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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WBC도 프리미어12도 1라운드 탈락, 참사 맞나?…'세계 6위' 재확인, 류중일호 흔들면 안 되는 이유[SPO 타이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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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타이베이(대만), 김민경 기자] 한국야구대표팀이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2년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예상치도 못했던 호주에 패해 끝내 발목을 잡히더니 올해 프리미어12에서는 난적 대만에 패한 여파로 고개를 숙였다.

한국은 17일 휴식일을 보내다 '2024 프리미어12' 1라운드 조별리그 B조에서 탈락했다. 이날 일본-쿠바, 대만-호주의 경기가 열렸는데, 일본 또는 대만이 져야 슈퍼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계산할 수 있었는데, 일본은 쿠바에 7-6, 대만은 호주에 11-3 대승을 거뒀다. 일본은 4전 전승으로 B조 1위를 확정했고, 대만은 3승1패로 2위를 확정했다. 18일 한국이 호주전에서 이기고, 대만이 쿠바전에서 지면 똑같이 3승2패가 되지만, 승자 승 원칙에 따라 대만이 2위를 차지한다. 한국이 지난 13일 대만에 3-6으로 패했기 때문.

프리미어12는 WBC보다는 낮은 단계의 대회로 분류된다. WBC는 메이저리그사무국이 주최하는 대회라 각국의 메이저리거들이 총출동한다. 나라별 메이저리거 보유 수에 따라 전력 차이가 클 수밖에 없고, 메이저리거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미국과 일본 등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다. 한국은 2013년부터 2017년, 2023년까지 3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특히 2023년 대회는 호주, 일본, 체코, 중국 등과 한 조에 속해 일본과 한국이 당연히 8강에 진출할 줄 알았는데, 한국은 호주에 7-8로 석패하는 바람에 2승2패에 그쳐 조 3위로 탈락했다.

WBC는 늘 세계의 높은 벽을 절감하게 했지만, 야구 변방국으로 분류됐던 호주에 패한 것은 한국에도 큰 충격을 안긴 사건이었다. KBO 차원에서 전력강화위원회를 꾸리고 국가대표팀만 전담할 수 있는 인원을 확보하면서 대회마다 연속성을 갖고 선수들을 선발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또 KBO는 KBO리그에 ABS(자동볼판정시스템)와 피치클락 등을 도입하는 노력으로 세계 야구와 거리를 좁히려 했고, 미국 메이저리그팀과 평가전, 쿠바와 평가전 등을 마련하면서 대표팀 선수들이 세계 야구를 접할 기회를 늘리는 데 주력했다.

프리미어12는 그런 의미에서 KBO가 지난 1년 동안 대표팀 전력 강화를 위해 쏟아부은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첫 국제대회였다. KBO는 류중일 대표팀 전임 감독을 선임하고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를 치르면서 '세대교체'를 모토로 삼았다. 국제대회 단골손님이었던 김광현(SSG) 양현종(KIA) 양의지(두산) 김현수(LG) 박병호(삼성) 등 베테랑들이 지난해 WBC를 끝으로 대거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고, KBO는 20대 초중반 젊은 선수들 위주로 전력을 꾸려 2026년 WBC, 2028년 LA올림픽까지 멀리 내다보고 이들을 키울 계획을 세웠다. 당장의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일본야구대표팀인 '사무라이재팬'처럼 장기적 목표를 세워 움직이자는 데 뜻이 모인 결과였다.

류중일 감독은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작년 아시안게임부터 국가대표 세대교체를 이루려 했다. 이번 프리미어12는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의 장이 될 것이다. 2026년 WBC, 2028년 올림픽까지 내다보고 가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대표팀의 간판타자였던 김도영(KIA)은 "작년과는 다른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프리미어12가 작년에 나갔던 APBC보다는 큰 대회라는 느낌을 받아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대만과 미국, 일본 등) 언론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지난해 국제대회 경험을 토대로 이번 대회에서 기량을 뽐내고 싶은 마음이 커 보였다.

