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우프가 한국 살기 좋다며 권해 대한항공 택해"
대한항공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이 8일 오전 경기도 용인 대한항공 신갈연수원 내 체육관에서 선수들의 공개 훈련을 지도하는 모습./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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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틸리 감독은 지난달 24일 같은 이탈리아 출신 전력분석 전문가 프란체스코 올레니(44) 코치와 함께 입국했다. 신갈연수원에서 2주간 자가 격리를 거친 후 이날 처음으로 체육관에 나와 선수들을 지도했다. 그는 몸을 날리는 선수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직접 공을 세터에게 넘겨주면서 공격 훈련을 조율했다. 다음은 산틸리 감독과의 일문일답.
―선수들과 첫 훈련한 소감은?
“한국에 오게 된 게 꿈만 같고 영광으로 생각한다. 좋은 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어 감사하다. 2주 자가 격리 동안 선수들을 영상으로 봤지만 직접 나와서 보니 다르다. 앞으로 매일 훈련하면서 선수들에게 조금씩 더 요구할 생각이다.”
―대한항공에서 어떤 배구를 하고 싶나?
“우리 팀은 국제적으로도 좋은 선수들을 갖고 있다. 배구를 어떻게 하는지 아는 선수들이다. 내가 여기 온 것은 현재 대한항공 배구 스타일에 기술을 좀 더 추가하려고 온 것이다. 지금 좋은 수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맛있어지도록 소스만 조금 더 넣을 생각이다.”
―오늘 훈련에서 중점적으로 본 것은 무엇인가?
“훈련 전 짧은 미팅을 가졌고 선수들에게 두 가지를 얘기했다. 우선 기술을 좀 더 전문적이고, 세부적으로 훈련할 것이라고 했다. 리시브, 속공 등 경기에 연관된 상황을 나눈 다음 여기에 집중해 반복 훈련했다. 두 번째는 실제 경기 방식으로 훈련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했다. 앞으로 훈련은 팀을 나눠 맞대결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며 경기 감각을 강조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훈련하면 경기 감각을 키울 수 있고, 기술·전술적인 부분도 좀 더 빨리 익히고 받아들일 수 있다.”
―한국 프로배구 남자부에선 첫 외국인 감독이다. 부담감은 없는가?
“첫 번째 외국인 감독이라서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부담감은 외부의 시선이 아니라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생기는 것이라고 본다. 이런 부담감을 도전이라고 생각하며, 이를 재미있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한국 배구는 다른 나라와 어떤 면에서 다른가?
“국가대표팀 감독, 다른 나라 프로 리그 감독을 해봤는데, 한국은 시설이 좋다. 시설이 잘 갖춰지면 주변엔 프로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있다. 그렇다고 다른 리그 시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정리정돈하는 게 감독 역할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먼저 본다. 사람이 제대로 돼야 기술도 따라온다.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이다.”
로베르토 산틸리 대한항공 감독이 8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대한항공 신갈연수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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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자가격리 기간 힘들지 않았나?
“유익한 시간이었다. 생각도 정리하고 자신을 침착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최근 몇 년간 바쁘게 살았다. 2주간 차분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올레니 코치와 함께 팀 영상을 보면서 공부하고 분석했다. 앞으로 팀을 어떻게 꾸려갈지에 대한 그림도 그렸다.“
―한국어에 관심 많은 것 같다.
“‘감사합니다’ ‘잘 지내?’ 등의 표현과 ‘ㄱ’, ‘ㄴ’ 을 배우고 있다. 1, 2, 3 등 숫자도 배웠다.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서 더 잘하고 싶다.”
―한국 프로배구리그 영상을 보고 흥미롭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나?
“유튜브로 한국프로배구 톱 10 영상을 봤다. 그중 6개가 리베로가 코트 밖에서 다이빙 디그를 하는 등 허슬플레이를 하는 장면이었다. 팬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수비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수비력이 좋기 때문에 블로킹 라인 등 전위 조직력을 더 정비하면 좋을 것 같디. 센터 관련 훈련을 매일 진행하며 집중력을 높일 생각이다.”.
―오늘 훈련 중간에 선수들에게 무슨 지시를 했나?
“훈련 때 주의력을 배워야 해서 강조했다. 센터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자 훈련을 중단하고 얘기했다. 다른 사람을 가르칠 땐 그 사람의 집중력을 높여야 하고 그게 내 역할이다. 집중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뭘 가르쳐도 잘 안된다. 그래서 집중력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 선수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인 것 같다.”
―자가 격리 동안 다른 팀 동영상도 많이 봤을 텐데 인상적인 팀이 있나?
“우리카드, 현대캐피탈 등이 잘하는 것 같은데 집중해서 보진 않았다. 우리 팀 위주로 봤다. 다만, 외국인 선수를 교체했을 때 그 팀 퍼포먼스가 달라지는 게 흥미로웠다. 외국인 선수가 바뀌면 완전히 팀이 달라진다. 외국인 선수가 매년 바뀌다 보니 팀 스타일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좀 시간이 지난 뒤 봐야 할 것 같다.”
―한국 여자 배구 국가 대표팀 라바리니 감독과 인연이 있나?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다. 오기 전에 문자도 주고받았고, 한국 생활에 대해 얘기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한국의 조직력에 감탄하더라. 오히려 최근 프로배구 여자부 KGC인삼공사와 재계약한 발렌티나 디우프(27·이탈리아)와 얘기를 많이 했다. 대표팀과 프로팀에서 훈련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디우프는 한국만한 곳이 없다며 빨리 오라고 하더라. 디우프가 한국이 살기 좋은 나라라고 계속 얘기해서 대한항공을 선택했다.”
―올 시즌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다. 우승을 목표로 했을 때 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팀이 돼야 한다. 아마 다른 팀에 이 질문을 해도 똑같은 대답이 나올 것이다. 모든 팀이 우승하길 원한다. 단순히 경기에서 이기는 것보다 어떻게 이기는지 그 과정도 생각해야 한다. 어떻게 준비해서 우승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용인=송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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