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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칸 초청 '령희' 연제광 감독 "사회 모순 보여주려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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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영화제 시네파운데이션 부문 초청

연합뉴스

연제광 감독
[연제광 감독 제공]



(칸[프랑스]=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중국 교포(조선족) 불법 체류자인 홍매와 령희. 어느 날 공장에 단속반이 뜨자 도망가던 중 령희가 추락사한다. 공장 사장과 실장은 이 일을 덮기에 급급하다. 그러나 홍매는 령희의 장례를 치러주고 싶다.

올해 제72회 칸 영화제 학생 단편 경쟁부문인 시네파운데이션에 초청된 연제광(29) 감독의 영화 '령희'의 내용이다. 15분짜리인 이 영화는 연 감독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 졸업 작품이기도 하다.

19일(현지시간) 오후 칸에서 만난 연 감독은 "몇 년 전에 동남아 출신 불법 체류자가 단속반을 피하다가 추락사했는데 자살 처리됐다는 기사를 접했던 것이 영화 기획 계기가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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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제광 감독
[연제광 감독 제공]



"불법 체류자라고 해서 모두 나쁜 사람도 아니고 모두 불쌍한 사람도 아닌데, 사람들이 그들에 대해 항상 이분법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와중 이 기사를 접하고 최소한의 인간성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죠."

영화는 이분법을 지양하고 모호함을 취한다. 홍매가 령희의 시신을 처리하고 있는 동남아 출신 근로자들을 마주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이 모호함은 극대화한다. 연 감독은 "전체적으로 모호성을 유지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불법 체류자인 사회적 약자가 또 다른 약자의 일을 처리하는, 그런 우리 사회의 모순적인 모습을 가치판단을 배제한 채 전달하려 했습니다. 홍매가 오열하면 볼거리로 전락할 것 같았어요. 마지막 장면 역시 홍매 뒤의 나무, 앞의 강물을 통해 그의 복잡한 마음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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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희'
[한예종 제공]



'령희'의 영어 제목은 '외국인 체류자'를 뜻하는 '에일리언'(Alien)이다.

연 감독은 "'에일리언'이라는 말에는 차별적인 뜻이 들어 있어서 그렇게 정했다"고 설명했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를 만드는 것이 꿈이었다"는 그는 칸의 초청을 받은 순간을 "밥 먹고 있었는데 체할 뻔 했을 정도로 좋았다"고 웃었다.

"다른 나라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 궁금해요. 제가 의도한 바가 잘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관객들이 제 영화를 보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메시지도 있으니까요."

연 감독은 가장 좋아하는 감독으로 봉준호 감독을 꼽았다. 그는 현재 첫 장편 영화를 작업하고 있다.

"제 첫 장편은 서울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청년 이야기예요. 지금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이야기이고, 제 나이의 시선으로 봐야 가장 잘 할 수 있는 소재라고 생각했어요. 앞으로 어떤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겠다고 정해둔 것은 없어요. 머릿속에 떠오르는 소재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최선의 방법으로 표현하고 싶을 뿐이에요. 그러다 보면 제 스타일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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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령희'
[한예종 제공]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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