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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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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1등·수비 2등… 배구의 정석, 정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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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23세 배구 에이스… 공격성공률 1위, 디그·리시브 2위

외국인 선수 뺨쳐 '정용병' 별명

특별한 재능은 일찍 빛난다. 대한항공의 레프트 정지석(23)은 고교 졸업 후 프로로 직행했다.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최초의 고졸 선수다. 멀겋게 앳된 얼굴인데 벌써 올해 프로 6년 차, 국가대표 3년 차인 '베테랑 막내'다. 야구의 류현진이나 축구의 손흥민처럼 열 살 넘게 차이 나는 선배들과 경쟁하며 입지를 쌓았다. 스물네 살이 되는 내년이면 FA 자격을 얻는다.

◇프로배구 최대어 '막내 FA' 정지석

한껏 물오른 기량에 배구팬들은 '정용병'이란 애칭을 붙여줬다. 정지석은 22일 현재 2018~19시즌 V리그 공격 1위(성공률 61%)를 달리며 요스바니·타이스·아가메즈 등 쟁쟁한 외국인 선수들을 다 제쳤다. 지난 11일 현대캐피탈전에선 공격 성공률 84%가 나왔다. 수비도 능하다. 디그와 리시브 개수를 따지는 수비 부문에서 리그 2위(세트당 5.2개)에 올라 수비만 도맡는 리베로들을 머쓱하게 한다. 공수 양면에서 맹활약하는 정지석을 앞세워 대한항공은 리그 선두를 질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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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석은 지난 5년간 팀에서 가장 막내였지만 벤치에서 심부름한 기억이 별로 없다. 대신 코트 위에서 선배들과 뛰었다. 지난 21일 경기 용인시 대한항공 배구단 체육관에서 만난 그는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어떻게 주전을 꿰찰지 막막했는데, 기회마다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뛰었더니 어느덧 여기까지 왔다. 나는 운이 좋은 선수”라고 말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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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경기 용인시 대한항공 체육관에서 만난 정지석은 웨이트 트레이닝에 한창이었다. 그는 "올해 숨 가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몸이 너덜너덜해졌다. 체력 보강이 절실하다"고 웃었다. 지난봄 대한항공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고 여름엔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 국제 대회를 뛰었다. 지난달엔 V리그가 개막했다. 정지석은 "올해는 눈 떴다 잠들 때까지 정말 배구만 했는데, 우승도 하고 국제 대회 경험을 쌓다 보니 배구 시야가 확 트인 느낌"이라면서 "배구를 더 잘하고 싶다"고 눈을 빛냈다.

정지석의 배구 인생은 아버지 정재숙(57)씨가 길을 터줬다. 아버지도 실업배구 선수였고 배구 심판을 역임했다. 정지석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 따라 배구장에 다니며 맛을 봤고,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배구 한길을 달렸다. 아버지는 가장 열렬한 지원군이자 가장 엄격한 코치였다. 그는 "아버지께서 수비가 기본이라며 화려한 공격 기술 대신 리시브부터 맹훈련시켰고, 다리와 팔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교정해줘서 지금 '수비 잘하는 공격수'란 칭찬을 듣는다"며 "고졸 드래프트 도전도 아버지의 적극적 권유가 있어서 가능했다. 내게 최고의 멘토"라고 했다.

◇세계의 벽 높아… 해외 진출도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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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에이스로 발돋움했지만 국제 무대의 벽은 높다. 정지석은 "국가 대항전에서 번번이 지면서 '이러다 한국 배구가 망하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세계 배구와 격차가 많이 나는 것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한국 남자 배구는 올해 VNL에서 꼴찌(1승14패)가 돼 내년 메이저 국제대회 출전 기회가 사라졌다. 그는 "키도 훨씬 큰 선수들이 더 빠르고 수비도 잘한다. 서브도 엄청 강하다. 국제 대회를 치르면 치를수록 이 격차를 어떻게 극복하나 생각하니 아득해진다"고 털어놨다.

자연스레 해외 진출에도 관심이 생긴다. 정지석은 "독일과 이탈리아 리그에서 일본 선수들이 뛰는 경기를 매일 인터넷으로 챙겨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할까' 상상한다"며 "축구로 치면 EPL 같은 최고 리그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이 많아져야 한다. 병역 문제가 있어 쉽지 않겠지만 나 역시 기회 되면 꼭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다.

올 시즌 후 정지석의 거취는 배구계의 최대 이슈다. 20대 초반에 경력 창창한 선수가 FA 시장에 데뷔한다. 벌써부터 다른 팀 감독들이 "정지석이 탐난다"고 이구동성 러브콜을 보낸다. 그가 V리그 연봉 신기록(현재 최고 6억5000만원)을 세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가 돼지띠인데 내년이 황금돼지의 해(기해년)더라고요. 굉장히 운이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내년 봄까진 대한항공의 '두 번째 별' 달기에만 집중할 겁니다. 그게 제일 중요해요."

[용인=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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