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8 (월)

이슈 스포츠계 사건·사고 소식

[취재파일] 스포츠윤리센터 '채용 비리' 논란의 나비효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티비뉴스=정형근, 박대현, 배정호 기자] 2020년 8월 체육계 비리와 인권침해 근절을 위해 출범한 스포츠윤리센터가 신고자들의 '2차 피해'와 채용 비리 논란, 내부 불화로 파열음을 낳고 있다.

뼈를 깎는 자정 노력으로 채용 과정을 둘러싼 모든 의혹을 털고 설립 취지를 되새기는 '재출범에 가까운'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범 1년 5개월여가 흐른 지금도 채용 비리 논란은 그칠 기미가 없다. 부정 채용 의혹의 당사자가 측근 발탁을 위해 공채 심사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잘못 낀 '첫 단추'의 폐해…고스란히 체육인의 눈물로

잘못 낀 첫 단추가 설립 3년 차를 맞은 현시점에 이르기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하키계 ‘미성년자 폭행·폭언 사건'이 대표적이다.

용인 소재 대학 하키부 선수들은 중학 시절 지도자에게 당한 폭행·폭언과 이로 인한 심리적 외상을 고발하기 위해 스포츠윤리센터 설립 직후 신고했다.

이들은 “스포츠윤리센터가 고(故) 최숙현 사건 이후 출범했기 때문에 설립 취지를 믿고 신고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피해 선수들의 믿음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다. 신고 직후 피해 선수들은 심각한 2차 피해에 시달렸다. 신고 후 일주일 만에 신분이 노출됐고, 학교 기숙사에서도 쫓겨났다. 단체 훈련도 참가할 수 없었다. 조사가 계속 지연되면서 신고를 철회하는 선수도 생겨났다.

2차 피해는 신고하지 않은 일반 선수에게로 번졌다. 폭력 지도자가 학교를 떠난 이후 하키부는 정상적으로 훈련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신고 후 1년 5개월이 지난 현재도 마찬가지다. 지도자 없이 개인 훈련을 하고, 운동을 그만두는 선수까지 생겨나는 등 각종 불이익에 신음하고 있다. 스포츠윤리센터발 ‘2차 피해’는 아직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스포츠윤리센터 신고자의 '2차 피해'는 인재(人災)…1년 5개월 지나도 미해결

스포츠윤리센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인재(人災)로 분류했다. 제대로 꿰지 못한 첫 단추의 병폐는 고스란히 피해 선수들이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키부 폭행 사건을 총괄한 부서 책임자가 A실장, 일선 담당이 B조사관이다. 둘은 센터 내 대표적인 채용 비리 의혹 당사자"라며 "이들은 사건을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신고자의 2차 피해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 보통 3개월 안에 사건을 처리하는 게 (일반적인) 센터 규정이다. 해당 사건이 2020년 9월 접수됐으니 원래는 아무리 늦어도 12월 초엔 종료가 돼야 했을 사안이다. 제때 매듭지었으면 여러 후유증을 경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스포츠윤리센터가 7개월이 넘도록 하키부 폭행 사건 종결에 실패하자 대한하키협회가 지난해 3월 스포츠공정위를 선제적으로 열어 ‘자격정지 3년’ 징계 처분을 내렸다.

체육계 인사는 "센터의 의미는 조사를 공정히 해 해당 종목협회에 징계를 요청하는 것"이라면서 "종목단체에서 먼저 징계를 내려버리면 (센터에서) 7개월 넘게 조사한 의미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센터의 존재 의미가 불투명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한체육회가 '징계 관할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대한하키협회의 징계를 무효 처리하자 스포츠윤리센터에서 심의할 기회가 생겼다. 윤리센터는 경기도체육회에 ‘중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수원시체육회와 경기도체육회 스포츠공정위가 이 사건을 다시 다룬 결과 자격정지 3년은 오히려 1년으로 감경됐다.

스포츠윤리센터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하키부 이슈뿐 아니라 B조사관이 맡은 다른 사건들도 계속해서 2차 피해 호소가 나오고 있다. (B조사관과 A실장) 두 사람은 스포츠에 일자무식이다. 체육계 생리를 전혀 모른다. 그러니 감독과 선수의 관계, 기숙사 생활, 국가 대표 선발 등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떨어진다. 하키부 사건을 둘러싼 난맥상도 그 연장선상"이라고 덧붙였다.

◆A실장의 반박 “체육계 생리 몰라도 전혀 문제없다”

A실장은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관련 비판을 모두 부인했다. "사실 하키부 건은 (지난해) 1월에 조사가 다 끝났다. 다만 2차 피해 실태가 새롭게 나와 추가 조사를 했던 것"이라며 "여기에 (지난해 3월) 심의를 검토하던 중 대한하키협회가 공정위를 꾸린다고 발표해 우리로선 일단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스포츠 인권 및 행정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스포츠 쪽 경험이라는 게 대체 뭔가. 오히려 여기서 느낀 건 '스포츠를 너무 잘 알면 (가해자들에게) 물들 수도 있겠구나'였다. '이게 무슨 문제야' 하며 넘어갈 여지가 오히려 높은 거다. 체육 계통 경험이 없다는 게, 스포츠 분야 생리를 모른다는 게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B조사관에 대한 질문에 현 사무국장과 A실장은 “중요한 건들이 B조사관한테 많이 가 있었다. 누구도 그 사람의 업무능력을 재단하면 안 된다. 업무의 부담도 많이 갖고 있었고, 본인의 개인적 고충도 있었다. 그런 것을 해소해 나가면서 조사하는 것이다. 나름대로 B조사관도 최선을 다해서 했다”고 설명했다.
스포티비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윤리센터 지난해 12월 조직 개편…사라진 ‘인권진흥실’

지난해 스포츠윤리센터에 투입된 예산만 약 53억 원에 이른다. 윤리센터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빈약한 지원과 인원 부족이 거론돼 올해는 61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된다.

