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고유민 선수.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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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에서 뛰었던 고유민(25)선수가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배구계는 충격에 빠졌다. 7년 동안 같은 팀에서 한솥밥을 먹던 ‘쌍둥이 스타’ 이다영(24·흥국생명)은 고인과 함께 다정하게 찍었던 사진을 에스엔에스(SNS)에 올리며 “내가 많이 사랑해, 보고 싶다, 너무 보고 싶어”라고 애도했다. 11년만에 국내 리그로 복귀한 김연경도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추모의 글을 올렸다. 데뷔 동기인 공윤희도 “손이 떨려 긴 글을 못 적겠다”며 슬픔을 전했다.
유서가 남지 않았기 때문에 고인의 사망 원인에 대해서 경찰은 추가로 수사 중이다. 하지만 언론에 공개된 고 선수의 일기장을 보면 팬들의 ‘악플’이 극단적 선택의 큰 배경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고인은 일기장에 “악플부터 에스엔에스 댓글 테러와 개인 메시지 모두 한번에 와서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고 적어 놓았다. 또, 5월 에스엔에스에 “제 팬도 아니신 분들이 저한테 어쭙잖은 충고 같은 글 보내지 말아 달라. 남일 말고 본인 일에 신경 써주길 바란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댓글은 일찌감치 막아 놓은 상태였는데 일부 팬들이 개인 메시지로 악담을 보냈다.
경기 중 선수들이 실수를 하더라도, 팬은 오히려 박수를 보내야한다. 그것이 건전한 경쟁을 유도해 세대 교체를 이뤄내는 스포츠 팬의 몫이기도 하다. 하지만, 익명을 가장한 ‘키보드 워리어’들은 날선 손끝으로 한 선수를 죽음으로 몰아 넣었다.
어떤 스포츠든, 포지션을 옮겨 다니며 자신의 자리를 잡지 못한 선수가 간만에 경기에 출전했을 때 좋은 성적을 내기란 쉽지 않다. 이를 기다려주지 않고 일희일비 하는 것은 건전한 스포츠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 유명 프로야구 감독이 “경기에 진 뒤에 식당이나 사우나도 가지 못했다”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성적 부진의 스트레스로 경기 도중 쓰러진 프로야구 에스케이의 염경엽 감독은 또 어떠한가. 최근 엘지 트윈스 오지환의 부인은 악플러 1천명을 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팬들의 성화와 악플이 도를 넘어선 상황이다. 악플의 공간을 마련해놓은 포털의 책임론도 나온다.
유승민 IOC위원(대한탁구협회장)은 지난 3일 ‘스포츠뉴스 악플 금지’를 뼈대로 하는 관련법안 발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배구연맹도 같은 날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에 스포츠 기사 댓글 기능 개선을 요청했다. 배구연맹은 “선수고충처리센터를 통해 악성 댓글에 대해 대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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