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1 10개 구단 감독들이 2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우승 트로피를 앞에 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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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잔디 걱정하고 있어?”(홍명보 울산 HD감독)
“자리는 영원하지 않다. 조심해라!”(박태하 포항 스틸러스 감독)
미디어데이 행사의 백미는 ‘독설’이다. 26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시즌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도 감독들은 어김없이 ‘도발성 멘트’를 요청받았다. 다음달 1일 공식 개막전에서 맞붙는 홍명보 감독과 박태하 감독은 현역 시절 포항에서 10년이나 같이 뛴 절친한 사이다. 게다가 울산과 포항의 맞대결은 K리그에서 역사 깊은 ‘동해안 더비’다. 그러니 설전은 더더욱 숙명이다.
홍 감독은 “박 감독이 아까 저에게 ‘(개막전이 열릴 울산문수)경기장 잔디가 안 좋은 것 같다’고 말해서 ‘지금 잔디 걱정하고 있어?’ 라고 얘기했다”며 이를 답변으로 가름했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홍 감독이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포항에서 함께 뛸 때 홍 감독 자동차 번호까지 기억한다”며 차 번호를 또박또박 말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그는 이어 홍 감독을 향해 “자리는 영원하지 않다. 조심해라”라고 진짜 ‘독설’을 내뱉았다.
독설은 사제지간도 피해가지 못했다. 윤정환 강원FC 감독은 스승인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을 향해 “사실 감히 스승님을 깔 수는 없죠”라고 운을 뗐다. 하지만 곧 “김 감독님이 섬(제주도)에서 오시고, 고향도 강릉이시다. 고향에 오셔서 (이길 생각 말고) 조용히 시합만 하고 가셨으면 좋겠다”고 도발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강원이 지난 시즌 아픔(승강 플레이오프)을 겪으면서도 윤 감독 아래 하나로 잘 다져졌다”고 칭찬했다. 그러나 곧이어 “잘 다져진 팀을 우리가 가서 휘저어 주겠다”고 대응했다.
지난 시즌 3위 돌풍의 팀을 이끈 이정효 광주FC 감독과 이번 시즌 돌풍이 예상되는 팀으로 가장 많이 꼽힌 김기동 FC서울 감독은 가장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이 감독은 “김 감독 말을 먼저 듣고 말하겠다”고 신경전을 폈다. 김 감독이 “그날(3월1일 개막전) 경기 흐름은 당신의 의도대로는 안될 거예요”라고 말하자, 이 감독은 “첫 경기에서 상식 밖의 행동은 하지 않겠다. 다만 상식 밖의 생각만 하겠다”고 다소 철학적인 말로 대응했다.
한편, 올 시즌 K리그1으로 승격한 정정용 김천 상무 감독은 “충성!”이라고 경례를 해 웃음을 자아냈다. 옆에 있던 김현욱은 “저보다 감독님이 경례를 더 잘하셔서 당황스럽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프로축구 K리그1 10개 구단 감독과 대표 선수들이 2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4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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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스틸러스에서 김기동 감독을 영입하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던 제시 린가드를 데려온 서울은 다른 팀 감독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렸다. ‘돌풍을 일으킬 팀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서울은 K리그1 12팀 감독 중 5명(복수응답 포함)한테서 선택받았다. 김은중 수원FC 감독은 “(돌풍이라는 것은 명문 구단)FC서울과 어울리지는 않지만 올 시즌 영입을 튼튼하게 잘했고, 린가드라는 걸출한 선수도 데려왔다”고 설명했다. 김학범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김기동 감독이 아마도 좋은 색깔을 보여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에 이어 제주가 4명의 감독한테서 돌풍이 예상되는 팀으로 꼽혔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제주 김학범 감독님의 경험과 전술, 카리스마로 좋은 모습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칭찬했다.
서울은 돌풍을 넘어 우승후보로까지 꼽혔다. 조성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등 4명은 울산과 전북 현대의 양강 구도에 서울까지 ‘3강 구도’를 점쳤다. 김학범 감독은 여기에 광주를 추가해 ‘4강’을 예상했고, 단 페트레스쿠 전북 감독은 포항과 이민성 감독의 대전 하나시티즌을 넣어 ‘6강’을 내다봤다.
2024시즌 K리그1 1라운드는 3월 1일 울산과 포항, 전북과 대전 경기를 시작으로, 2일에는 광주와 서울, 인천과 수원FC, 강원과 제주, 3일에는 대구와 김천이 맞붙는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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