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온테 버튼 못 본다고? 외인 신장제한, 좌초하는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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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던 KBL이 큰 암초를 만났다. '무능한 수뇌부'라는 이름의 암초다.
KBL은 5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다음 시즌 외국인 선수 제도를 자유선발로 바꾸되 신장 기준은 장신 200㎝ 이하, 단신은 186㎝ 이하로 제한 분류하기로 결정했다.KBL은 '이번 신장 기준 적용으로 빠른 경기 속도를 통한 평균 득점 향상과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흥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진 뒤 현장과 팬들은 모두 탄식을 금치 못했다.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KBL은 과거에도 외인 선수 신장에 제한을 둔 적이 있다. 2007-2008시즌까지 외인 선수의 신장은 최대 208㎝, 2명 합계 400㎝를 넘을 수 없었다. 이는 2008-2009시즌에 폐지됐다.
그런데 실패라 평가된 규정이 10년 만에 부활했다. 심지어 신장 제한 기준은 더욱 엄격해졌다. 시대를 역행했다.
세계 농구의 흐름을 단단히 오독한 처사다. 최근 NBA를 비롯한 해외 리그는 정통 빅맨보다는 신장이 크지만 빠르고 외곽슛까지 장착한 다재다능한 빅맨이 대세다. 이젠 2m가 넘는 선수가 가드 포지션을 보는 경우도 적잖다. 국내에서도 2m 장신의 SK 최준용이 줄곧 1번을 맡아 경기를 조율하기도 한다.
KBL은이번 결정으로스스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단기적으로는 리그에서 국내 빅맨들의 성장을 기대케 하지만 장기적, 대외적으로 봤을 땐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프로농구의 질적 수준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우물 안의 개구리', '그들만의 리그'를 고착화시키는 행보다.
처음 신장 제한에 대한 안건이 나왔을 때 대부분의 구단 사무국장들은 난색을 표했다. 이들은 회의를 거쳐 개선안을 이사회에 전달하기도 했다. 팬들의 반대도 거셌지만 KBL 수뇌부는 이를 묵살했다.
리그의 기조, 분위기를 제대로 읽지 못했단 지적도 있다.
KBL은 외인 중심의 리그다. 외인의 기량에 따라 팀의 희비가 엇갈린다. 하지만 KBL은 그간 잦은 외국인 선수 제도 변화로 이렇다 할 외인 프랜차이즈 스타를 발굴하지 못했다.
이번 외인 신장 상한제 역시 정든 얼굴들을 내쫓을 전망이다. KBL 터줏대감으로 군림했던 DB의 로드 벤슨과, KGC 데이비드 사이먼, KCC 찰스 로드 등이 리그를 떠날 위기다.
KBL 수뇌부가 원했던 빠르고 재밌는 농구를 연출하기에 적격이었던 DB의 디온테 버튼도 다음 시즌이면 KBL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올 시즌 처음으로 KBL 무대를 밟은 버튼은 출중한 개인 능력과 승부처에서 강한 면모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최근 열린 올스타전에선 외인 선수임에도 불구 당당히 MVP를 따냈다.
하지만 버튼의 신장은 193㎝다. KBL의 바뀐 기준에서 단신 선수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장신 선수로 쓰기엔 신장이 아쉽다. 리카르도 라틀리프(199㎝), 애런 헤인즈(199㎝) 등이 버틸 골밑에서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한편 수뇌부는 이번 제도를 오래 지속시키진 않겠단 방침이다. 1년간 지켜본 뒤 평가에 따라 이를 보완, 변경하겠다는 심산이다. 나름의 안전장치를 둔 셈이지만 수뇌부가 무책임한 태도로 일처리를 하고 있단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KBL을 향한 대중의 관심도는 이미 바닥을 친 지 오래다. 평균 관중수가 3000명도 채 되지 않는다. 전반기 프로농구 시청률도 0.190%에 그쳤다. 최근 5시즌을 통틀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뜨거운 관심을 받는 V리그와 정반대다.
한국 농구 전반에 걸친 해묵은 숙제가 산적하지만 이를 헤쳐나갈 사령탑이 전무하다.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배를 눈과 귀를 닫은 선장이 오히려 암초로 이끄는 형국이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쿠키뉴스 문대찬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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