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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등생’ 휴스턴과 ‘열등생’ 필라델피아가 펼치는 왕좌의 게임 [이창섭의 MLB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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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한국시각) 시작되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2022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공인구. UPI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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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메이저리그가 대장정의 종착역에 들어섰다. 12개 팀이 참가한 포스트시즌도 단 두 팀만이 남았다. 아메리칸리그의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내셔널리그의 필라델피아 필리스다.

휴스턴은 ‘포스트시즌 전문가’다. 2017년 이후 6년 연속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 올랐고, 이 가운데 4번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만들어냈다. 포스트시즌 단골손님을 넘어 월드시리즈 단골손님이다.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나도 여전히 강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시즌 역시 엘에이(LA) 다저스와 더불어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다저스가 허무하게 탈락한 반면, 휴스턴은 파죽지세(7연승)로 월드시리즈까지 올라왔다. 심지어 단 한 경기도 패하지 않았다.

필라델피아는 ‘이변의 주인공’이다. 이번 포스트시즌은 ‘언더독의 가을’이라고 불릴 만큼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그 정점을 찍은 팀이 바로 필라델피아다.

휴스턴은 5월12일 이후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를 놓친 적이 없었다. 평탄한 정규시즌이었다. 하지만 필라델피아는 굴곡이 있었다. 5월까지 성적이 21승29패로 승률이 5할도 되지 않았다. 조 지라디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해고되면서 팀 분위기가 더욱 어수선했다. 벤치 코치였던 롭 톰슨이 지휘봉을 잡은 뒤 빠르게 팀을 재정비한 것은 기적이었다. 그러면서 6월 이후 66승46패를 기록하고 포스트시즌 막차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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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은 단기전에서 더 돋보이는 야구를 펼친다. 단기전에서 중요한 수비와 불펜, 주루에서도 상대를 압도했다. 특히 정규시즌 평균자책점 전체 1위(2.80)였던 불펜은 포스트시즌에서도 33이닝을 3자책(평균자책점 0.82)으로 막아내고 있다. 마무리 라이언 프레슬리를 중심으로 라파엘 몬테로와 헥터 네리스, 브라이언 아브레우 등 누가 나와도 자기 역할을 해줬다.

필라델피아는 정규시즌 불펜 평균자책점이 4.27로 전체 23위에 불과했다. 포스트시즌은 지금까지 선전(평균자책점 3.19)하고 있지만, 바람 앞의 등불이었다. 톰슨 감독도 “우리 팀은 9회에 나오는 투수가 있을 뿐, 마무리는 없다”고 인정했다. 월드시리즈에서도 불펜 운영은 상황에 맞는 기지가 발휘되어야 한다.

필라델피아의 또 다른 불안 요소는 수비다. 1루수 리스 호스킨스와 3루수 알렉 봄은 잊을만하면 실책을 저질렀다. 실책이 또 다른 실책을 유발하면서 후폭풍이 심각했다. 필라델피아는 코너 내야수뿐만 아니라 코너 외야수도 위태롭다. 좌익수 카일 슈와버와 우익수 닉 카스티야노스는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시한폭탄이다. 수비로 인한 실점 방지를 알 수 있는 디펜시브런세이브(DRS)에서 슈와버는 마이너스 14, 카스티야노스는 마이너스 9로 모두 외야수 하위권이었다. 그동안은 수비에서 넘겨준 흐름을 공격으로 되찾았지만, 빈틈을 잘 보이지 않는 휴스턴을 상대로 이 요행수가 통할지는 의문이다.

두 팀은 감독마저 극과 극이다. 백전노장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이번에야말로 무관의 제왕을 벗어나길 기대한다. 뜻하지 않게 감독을 맡은 톰슨 감독은 첫 시즌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 이력을 새길 수 있게 됐다. 베이커가 노련함에서는 한 수 위지만, 필라델피아의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끈 톰슨의 승부사 기질도 무시할 수 없다.

필라델피아가 시리즈를 대등하게 가져가려면 역시나 타선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가을에 고개를 숙였던 에런 저지와 달리 브라이스 하퍼는 무시무시한 타격감(포스트시즌 11경기 타율 0.419)으로 가을을 지배하고 있다. 하퍼와 슈와버, 호스킨스, J T 리얼뮤토 등으로 구성된 타선은 휴스턴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반대로 휴스턴은 하퍼와 슈와버 두 왼손 타자를 돌려세울 왼손 투수가 보강되어야 한다. 챔피언십시리즈는 선발 프램버 발데스가 유일한 왼손 투수였지만, 월드시리즈는 왼손 불펜 자원 윌 스미스가 힘을 보태줘야 한다.

객관적인 전력은 단연 휴스턴이 우세하다.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는 휴스턴은 팀 자체가 강력하다. 하지만 필라델피아는 모든 불리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팀이었다. ‘우등생’ 휴스턴과 ‘열등생’ 필라델피아의 특별한 월드시리즈는 29일부터 시작된다.

이창섭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pbbl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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