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2차전 통해 본 과제
축 처진 어깨 - 20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 요르단전을 2대2 무승부로 마친 뒤 손흥민(7번)과 김민재(4번), 안드레아스 헤어초크(가운데) 대표팀 수석코치가 아쉬워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 요르단 밀집 수비와 역습에 내내 고전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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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23·파리 생제르맹)이 공을 잡으면 요르단 수비수 2~3명이 달려들었다. 이강인은 무리하게 개인기를 부리다 공을 뺏기거나 수비수들 압박에 소득 없이 주변 다른 동료에게 공을 넘겨주곤 했다. 요르단은 지난 바레인전(3대1 승)에서 2골을 넣으며 활약한 이강인을 집중 견제했다. 작정하고 나온 듯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20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2대2 무승부를 거뒀다. 그나마 1-2로 끌려가다 후반 추가 시간 황인범(28·즈베즈다)이 골문 앞에서 때린 슛이 상대 수비수 발에 맞고 꺾이면서 행운의 동점 자책골이 됐다. 낙승을 거둘 것이란 예상이 무색한 결과였다.
한국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는 23위. 요르단은 87위다. 한국에는 손흥민(32·토트넘), 김민재(28·바이에른 뮌헨), 이강인 등 유럽 무대를 주름잡는 선수들이 적지 않지만, 요르단에는 무사 알 타마리(27·몽펠리에)를 제외하고는 유럽파가 없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양상은 전력 분석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한국은 전반 9분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얻어낸 뒤 직접 성공하면서 기세를 타는가 했지만, 전반 37분 박용우(31·알 아인)의 자책골에 이어 요르단 알 나이마트(25·알 알리)에게 기습적인 중거리 슛을 얻어 맞고 1-2로 뒤진 채 전반을 끝냈다.
후반 들어서도 답답한 공격 전술은 변화가 없었고, 중원에서 최전방까지 한 번에 횡단하려는 장거리 패스는 부정확하고 효과적이지 않았다. 축구 통계 매체 소파 스코어에 따르면 한국이 시도한 52회 긴 패스 성공률은 50%에 불과했다. 최전방 공격수 조규성(26·미트윌란)은 공중볼 경합에서 번번이 밀렸다. 4번 날아올라 0번 공을 따냈다. 손흥민이 최전방에서 중원까지 내려와 공을 몰고 올라가려 했지만 그 역시 밀집 수비에 자주 막혔다.
결과적으로 특정 선수 기량에 의존하던 클린스만호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손흥민과 이강인 두 수퍼 듀오가 활약하면 지난해 10월 베트남(FIFA 94위)전처럼 6대0 대승을 거둘 수 있지만, 이들이 주춤하면 요르단(87위)에도 쩔쩔맬 수 있다. 한준희 축구 해설위원은 “요르단전처럼 전반적으로 선수들 컨디션이 저조한 날에는 조직적이고 유기적으로 풀어가야 하는데, 그런 쪽으로 해법을 찾지 못했다”며 “단조로운 공격으로 일관한 경기였다. 이렇게 우리가 하던 식으로만 하면 상대가 점점 예측하기 쉬워진다. 공격 방식이 더 다양해져야 한다”고 했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해 9월부터 이어온 A매치 7연승 행진도 마감했다. 이날 요르단전에서 승리했다면 조기 16강 진출 확정과 조 1위로 올라설 수 있었지만, 무승부로 끝나면서 16강전 상대가 안갯속으로 접어들었다. 한국은 1승 1무(골득실 +2)로 요르단(1승1무·+4)과 승점은 같지만 골득실에 밀려 조 2위를 유지했다. 바레인(-1)은 1승1패(승점 3)로 3위다.
그래픽=김현국 |
한국이 25일 말레이시아전에서 대승을 거두고 요르단이 바레인에 고전하면 조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그런데 이러면 16강에서 일본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D조 일본(1승 1패)은 지난 19일 이라크에 1대2로 져 조 2위가 유력하다. 승점이 같으면 승자승을 따지는 아시안컵 규칙상 일본이 다음 경기를 이겨서 이라크(2승)와 승점이 같아져도 조 1위가 될 수 없다. 한국이 말레이시아를 이겨도 요르단이 바레인을 크게 이기면 조 2위로 16강으로 향한다. 이러면 F조 1위를 만나는데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공산이 크다.
말레이시아에 져 최악의 경우 조 3위로 떨어지더라도 16강행은 가능하다. 이번 대회는 각 조 3위 중 성적이 좋은 4팀을 16강에 올린다. 이러면 D조 1위 이라크 또는 A조 1위 카타르를 만나게 된다.
[이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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