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나승우 기자) 베르너가 베르너했다.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티모 베르너가 손흥민이 킬패스로 만들어 준 일대일 기회를 허망하게 날려버렸다.
토트넘은 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2023-24시즌 프리미어리그 27라운드 홈 맞대결서 3-1 역전승을 거뒀다. 에베레치 에제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베르너, 크리스티안 로메로, 손흥민의 연속골이 터지며 승부를 뒤집었다.
승점 3점을 얻은 토트넘은 15승5무6패, 승점 50으로 리그 5위를 유지했다. 팰리스는 7승7무13패, 승점 28을 기록하며 리그 14위에 머물렀다.
이날 최전방 원톱으로 출전한 손흥민은 2-1로 앞서던 후반 43분 승부에 쐐기를 박는 3번째 골을 넣었다. 브레넌 존슨의 패스를 받아 약 30m를 전력 질주한 뒤 일대일 기회에서 오른발로 가볍게 마무리했다. 이번 시즌 자신의 리그 13번째 골이자 두 달 만에 터진 득점포였다.
사실 손흥민은 득점에 앞서 도움 하나를 기록할 수 있었다. 0-0으로 팽팽하던 전반 18분 팰리스 공격을 끊어낸 후 손흥민이 달려가는 베르너를 향해 환상적인 킬패스를 찔러줬다. 베르너는 팰리스 수비보다 앞서 있었지만 아직 하프라인을 넘기 전이었기 때문에 오프사이드가 적용되지 않았다. 베르너는 훌륭한 터치로 공을 잡아놓은 후 빠르게 골문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베르너가 베르너했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의 마무리였다.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골키퍼까지 제친 후 빈 골대에 넣으려는 계획이었으나 제대로 되지 않았다. 베르너는 골키퍼 오른쪽을 돌아들어갔지만 골키퍼가 끝까지 따라가 베르너의 슈팅을 팔로 막아냈다. 흘러나온 공을 다시 잡아 크로스를 올렸지만 팰리스 수비가 터치라인 바깥으로 멀리 걷어냈다.
명백한 득점 기회를 놓친 베르너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환상적인 패스를 찔러준 손흥민은 베르너에게 다가와 가볍게 뒤통수를 때리며 격려했다.
베르너는 선수 생활 내내 골 결정력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다. 과거 첼시에서도 뛰었던 베르너는 2시즌 동안 리그 10골에 그쳤다. 독일 라이프치히 시절부터 정확한 침투 타이밍, 라인 브레이킹 능력은 강점으로 평가 받았지만 이후 마무리지어야 할 결정력에 발목 잡히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첼시 시절 베르너는 "때로는 팬들이 왜 나를 응원해주는지 모르겠다. 난 스트라이커지만 득점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스스로를 깎아내리며 골 결정력 부족에 대해 인정하기도 했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 토트넘에 합류한 후에도 리그와 FA컵을 더해 6경기 동안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도움 2개만 기록하고 있었다. 영국 토크스포츠는 "베르너는 (토트넘에 온 후) 다섯 경기를 뛰었다. 단기간이긴 하지만 그가 과거 첼시에서 보였던 모습과 약간 다르다. 더 나빠졌다"라며 첼시 시절보다 더 심각한 결정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르너는 이후 0-1로 끌려가던 후반 32분 존슨의 땅볼 크로스를 받아 동점골을 넣었다. 토트넘 소속으로 7번째 경기만에 첫 골을 넣은 베르너는 기쁨에 차 왼쪽 코너플래그 방향으로 달려가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하지만 동료들이 축하해주러 오지 않자 홀로 하프라인으로 달려갔다.
경기 후 베르너는 토트넘 구단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첫 골을 넣은 소감에 대해 "전반전에 정말 큰 기회를 놓쳤다. 그래도 동료들은 내게 '계속 나아가야 한다'라고 말해줬다"라며 "덕분에 내가 후반전에 골을 넣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지적하지 않는 동료들이 있다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동료들이 날 지지해 줬고, 정말 큰 도움이 됐다"라고 실수를 나무라지 않은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사실 골 넣고 세리머니를 하고 싶었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 걸 보고 1-1 상황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바로 다시 하프라인으로 뛰어갔다"라고 씨익 웃었다.
이 경기 전까지 영입 실패라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던 베르너는 팰리스전 득점포로 반전 계기를 마련했다. 올 여름 임대 계약이 종료되는 베르너가 남은 시즌 활약을 통해 완전 이적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나승우 기자 winright95@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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