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09 (월)

'못 보던 선수가 텐만 6개'…무명 전훈영 "공정하게 선발전 다 뚫었다, 그런 반응이야 당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파리(프랑스), 조용운 기자] 올림픽 본선보다 국가대표 선발전이 더 어렵다. 오로지 양궁에만 적용되는 명제다. 이름값은 부차적인 문제고 본질은 오로지 실력이다.

한국 여자 양궁은 최고 무대인 올림픽을 줄곧 지배하고 있다. 단체전이 신설된 1988 서울 올림픽부터 2024 파리 올림픽까지 금메달을 놓치지 않는 대업을 완성했다. 대표 선수 전원이 고른 실력을 가지고, 어떠한 압박감에도 흔들리지 않는 담력까지 가져야 가능한 성과다.

흔히 왕조를 유지할 때 축이 되는 선수나 지도자가 있기 마련이다. 여자 양궁은 다르다. 40년이 흐르는 동안 단체전 금메달의 자랑스러운 얼굴들은 늘 변했다. 주요 대회 수상 이력이 통하지 않았다. 언제나 선수들의 면면이 달라져도 금메달을 놓치지 않은 건 실력 하나만 본 선발이었기에 가능했다.

파리로 건너온 이번 대표팀도 임시현(한국체대)을 제외하고 대중에 알려진 이는 없다. 에이스 임시현도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르며 명성을 쌓았지만 이전까지는 잘 모르던 선수였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런 임시현의 옆에 무명의 궁사가 더해졌다. 1994년생인 전훈영(인천시청)은 세계대학선수권대회에서 개인전 동메달을 딴 게 거의 유일한 국제대회 이력이다. 실업 무대로 올라온 이후에는 전국체전 등 국내대회에서만 종종 실력을 발휘했을 뿐이다.

늦깎이에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전훈영을 향한 우려가 컸다. 베테랑도 떨리기 마련인 올림픽에서 경험이 부족한 전훈영이 단체전 10연패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느냐는 시선이 팽배했다. 더구나 단체전에 앞서 치른 개인 랭킹전에서도 임시현과 남수현(순천시청)이 각각 1, 2위를 기록한 반면 전훈영은 13위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모습이었다.

단체전을 시작하고도 흐름은 유지됐다. 대만을 상대한 8강에서 과녁에 적중하는 패턴이 조금 널을 뛰었다. 간혹 한국 선수들에게는 실수와 다름없는 점수도 찍었다. 그러던 전훈영이 무대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그동안 쌓아온 내공을 발휘했다.

전훈영은 대표팀이 최대 위기에 몰렸던 네덜란드와 4강전에서 2~4세트 모두 첫 화살을 10점으로 만드는 집중력을 발휘했다. 숙적 중국을 맞이한 결승에서도 가장 많은 10점을 쐈다. 총 9번을 시도해 6번을 텐에 적중했다. 가장 중요한 한 발을 쏘아야 하는 슛오프에서도 10점이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단체전 금메달을 자신이 만들었다고 봐도 좋을 정도의 활약이었다. 그래선지 우승이 확정되고 전훈영은 눈물을 보였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전훈영은 "그동안 힘들었던 게 생각나서 눈물이 났다. 그래도 너무 행복하다"라고 웃었다.

오랜 선수 생활 중 이번 올림픽 준비가 가장 험난했다. 전훈영은 "일단 단체전 10연패라는 목표가 부담이 크게 됐다. 개인적으로 메인 대회 출전도 처음이라서 '약간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면서 "10연패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오히려 부담이 됐다. 그래서 더 많이 준비했는데 그게 또 스트레스로 작용했다"라고 돌아봤다.

무명이라는 편견도 더해졌다. 물론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전훈영은 "(내가) 진짜 못 보던 선수였기에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나라도 우려가 됐을 것"이라며 "걱정이 있을 수 있지만 짧지 않은 선발전이나 평가전을 다 뚫고, 공정하게 선발됐다. 나름대로 준비도 열심히 해서 긍정적인 생각만 했다"라고 강조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높이 올라갈수록 단단해진 배경이다. "자신감은 8강 때부터 있었다"라고 웃은 전훈영은 "그런데 조준기가 잘 안 맞더라. 그래도 나중에는 잘 맞았고, 하던대로 하니 잘 됐다"라고 설명했다.

전훈영은 슛오프에서 쏜 화살이 9점으로 첫 판정을 받았다. 대신 재확인 표시가 떴다. 떨릴 건 없었다. "사실 잘 보면 걸친 게 보인다"며 "뒤에서 감독님도 얘기를 해주셔서 10점인 걸 알았다"라고 금메달을 이미 직감했다고 털어놨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