스포츠윤리센터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윤리센터 내 조사관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그런 문제가 아니다. 국가인권위나 경찰과 비교하면 인당 맡은 사건이 훨씬 적다. 근본적인 문제는 A실장이다. 수사 지휘를 아예 안 한다. 의지가 전혀 없다. B조사관이 맡은 하키와 양궁, 핸드볼, 철인3종 등 사건은 계속해서 문제가 불거졌다. 센터로 1인 시위를 하러 나오는 사람들도 생겼다. A실장과 B조사관을 형사 고발했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왔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해 12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인권진흥실 내 인권대응팀이 사라지면서 ‘인권 조사’의 기능은 조사실이 전담하게 됐다. 인권진흥실은 ‘정책실’이 됐고, 정책실은 신설 사업기획팀과 교육홍보팀으로 구성됐다.

‘인권 전문가’로 데려온 A실장은 ‘인권’이 빠진 정책실의 실장이 됐고, B조사관은 경기지역사무소 조사관으로 발령 났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설립 이후부터 '전문성 부족'을 꾸준히 지적받았다. 그런데 설립 당시 본인의 지원 분야 및 경력과 맞지 않는 곳에서 근무하는 부서장도 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스포츠윤리센터 ‘채용 비리’ 의혹 전면 부인…“문체부에서 주관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윤리센터는 “현 사무국장과 A실장, B조사관이 설립 당시 채용 과정에서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설립 당시 채용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했다”고 반박했다.

문체부 감사실은 지난해 스포츠윤리센터 감사를 통해 윤리센터 실무지원단 2명에게 각각 감봉과 견책 처분을 내렸다. 문체부는 감사 과정에서 사무국장과 A실장 등에 대한 조사는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문체부 유병채 체육국장은 “스포츠윤리센터 출범 당시 채용 부분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채용 과정에 일어난 상황에 대해 미비한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체부 산하 윤리센터는 ‘채용은 문체부가 주관해서 우리는 문제가 없다’는 식의 ‘황당한’ 답변을 내놓은 셈이다.

A실장의 측근 채용 비리 의혹에 대해 윤리센터는 “사무국장이 내부 직원들의 인사위원회 개최 요청을 당시 이사장 직무대행(고려대 류태호 교수)에게 보고한 사실이 있다. 이사장 직무대행은 ‘내가 책임지겠으니 지시대로 하라’고 했고, A실장의 면접점수를 제외하고 합격자를 선발하는 후속 조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고려대 류태호 교수는 스포티비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얘기 하고 싶지 않다. 그 쪽(스포츠윤리센터)은 너무 복잡하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당시 스포츠윤리센터를 담당한 문체부 관계자는 “(채용 합격) 발표 날로 기억하는데 윤리센터 관계자가 최종 발표를 하려고 보니 '제척 기피‘ 문제를 발견했다. (C가 처음 지원했을 땐) 제척 기피를 했는데 두 번째 지원에선 제척 기피를 안 했다고 말해서 그때 나도 조언은 건넸다. '지금 채용 때문에 계속 논란을 빚어왔는데 (이런 사안은) 정확하게 내부적으로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논란이 발생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2020년 10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스포츠윤리센터의 ‘채용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원 감사’를 요구했다. 당시 감사원 감사는 이뤄지지 않고 문체부 감사로 이어졌지만 감사 결과에 비판이 쏟아졌다.

1년이 지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스포츠윤리센터의 부정 채용 의혹에 대해 ‘감사원 감사’ 청구를 국회 상임위에 요구했다.

스포츠윤리센터에 몸담았던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가 이뤄져야 모든 채용 비리 문제가 제대로 밝혀질 수 있다. 문체부 감사는 채용 비리 당사자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마무리됐다. 제 식구 감싸기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채용 비리 문제를 털어내고 스포츠계 인권과 폭력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고 전했다.

-관련 기사-

<반론보도> 스포츠윤리센터 채용비리 의혹 기사 관련

1. [단독] 공정 외친 스포츠윤리센터의 '민낯'…뒤바뀐 합격자·셀프채용 이어 '측근 발탁' 시도까지('21.12.28)
2. [취재파일] 스포츠윤리센터 '채용 비리' 논란의 나비효과 ('22.1.10)


위 기사에 대해 재단법인 스포츠윤리센터는 "2020.8 이후 직접 실시한 각 채용절차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기타 공직 유관단체 공정채용 실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였으며, 위법·불법행위는 없었고, 윤리센터 설립 전후의 직원 채용과 관련하여 특정인의 부적절한 영향력 행사 및 부정채용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또 윤리센터는 "설립취지에 따라 주어진 업무를 차질없이 수행하고 있다."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