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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후배들 밟으면서 자리 지킬 생각 없다"…'ERA 1.53' 돌아온 클로저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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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선의의 경쟁을 하겠지만, 후배들을 밟아가면서 내 자리를 지켜야겠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있지는 않다."

두산 베어스 우완 홍건희(32)는 지난달 중순에야 올 시즌을 제대로 시작했다. 홍건희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두산과 2+2년 총액 24억5000만원에 FA 계약을 했다. 2년 뒤에 옵션 실행 여부를 고려하면 처음 2년의 성과가 중요한 계약이었다. 절치부심하면서 시즌을 준비했는데 스프링캠프 기간 오른손 검지 염좌가 생겨 제동이 걸렸다.

홍건희는 지난해 예비 FA 시즌이기도 했지만, 풀타임 마무리투수를 꿈꿨다. 2022년 18세이브, 지난해 22세이브를 챙겼으나 시즌 도중 보직이 바뀌지 않고 온전히 클로저 임무를 맡은 적이 없었다. 지난해는 시즌 막바지 페이스가 좋지 않아 후배 정철원에게 마무리투수 보직을 내주는 개인적인 아쉬움도 있었다. 홍건희는 지난해 후반기 28경기 평균자책점이 4.05(26⅔이닝 12자책점)로 매우 높은 편이었다. 후반기 부진 탓에 FA 계약을 유리하게 끌고 가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나올 정도였다.

올 시즌 마무리투수 탈환을 노렸으나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하면서 다시 정철원에게 자리를 내줬다. 홍건희는 묵묵히 몸이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렸고, 지난달 11일 처음 1군에 등록됐다. 마침 정철원의 페이스가 많이 떨어져 있을 때였다. 정철원은 13경기에서 6세이브를 챙기긴 했으나 평균자책점이 5.91로 매우 높았다. 정철원은 지난달 24일 2군에 내려가 27일째 1군에 오지 못하고 있다.

홍건희는 정철원이 빠지면서 다시 뒷문을 닫는 임무를 맡았다. 홍건희는 이때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기량을 뽐내기 시작했다. 18경기에서 7세이브를 챙기면서 17⅔이닝 평균자책점 1.53을 기록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홍건희가 합류한 덕분에 불펜진이 안정감을 찾았다는 말을 줄곧 해왔고, 투수조 후배들 역시 홍건희의 합류를 크게 반겼다. 지난해까지 투수 조장을 맡았던 홍건희였기에 후배들은 의지할 선배가 생긴 것만으로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투수조 맏형 김강률까지 가세하면서 두산은 5월 들어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두산은 5월 성적 10승4패2무로 1위에 오른 덕분에 시즌 성적 26승21패2무를 기록하면서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정철원이 흔들릴 때 홍건희가 제때 합류하지 못했다면, 반등은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홍건희는 부상으로 답답했던 시즌 초반을 되돌아보며 "준비를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캠프 때 처음으로 손가락을 다쳤다. 이미 부상이 생겼는데 그때 아쉬워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빨리 회복하자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손가락 부상은 금방 나았는데, 2군에서 경기가 띄엄띄엄 있고 일주일에 한두 경기 나가다 보니까 경기 감각이나 구위가 올라오는 속도가 더뎠다. (지난 시즌까지 많이 던져서) 체력적으로 힘들다고 딱히 느끼진 않았다. 근력이 부족해서 힘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1군에 돌아온 직후 마무리투수로 기회를 다시 얻으면서 마음을 더 단단히 먹었다. 지난해처럼 마무리투수 보직을 도중에 내려놓는 일을 반복하고 싶지 않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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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건희는 "(마무리투수를 내려놓고) 많이 아쉬웠다. 내가 확실히 틀어막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기 때문에 교체가 됐다고 생각한다. 올해 다시 마무리투수를 맡고 있지만, 한번 더 그런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난해 경험이 있기에 잘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또 열심히 달려볼 생각"이라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정)철원이가 마무리투수를 하다가 페이스가 안 좋아서 내가 중간에 맡게 됐다. 내가 처음부터 마무리투수가 아니면 안 된다 이런 마음은 아니었다. 그냥 빨리 페이스를 올려서 어느 자리에서든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1군에 올라왔다.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생각보다는 빨리 마무리투수를 맡게 됐는데, 다행히 지금 컨디션도 좋고 더 책임감을 갖고 집중하다 보니 결과도 따라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본인 없는 동안 고생한 동료들의 몫을 덜어주고 싶은 마음도 컸다. 홍건희는 "2군에서 경기를 계속 챙겨봤다. 그동안 불펜에서 많이 던졌던 투수들은 당시 다 2군에 있었고, 새로 경험해야 하는 친구들이 주로 자리를 잡고 마운드에 오르고 있었다. 초반에 경기 결과가 아쉬울 때는 나도 솔직히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더라. 투수조 고참으로서 같이 이끌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미안한 마음을 안고 있다가 1군에 올라왔다. 그래도 생각보다 분위기는 좋다고 들었었는데, 이제 고참 형들이 없다 보니까 운동 분위기도 조금 안 살고 그랬다고 하더라. 나랑 (김)명신이, (김)강률이 형이 이렇게 와서 자리를 잡아주면서 힘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홍건희와 김명신은 후배 투수들에게 따로 밥을 사주면서 사기를 북돋워 주기도 했다.

홍건희는 실력으로 시즌 끝까지 마무리투수 자리를 지키는 것을 목표로 달리려 한다. 그는 "당장은 마무리투수를 내가 하고 있지만, (김)택연이가 워낙 좋다. 언젠가는 마무리투수를 욕심낼 만큼 그런 자질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택연이랑 나도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나기를 바라야 한다. 나는 후배들 앞길을 밟아가면서 내 자리를 지키고 싶은 그럼 마음은 조금도 없다.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자리를 지켜 나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두산은 상승세를 타는 동안에도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의 부상 부재와 불안정한 국내 4, 5선발 탓에 불펜에 꽤 과부하가 걸려 있다. 홍건희는 일단 알칸타라가 선발 로테이션에 돌아올 때까지 투수조 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잘 끌고 가 보려 한다.

홍건희는 "택연이, (최)지강이, (이)병헌이 등 어린 투수들을 보면 뿌듯하다. 이 투수들이 잘했으면 좋겠고, 내가 함께 같이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올해는 후배들을 잘 이끌면서 지난해는 시즌 끝까지 지키지 못했던 마무리투수 보직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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