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인사’ 선대본부장이 최종 수혜자
정부 신뢰 타격, 강성 체육회 자율성 훼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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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U대회) 조직위 구성 논란이 충청권 4개 시·도와 문체부, 대한체육회 3자 실무협의를 거쳐 사실상 출구를 찾았다. 문체부 관계자는 23일 “조직위 구성의 핵심 요소인 사무총장 인선은 부위원장이 사무총장을 맡는 것으로 단일화했다. 공모로 뽑힌 사무총장을 실제로 임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이달 29일에는 조직위 창립총회를 열고,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에도 출범을 알릴 예정이다. 배후에 국무조정실이 개입하면서 3월부터 4개월간 이어진 조직위 구성 논란에 마침표를 찍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해법 자체가 결함을 안고 있어 후유증은 클 것으로 보인다. 먼저 중앙·지방 정부는 일관성 없는 행정으로 신뢰의 문제에 직면했다. 강성 일변도의 체육회 또한 정치권이 개입할 길을 열어주면서, 평소 주장하던 체육회의 자치·자율의 명분을 훼손하게 됐다. 충청권 지자체는 정당 선대본부장 출신을 사무총장으로 다시 내정하면서, 스포츠 대회를 실무능력보다는 정치 논공행상의 장으로 변질시켰다는 비판을 받는다. 공모를 통해 사무총장에 선임됐던 윤강로 국제스포츠외교연구원장의 법적 대응 여부도 불씨로 남아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오른쪽)가 U대회 조직위 구성과 관련한 체육인 결의문을 문체부 체육국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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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내부 불통으로 신뢰 잃어
문체부는 2027 충청권 U대회 조직위원회 구성을 승인하는 국가기관이다. 하지만 U대회 조직위 사무총장 공모 뒤에 불거진 대한체육회의 반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대한체육회가 특정 사무총장에 대한 거부감을 강력하게 피력하면서, 문체부와 체육회의 파워게임 양상으로 비쳤지만 내부에서부터 파열음이 났다. 문체부 2차관과 장관의 불통은 대표적이다. 문체부 2차관은 5월3일 대한체육회 회장과 충청권 4개 시·도 단체장을 함께 만나 공모로 선임한 사무총장을 배제하는 등 체육회의 입맛에 맞는 내용의 조직위 구성안에 합의했지만, 그 내용을 장관이 보고받지 못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내부에서부터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이렇다 보니 문체부의 행보는 갈지자로 흔들리게 됐다. 조직위 사무총장 공모 찬성(3월)→윤강로 공모 사무총장 제외(5월3일·2차관 결정)→윤강로 사무총장 체제 고수(5월19일)→윤강로 사무총장 제외(6월22일) 등 입장이 바뀌었다. 문체부는 앞서 윤강로 사무총장 체제를 부인할 경우 사후 법적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최종적으로 윤 사무총장을 탈락시키는데 동의한 셈이 됐다.
이기흥 체육회장의 개인기, 장기적으로 득일까?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섰고, 전체 여론의 흐름을 주도했다. 자신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국제대학스포츠연맹의 파트너 자격 탈퇴’를 얘기하는 등 체육계 수장으로 도를 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6월에는 체육단체 연석회의, 체육인 결의문 문체부 전달 등 세 과시를 하거나 미디어 간담회, 종목단체 간담회 등으로 압박수위를 높이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국무조정실까지 나서 문체부에 “대한체육회 등과 긴밀히 협력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도록 환경을 조성했지만, 조직위 구성의 최종안에 대한체육회의 요구가 반영된 것은 아니다.
이 회장은 대한체육회 요직을 매개로 그동안 기재부 등 정부관료 인맥을 확장해왔다. 또 이 회장의 폭넓은 네트워크 등 개인기가 그동안 체육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 U대회 조직위 인선에서 특정인에 대한 배제나 선호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등 독선적 행보는 체육계 내부의 건강하고 합리적인 토론의 길을 사실상 봉쇄했다. U대회 조직위 구성 문제를 체육계 영역에서 해소하지 못하고 ‘윗선의 한마디’ 등 체육 바깥의 힘으로 푸는 전례가 만들어지면서, 자치·자율을 강조해온 체육회에 대한 정치권의 간섭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 개최도시로 충청권 4개 시·도가 선정되자 참석자들이 좋아하고 있다. 2027 하계세계대학경기 유치위원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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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선대위원장을 다시 사무총장에
충청권 4개 시·도는 애초 U 대회 조직위 사무총장으로 이창섭 대전시 선대본부장을 염두에 두었지만, 국제대학스포츠연맹의 반발로 무산되자 옥상옥인 상근 부위원장직을 만들고 그를 부위원장에 앉혔다. 사무총장도 새로 공모했고, 윤강로 총장은 3월말 창립총회까지 주재했다. 그럼에도 대한체육회가 “공모에 대한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거부감을 보이자 우왕좌왕했고, 자신들이 뽑은 윤강로 사무총장을 내치기에 이르렀다. 반면 U대회 조직위 구성 논란을 촉발했던 이창섭 부위원장은 이제 조직위 사무총장직도 겸할 것으로 보인다. 온갖 혼란 속에 돌고 돌아 최대 수혜자가 됐지만 국제대회 운영 경험 측면에서 그가 적격자인지 여부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3년밖에 남지 않은 U대회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처럼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지는 못하지만 사무총장은 시설이나 정보통신, 자원봉사, 안전, 마케팅, 선수단 출입국 등 모든 부문을 통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충청권 지자체는 뚜렷한 이유 없이 공적인 절차를 거쳐 뽑은 윤강로 사무총장을 해촉하게 되면서 정부 권위를 실추시켰고, 앞으로 손해배상 등을 감수해야 한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지난 4개월간의 논란이 윤강로 한 사람만 아웃되면 다 정리되는 것처럼 돼버렸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를 객관적으로 다루는 게 아니라, 모두 자기 이익 챙기겠다고 나선 것의 결론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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