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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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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기성용의 말 / 김창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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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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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스타 기성용(31)과 프로축구 구단 FC서울이 앙금만 남긴 채 헤어졌다. 마지막 협상 결렬 뒤 기성용이 소셜 미디어에 남긴 “날 갖고 장난치지 말라”는 발언에는 가시가 돋쳤다. 협상 파트너이며 사실상 ‘갑’인 구단을 향해 노골적인 적대감을 표현했기에, 나중에라도 기성용이 국내 K리그에 복귀할 여지를 좁혀 놓았다. 기성용은 위약금 조항 때문에 FC서울이란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다른 구단으로 갈 수 없다.

기성용의 FC서울 복귀 시도는 “선의”라는 말처럼 친정 서울과 팬들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돈과 자존심의 문제를 거쳐 마지막엔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2007년 FC서울을 통해 프로에 데뷔한 기성용은 2009년 말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이적했다. 선수들의 몸값을 측정하는 사이트인 ‘트란스퍼마르크트’는 이적 때 기성용의 몸값이 서울 시절보다 10배나 많은 350만유로라고 밝혔다. 구단도 톡톡히 재미를 본 셈이다. 2015년 스완지 시티 시절엔 1000만유로까지 치솟았고, 뉴캐슬에서 자유로운 몸으로 풀린 지금도 450만유로의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소속팀을 찾지 못한 선수 가운데 세계 2위의 몸값이다.

선수의 가치에는 경기력, 리그 수준, 출전 횟수, 나이, 이미지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된다. 국가대표 주장을 역임하면서 A매치 113경기에 출장했고, 2010·2014·2018 월드컵에서 팀의 중핵 구실을 한 기성용은 아직도 활용도가 높다. 손흥민(8500만유로), 이강인(2000만유로), 황희찬(1250만유로) 셋만이 기성용보다 고가인 선수들이다.

FC서울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모기업의 지원으로 큰돈을 지출할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구단이 재정적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 그동안 완성한 팀 조직이나 감독의 의향도 무시할 수 없다. 셀틱 이적 때 떼어준 인센티브도 있어, FC서울이 기성용의 생각보다 훨씬 낮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기성용이 소셜 미디어에 남긴 말이 너무 과하다는 비판이 있다. 반면 그가 느낀 모욕감이 그대로 투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어느 쪽이 맞든지 ‘기성용 효과’를 기대하던 프로축구연맹이나 K리그 팬들로선 아쉬울 따름이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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