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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인종차별 응원으로 난장판 된 ‘유로 예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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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불가리아 원정 ‘희생양’ / 흑인 선수들 향해 ‘원숭이’라고 외쳐 / 경기 두차례 중단… 심판에 강력 항의

세계일보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선수들이 15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불가리아와의 유로2020 예선 경기에서 관중들의 인종차별적 응원이 이어지자 심판에게 항의하고 있다. 소피아=AP연합뉴스


최근 유럽축구는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되는 수준으로 세계화돼 있다. 유럽과 남미계가 중심이던 과거와 달리 아프리카, 중동, 아시아 등 다양한 국가 스타들이 활약 중이다. 프랑스, 잉글랜드, 네덜란드 등 축구강국 대표팀 명단에 비백인 선수들이 포함되는 것도 특별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변화에도 유럽축구계는 아직도 고질적인 인종차별 문화를 뿌리 뽑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최근 이탈리아 프로축구리그에서 로멜루 루카쿠(26·인터 밀란)가 인종차별적 응원을 듣는 등 인종차별 사건이 다수 발생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캠페인을 꾸준히 벌이고 있지만 이렇다 할 효용이 없는 상태다.

여기에 이번엔 잉글랜드 대표팀이 희생양이 됐다. 15일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열린 불가리아와 잉글랜드의 유로2020 예선 A조 경기에서 관중들이 잉글랜드 일부 선수들을 향해 인종차별적 응원을 한 것. 이날 잉글랜드가 큰 점수차로 앞서나가자 일부 홈 팬들이 라힘 스털링(25·맨체스터시티)과 마커스 래시퍼드(22·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타이런 밍스(26·애스턴 빌라) 등 흑인 선수들을 향해 ‘원숭이’라고 외치거나 원숭이 소리를 흉내 내는 등 인종차별적 행동을 했다. 세계적으로 금기시되는 ‘나치 경례’도 관중석에서 나왔다.

이 때문에 경기가 두 차례 중단됐고,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감독과 주장 해리 케인(26·토트넘) 등 잉글랜드 선수단도 심판진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사우스게이트 감독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인종차별 행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해당 행위가 있을 경우 경기를 보이콧하겠다”고까지 강력히 경고했지만, 우려가 그대로 현실이 됐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불가리아의 주장 이벨린 포포프조차 자국 팬들에게 자제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이 경기는 6-0으로 잉글랜드의 대승으로 끝났다. 그러나 패자는 물론 승자조차도 웃을 수 없는 씁쓸한 경기가 됐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행동”이라면서 “유럽축구연맹(UEFA)에 긴급 조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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