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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봄데서 갈데로 '롯데의 진화'… 영남 야구 주인공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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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기 완벽 투타… 무결점 팀으로

몰락한 삼성과 흔들리는 NC 대신 영남 야구 맹주 자리 차지할 태세

영남 야구의 맹주가 바뀌게 될까. 왕조를 이룩했던 대구(삼성)는 몰락했고, 꾸준히 가을 야구에 진출한 신흥 강호 창원(NC)은 최근 급격히 흔들리며 위기에 빠졌다. 새 맹주 자리를 노리는 건 부산(롯데)이다.

롯데는 17일 사직 홈구장에서 SK를 맞아 9대5으로 꺾고 최근 3연승을 달렸다. 이대호가 1회말 첫 타석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선제 3점 홈런(시즌 33호)을 날렸고, 이어 4회말엔 황진수가 프로 데뷔 10년 만에 첫 홈런(3점)을 터뜨리며 달아났다. 6―0으로 앞선 롯데는 6회초 5실점 하며 위기를 맞았지만, 8회말 타선이 3점을 더 냈다. 롯데는 1승만 더 추가하면 2012년 이후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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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만 반짝 잘해서 ‘봄데’다. 요즘엔 가을에도 잘해서 ‘가을데’, 갈 데까지 가보자고 ‘갈데’다. 17일 SK전에서 1회 홈런을 쏘아 올린 후 환호하는 롯데 이대호(오른쪽). /롯데 자이언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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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지금까지 관중 동원력에선 지방 연고 구단 중 최강이었다. 그러나 성적은 계속 하위권이었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7년 연속,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매 시즌 개막 초 봄에 반짝하다 점점 추락하는 '봄데(봄에만 잘하는 롯데)' 본능 탓에 후반기 처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 시즌엔 가을에 더 불타오른다. 후반기 34승17패1무를 기록, 두산에 이은 승률 2위(0.666) 팀으로 변신했다.

지금의 롯데는 투·타가 조화를 이룬 '결점 없는 팀'이다. 전반기 6승7패 평균자책 4.67이었던 '평범한 외국인 투수' 레일리는 후반기 제구와 체인지업이 살아나면서 6승 무패, 평균자책 2.88의 '특급 에이스'가 됐다. 지난해 20세이브로 기대에 못 미쳤던 손승락은 독학으로 익힌 커터(직구처럼 날아가다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공)를 주 무기로 삼아 올 시즌 35세이브(1위)를 기록 중이다. 이는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이다. 이대호, 손아섭, 최준석 등 중심 타선도 득점 기회 때마다 맹타를 뿜어낸다. 후반기 롯데의 팀 평균자책(3.96)은 리그 전체 1위다. 롯데 팬들은 "봄데 대신 갈데(가을에도 잘하는 롯데)가 됐으니 어디 한번 갈 데까지 가보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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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삼성과 NC는 롯데의 상승세를 구경만 하는 처지다. 올 시즌 NC는 롯데와 상대 전적에서 7승9패로 열세다. 첫 1군 무대로 올라왔던 2013년(6승8패2무) 이후 처음으로 롯데에 시즌 전적이 밀린다. 아직까진 리그 3위를 지키고 있지만, 이날 넥센에 6대14로 지면서 롯데에 0.5경기 차 추격을 허용했다. 최근 6경기에서 연속으로 두 자릿수 실점을 한 것도 전에 없던 일이다. 마운드가 사실상 붕괴됐다는 의미다. NC 선발진은 최근 6경기에서 모두 5이닝도 채우지 못하고 조기 강판됐다. 이 기간 NC 성적은 1승1무4패였다.

2011년부터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삼성은 2015년 정규시즌 우승을 끝으로 몰락했다.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9위가 확실시된다. 17일 두산을 맞아 홈런 6개를 포함 20안타를 내주면서 8대21로 대패했다.

부산 '야통령' 이대호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3가지 공약을 내걸었다. "NC와 대결에서 이제 이길 때가 됐다." "좋은 성적을 내면 팬들은 다시 야구장으로 올 것이다." "우리도 분위기 타면 우승할 수 있다."

앞의 약속 두 개는 이미 이뤄졌다.

[윤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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