 감독은 경기에 앞서 "바리아가 일단 5이닝은 던져 줄 것이라 생각한다. 6회에 공 던지는 상태를 봐서 그때부터 우리 불펜 투수들도 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런데 바리아는 롯데 타선을 전혀 이겨내지 못했다. 1이닝 24구 5피안타 무4사구 1탈삼진 4실점에 그치면서 시즌 5패(5승)째를 떠안았다. 1회말 선두타자 윤동희가 좌전 안타로 물꼬를 튼 가운데 고승민과 손호영까지 연속 안타가 터지면서 무사 만루가 됐다. 빅터 레이예스가 3루수 땅볼로 출루할 때 홈에서 윤동희가 포스아웃되면서 롯데의 전날 무득점 빈타의 악몽이 반복되나 했는데, 다음 타자 전준우가 우중월 3타점 싹쓸이 적시 3루타를 날리면서 0-3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2사 3루에서는 정훈이 중전 적시타를 때려 0-4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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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바리아를 더는 두고 보지 않았다. 2회말을 앞두고 곧장 한승주로 마운드를 교체했다. 바리아가 외국인 투수에게 기대하는 투구 내용을 더는 보여주지 못했으니 당연했다. 한화가 조금 더 5강 확률을 높이려면 이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 했기에 투수 교체로 분위기를 환기하면서 반격을 노려야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마음처럼 경기가 흘러가진 않았다. 한화 타선은 장단 18안타를 몰아치며 11점을 뽑아줬지만, 바리아가 내려간 뒤로 한화 불펜이 같이 고전하는 바람에 11-14로 석패했다. 바리아가 책임감이 부족한 투구를 펼친 여파로 한승주(2이닝 1실점)-김규연(0이닝 3실점)-이민우(2이닝 3실점)-황준서(1이닝 3실점)-이상규(1⅔이닝)-주현상(⅓이닝)까지 불펜 6명을 소진해야 했다.

한화는 바리아를 1선발로 생각하고 데려왔기에 이날 경기뿐만 아니라 KBO리그에서 성적이 더더욱 아쉽다. 바리아는 지난 5월 총액 55만 달러(약 7억원)에 한화와 사인하고 한국에서 도전을 선택했다. 한화는 워크에식이 매우 뛰어났던 펠릭스 페냐와 결별을 결심했을 정도로 구위가 좋은 진짜 1선발을 원했다. 바리아는 2018년 LA 에인절스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해 그해 풀타임 선발투수로 뛰면서 10승을 거둔 유망주였다. 빅리그 134경기(선발 62경기)에 등판해 22승32패, 462⅔이닝, 평균자책점 4.38을 기록한 화려한 이력을 한화에서 증명하길 바랐다.

3개월이 흐른 지금. 바리아의 성적은 냉정히 실망스럽다. 15경기에서 5승5패, 68⅔이닝, 평균자책점 5.50에 그쳤다. 퀄리티스타트가 단 3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선발투수의 최우선 덕목인 이닝이터 능력이 너무 떨어진다. 지난 6월 2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6월 28일 사직 롯데전에서 2경기 연속 108구를 기록했는데, 이 2경기를 제외하면 100구를 넘긴 경기가 없다. 7월부터는 90구를 넘긴 경기도 단 한번도 없다.

마찬가지로 시즌 도중 합류한 와이스와 여러모로 비교가 되기도 한다. 와이스는 11경기에서 4승3패, 63⅔이닝, 평균자책점 3.25로 바리아보다 훨씬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는데, 무엇보다 8차례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할 정도로 이닝이터 능력을 갖췄다. 선발투수로서 긴 이닝을 끌어야 한다는 책임감 자체가 바리아와 차이가 난다. 또 와이스는 똑같이 4일을 쉬고 28일 사직 롯데전에서 6⅔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7-0 완승을 이끌었다.

한화는 최근 와이스와 류현진, 문동주까지 나머지 선발투수 3명의 페이스가 워낙 좋아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 올 수 있었다. 5강 싸움에서 더 경쟁력을 갖추려면 바리아도 반드시 힘을 보태야 한다. 김 감독은 이날 단 1이닝 만에 바리아에게서 공을 뺏으면서 그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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