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경기도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OK금융그룹 읏맨과 우리카드 위비의 경기. OK금융그룹 펠리페가 공격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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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니맨은 여러 팀으로 자주 이적하는 선수를 이르는 말이다. 브라질 출신의 라이트 공격수인 펠리페는 남자 프로배구 V리그에서 4시즌을 보내고 있는데 매 시즌마다 다른 유니폼을 입고 있다. 2017~18시즌은 한국전력, 2018~19시즌에는 KB손해보험, 2019~20시즌에는 우리카드에서 뛰었다. 그리고 2020~21시즌에는 OK금융그룹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프로농구 울산 현대모비스 아이라 클라크(45·미국) 코치가 한국 프로농구에서 6개 팀을 뛴 것을 빗대, 펠리페는 '배구계 시계형님'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클라크(Clark)는 영어 단어 클락(Clock·시계)과 발음이 비슷해 국내 농구 팬들에게 '시계'라고 불린다.
여러 팀에서 뛰었지만, 처음부터 펠리페를 원했던 팀은 한국전력이 유일했다. 2017년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선발 테스트)에서 4순위로 한국전력에 갔다. 당시 코보컵 우승을 이끌고 최우수선수(MVP) 상을 받았다. 정규시즌에는 득점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펠리페는 V리그 팀들에게 1순위 후보가 아니었다. 먼저 뽑은 외국인 선수가 부상을 당해 어쩔 수 없이 전력에서 이탈하면 펠리페를 찾았다.
지난 시즌 우리카드에서 뛰었던 펠리페. [사진 우리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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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펠리페는 트라이아웃에서 선발되지 못해 브라질에 머물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폴란드 출신 마이클 필립이 무릎 부상으로 시즌이 아웃됐고, 펠리페는 또 대체 선수로 팀에 합류했다. 항상 차선책이지만 그는 V리그가 부르면 무조건 달려온다. 지난 시즌에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팀과 계약했지만, 우리카드 요청에 바로 짐을 쌌다. 펠리페는 "항상 트라이아웃에서 지명받지 못해도 속상하지 않았다. 한국에서 뛰면서 배구 실력이 많이 늘었다. 한국 날씨, 음식 등 정말 좋아한다. 한국이 부르면 언제든 올 것"이라고 했다.
펠리페가 항상 1순위가 아닌 것은 파워가 뛰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은 "지난 시즌까지 상대 선수로 봤던 펠리페는 위압감이 크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펠리페는 팀 분위기에 빨리 적응하고 훈련도 성실하게 했다. 점점 공에 힘이 실리고, 다른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갔다. 그 결과 OK금융그룹은 개막 4연승을 달리면서 1위(승점10)를 달리고 있다. 펠리페는 109득점(4위), 공격 성공률 55.49%(4위) 등으로 준수한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이 뛰었던 한국전력(10월 22일) 상대로는 22점, 우리카드(1일)에겐 27점을 올리면서 비수를 꽂았다.
이제 석 감독도 펠리페를 완전히 신뢰하고 있다. 석 감독은 "자신만의 훈련을 잘 실천하는 펠리페는 화려하진 않지만 참 꾸준한 선수다. 기교가 있어서 앞으로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왜 펠리페가 계속 V리그에서 뛰고 있는지 이해가 된다"고 인정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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