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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남북축구 `깜깜이 대결`…숨죽인 5000만의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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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알고 스포츠 경기를 보는 것만큼 맥빠지는 일은 없다. 30여 년 만에 평양 남북 축구 대결을 기다리는 우리 국민이 처한 상황이다.

북한이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리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3차전 경기 녹화 영상을 남한 측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 국민이 영상을 접할 시점은 경기 후 최소 이틀이 지나서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기 영상 DVD를 우리 측 대표단 출발 전에 주겠다는 약속을 (북한으로부터) 확보받았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은 15일 경기를 마친 뒤 16일 오후 5시 20분께 평양에서 출발해 중국 베이징을 경유한 뒤 17일 새벽 0시 45분께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경기 영상도 이때 도착하는 셈이다. 여기에 영상을 방송할 수 있도록 기술을 체크하는 시간까지 감안해야 한다.

김일성경기장 내에서 각종 통신 수단 활용 여부도 확정된 게 없다. 전화는 발신이 안 되는 상황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문자·사진 전송이 금지됐을 때 경기 내용을 남측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알려진 것과 달리 경기장 내 인터넷 활용 여부를 장담할 수 없어 공식 채널을 통해 문자 중계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현지에 나가 있는 협회 직원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경기 상황을 텍스트로 전달하는 방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평양 일정이 확정된 이래 축구협회는 대표팀 이동(직항)부터 경기 취재·응원과 관련해 북한에 지속적으로 협조 요청을 보냈지만 북한은 무응답으로 일관한 뒤 뒤늦게 대표팀 선수 25명과 축구협회 직원 일부에게만 입국 비자를 내줬다. 이에 따라 평양에 동행한 축구협회 직원 2명이 AD카드(등록인증카드)를 받아 경기장 기자센터에서 경기 소식을 남측에 전달할 예정이다.

다만 국민이 실시간으로 전달받을 경기 관련 정보도 매우 제한적일 전망이다.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포털사이트 문자 중계를 통해 접하는 세부적 정보를 기대하긴 어렵다"며 "경기 상황이 텍스트로 전달된다고 해도 득점과 경기 결과 정도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나치게 폐쇄적인 북한의 운영 방식에 외신들도 주목하고 있다. 영국 BBC는 이날 "남북이 대결하는 것은 드문 일이고 북한 수도인 평양에서 경기한다는 것은 더욱 흔치 않다"며 "그러나 생방송도 없고 관중석에는 한국 팬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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