하지만 세계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참사라고 하기에는 순리대로 흘러갔다. 세계랭킹 1위 일본과 공동 2위 대만이 B조 1, 2위를 차지하면서 슈퍼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A조에서는 세계랭킹 4위 베네수엘라(4승1패)와 5위 미국(3승2패)이 1, 2위로 슈퍼라운드에 진출했다. 이변이라면 공동 2위인 멕시코가 2승3패로 A조 4위에 그쳐 탈락한 정도였다. 세계랭킹 6위 한국은 현주소를 받아들여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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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와 프리미어12 모두 1라운드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였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그래도 그동안 젊은 선수들이 국제무대를 경험한 성과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자욱(삼성) 강백호(kt) 김혜성(키움) 등이 이탈하면서 타선의 화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국은 김도영 원맨팀이 아니었다. 김도영을 비롯해 홍창기 박동원 문보경 신민재(이상 LG) 박성한(SSG) 나승엽(롯데) 최원준(KIA) 등이 골고루 활약하며 공격에 다양성을 더했다.

중간 투수들은 일본과 대만 타선에도 쉽게 밀리지 않으면서 국제 경쟁력을 어느 정도 확인했다. 박영현 소형준(이상 kt) 최지민(KIA) 김서현(한화) 유영찬(LG) 이영하(두산) 등이 꽤 탄탄한 불펜진을 구축했고, 정해영 곽도규(이상 KIA) 김택연(두산) 조병현(SSG) 등은 정규시즌 때와 비교해 구위가 떨어진 여파로 불의의 일격을 당하긴 했으나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숙제는 국가대표 에이스를 맡을 젊은 투수들을 가능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문동주(한화) 원태인(삼성) 손주영(LG) 박세웅(롯데) 등이 부상과 군사훈련 등을 이유로 이번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을 때부터 꾸준히 언급된 문제였다. 류 감독은 고심 끝에 곽빈(두산)-고영표(kt)-최승용(두산)-임찬규(LG)로 4선발을 꾸렸는데, 곽빈이 4이닝으로 그나마 가장 긴 이닝을 버텼고 임찬규는 3이닝, 고영표는 2이닝, 최승용은 1⅔이닝에 그치면서 불펜 과부하로 이어졌다.

류 감독은 한일전에서 한국 타선에 삼진 17개를 뺏은 일본 마운드를 인정하면서 "앞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선발투수를 조금 더 키워야 한다. 일본 투수들은 중간 투수들이 정말 좋다. 오늘 8회에 나온 투수(후지히라 쇼마) 등 삼진을 잡아낼 수 있는 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부럽다"며 국제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마운드를 더 높이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상 선수들이 건강히 돌아오고, 이번에는 불펜으로 합류한 소형준이 건강히 다시 선발투수로 복귀하면 한국 젊은 선발투수들도 그리 약하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대신 지금 대표팀 주축 세대보다 더 어린 세대의 에이스급 투수를 발굴하는 노력을 KBO리그 차원에서 계속해서 이어 가야 한다.

또 그동안 일본만 부러워하며 쫓으려고만 했지만,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대만이 어떻게 지금 세계 2위까지 치고 올라갔는지 파악하며 배울 건 배우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 류 감독은 대회를 앞두고 대만 팀의 전력을 확인하면서 "과거보다 야구 수준이 높아졌다. 일본 출신 지도자들을 많이 영입하고, 일본 야구를 배운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 관계자들은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문동주, 구자욱, 원태인, 손주영 등이 부상으로 빠지지만 않았어도"라며 여러 차례 아쉬움을 표현했다. 좌절에 그치지 않고,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은 대회였다는 뜻이다. KBO는 이번 프리미어12 1라운드 탈락을 단순히 참사로 받아들이면서 지난해 세운 '세대교체' 기조를 완전히 뜯어고쳐서는 안 된다. 계속 장기적 관점에서 대표팀을 운영하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한다. 당장은 아파도 그래야 다시 세계 야구 강국과 맞붙는 한국 야구를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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