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우석은 지난 6일 수원 KT전에서 팀이 3-0으로 앞선 9회말 등판해 4점을 내주며 패전투수가 됐다.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8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4피안타 2볼넷으로 4실점하며 3대4 끝내기 역전패를 허용했다. 물론 마지막에 KT 황재균(36)에게 맞은 끝내기 안타는 3루수 문보경(23)의 실책성 수비가 문제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애초에 마무리투수가 3점 차에서 2점을 주고 2사 만루 위기까지 몰리며 역전 빌미를 제공했다고 봐야 한다. 이로 인해 리그 선두 LG와 2위 KT의 게임 차는 ‘5.5′로 줄어들었다. 아직 정규 시즌 1위를 확정지었다고 안심하긴 이른 상황이다.
2019년부터 LG의 ‘끝판왕’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고우석은 그동안 태극 마크도 여러 차례 다는 등 리그 최고 마무리투수로 공인받았다. 지난해 세이브왕(42개)이지만, 올 시즌엔 다소 흔들리고 있다. 시즌 전부터 부상에 신음한 고우석은 3월 열린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에선 아예 마운드에 오르지도 못했다. 팀 훈련 합류도 늦었고, 5월 한 달간 또다시 전력에서 이탈하기도 했다. 이후 복귀했지만 작년만큼 위력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고우석은 최근 10경기에서 총 9이닝을 소화하며 10실점했다.
고꾸라진 성적도 문제지만, 이날 KT전에선 뜬금없이 고우석의 ‘볼 배합’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졌다. 염경엽 LG 감독과 고우석의 최근 발언에 그의 볼 배합을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고우석이 장점인 강속구를 더 활용하되 슬라이더 등의 변화구 비율을 줄이며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선수와 직접 면담도 했다고 한다. 실제 데이터에 따르면 올 시즌 고우석의 직구 피안타율은 0.230인 반면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은 0.319로 크게 높다. 우타자를 상대했을 땐 0.367까지 치솟는다.
6일 오후 경기 수원시 장안구 KT위즈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LG 염경엽 감독이 2회초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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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은 6일 등판에선 대부분 초구에 직구를 뿌렸다. 염 감독 지시를 따른 것이다. 다만 승부를 걸어야 할 시점엔 슬라이더, 커브, 커터 등 변화구를 던지다 난타당해 결국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고우석이 지난 5일 수훈 선수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볼 배합에 관해) 하신 말씀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다만, 내가 고집이 있다”며 “감독님이 등판하기 전 ‘슬라이더가 약하다’고 말씀하셔서 끝까지 슬라이더만 던져 감독님께 보여 드려야겠다 이렇게도 생각했다. 내가 부상으로 많이 빠져 감독님이 나를 많이 못 봤기에 슬라이더가 상대적으로 더 약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말한 게 뒤늦게 알려지며 ‘항명’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고우석이 의도적으로 변화구를 통해 염 감독의 지적이 틀렸다는 걸 증명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래픽=정다운 |
이에 대해 경기를 중계한 박용택 KBS N 해설위원은 “고우석이 워낙 장난도 많고, 솔직하게 다 얘기하는 스타일이다. 가볍게 얘기한 게 상황이 공교롭게도 들어맞아 오해가 생기는 것 같다”며 “고우석은 (항명 등을 할) 그럴 선수가 아니다. 사실 이 경기에선 마지막 문보경의 실책성 플레이에 (역전패) 초점이 맞춰지는 게 더 적절하지 않은가 싶다. (황재균의 타구는) 끝내기 안타 정도는 솔직히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투수 출신인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고우석은 이 경기에서 초구로 전부 직구를 던졌고, 포수의 리드를 따라갔다”면서 “슬라이더로 안타를 맞은 것도 있지만 잡아낸 것도 있다. 특별히 다른 볼 배합을 한 것은 아닌 듯하다”라고 했다. 이어 “보통 마무리투수에겐 볼 배합과 관련한 지시가 직접적으로 있진 않다”며 “고우석의 올 시즌 구위가 특별히 나빠졌다기보단 타자들이 계속 보니 적응을 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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