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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연재] '이현우의 MLB+'

[이현우의 MLB+] 다르빗슈의 추락, 파인타르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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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현우 칼럼니스트] 다르빗슈 유(34)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다르빗슈는 13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지만, 2.2이닝 동안 6피안타 5실점 후 강판당했다. 다르빗슈는 7월 이후 7경기에서 0승 5패 평균자책점 7.13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시즌 평균자책점은 2.65에서 3.70까지 올랐다.

그러면서 다르빗슈의 부진 원인이 파인타르를 비롯한 이물질 규제로 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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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지난 6월, 마이너리그 투수 4명에게 10경기 출전 정지를 내린 것을 시작으로 적극적인 부정투구 단속에 나섰다. 그러면서 메이저리그 팬들의 시선은 그동안 이물질을 사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에이스급 투수들의 성적 변화로 쏠렸다.

다르빗슈 역시 그중 한 명이다.

다르빗슈는 시카고 컵스 시절부터 공을 던지기 전, 글러브 볼집 부분을 오른손 검지와 중지로 문지르는 장면이 자주 포착되면서 '이물질을 사용한 부정투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한편, "미끄러운 공이 문제"라며 사무국의 이물질 규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물론 다르빗슈는 지난 6월 "이물질 없이도 투구하는 데 문제는 없는가?"라는 현지 취재진의 질문에 "나는 문제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런 문제에 있어 선수의 주장은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금지약물에 적발된 선수들 대부분도 '의도적인 복용'에 대해 극구 부인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결국 물증이 없는 이상, 우리는 여러 지표를 통해 추정해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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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지금까지 알려진 이물질을 활용한 부정투구의 가장 유력한 증거는 '회전수 변화'다. 실제로 미국 매체 <더 스코어>에 따르면 이물질 부정투구 규제 소식이 전해진 지난 6월 3일부터 12일까지 메이저리그 투수 중 67.2%의 회전수가 감소했다. 평균 회전수가 분당 150회 이상 감소한 투수만 전체의 약 36%에 달했다.

트레버 바우어와 게릿 콜 등 부정투구 의혹을 강하게 받았던 에이스급 투수들의 회전수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5월 31일 등판한 경기에서 포심 패스트볼의 분당 회전수가 평균 2824회에 달했던 바우어는 6월 18일 등판에선 평균 2474회로 분당 350회 이상 감소했다. 콜 역시 5월 28일 평균 2534회였던 패스트볼 분당 회전수가 6월 22일 2291회까지 떨어졌다.

다르빗슈 역시 마찬가지로, 6월 9일 기준 평균 분당 2641회였던 포심 패스트볼 회전수가 15일 경기에선 2406회로 크게 하락했다. 이는 단순히 체력적인 문제나, 경기별 컨디션에 따른 영향으로 보기엔 지나치게 큰 폭의 변화다. 이런 점들을 고려했을 때, 다르빗슈는 높은 확률로 마찰력을 높이는 성질의 이물질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물질 사용이 의심되는 다른 에이스급 투수들이 회전수의 하락과는 별개로 부정투구 규제 후에도 여전히 준수한 활약을 펼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다르빗슈의 2021시즌 월별 성적 및 패스트볼 회전수 변화

[4월] 3승 1패 ERA 2.13 (평균 2,600회)
[5월] 2승 0패 ERA 2.20 (평균 2,497회)
[6월] 2승 1패 ERA 3.07 (평균 2,479회)
[7월] 0승 4패 ERA 7.36 (평균 2,567회)
[8월] 0승 1패 ERA 6.52 (평균 2,564회)

지난 6월까진 다르빗슈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르빗슈는 부정투구 규제가 시작된 6월 한달간 출전한 5경기에서 2승 1패 29.1이닝 36탈삼진 평균자책점 3.07을 기록했다. 다르빗슈의 성적이 급격하게 나빠진 것은 7월부터였다. 그리고 7월은 다르빗슈가 고관절 통증으로 올해 첫 부상자 명단에 등재된 시기이기도 하다.

한편, 다르빗슈는 13일 13일 등판 후 사흘 지난 16일 허리 근육 긴장 증세로 10일자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면, 6월 부정투구 규제 후 하락했던 다르빗슈의 패스트볼 회전수가 정작 부진했던 7월 들어 평균 분당 2597회로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들을 통해서 우리는 여러 가지 추측을 해볼 수 있다.

우선 '이물질 사용 중단으로 인한 회전수 변화'는 생각보다 다르빗슈의 성적 하락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보단 7월부터 허리 부근에 부상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이물질 규제가 투수의 몸 상태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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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팔꿈치 부상을 입은 타일러 글래스나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글래스나우는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공이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자외선 차단제와 로진을 섞어서 사용해왔는데 사무국이 이물질 사용을 단속하겠다고 밝힌 후로는 아무것도 쓰지 않았고, 더 강한 그립을 잡기 위해 힘을 주는 과정에서 부상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다르빗슈 역시 7월 들어 회전수를 높이기 위해 힘을 주다 보니 부상을 입은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르빗슈의 부상 부위가 팔꿈치나 어깨 같은 팔 쪽이 아닌 고관절과 허리라는 점에서 그럴 개연성은 높지 않다. 요약하자면 회전수 등을 고려했을 때 다르빗슈는 이물질을 사용했을 확률이 높지만 현재의 부진은 부정투구 규제보단 몸 상태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바꿔 말해, 다르빗슈의 반등 역시 몸 상태에 달려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샌디에이고는 크리스 패댁에 이어 다르빗슈까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선발 로테이션에 공백이 생겼다. 과연 다르빗슈는 빠른 시일 내에 건강을 회복해 소속팀 샌디에이고를 가을야구로 이끌 수 있을까? 샌디에이고 단장 A.J. 프렐러는 16일 "심각한 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르빗슈의 시즌 내 복귀를 낙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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