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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조태용 "하노이 '노딜' 진정한 北비핵화 첫걸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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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용 전 외교1차관 38노스 기고문

"불완전 합의했다면 비핵화 기회 영원히 잃었을 수"

뉴스1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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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조태용 전 외교부 1차관은 지난달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의 '노딜'이 북한의 진실된 비핵화를 시작하는데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조 전 차관은 20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하노이 회담에서 불완전한 합의안이 나왔다면 비핵화 기회를 영원히 잃었을 수 있다. 즉 잠재적 재앙을 피한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조 전 차관은 "합의문이 도출되지 않았다는 것이 반드시 협상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오히려 하노이 회담을 통해 진실된 비핵화 협상을 향한 첫 걸음이 될 수 있는 중요한 결과가 만들어졌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러한 중요한 결과로 Δ미국의 생각하는 '비핵화의 정의'가 북한에 건네진 점 Δ북한이 핵 시설을 내어줄 의도가 없다는 것이 명확해진점 Δ대북제재가 북한의 핵심 아킬레스건이라는 것이 확인된 점 등 3가지를 꼽았다.

그는 언론 보도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협상의 '완성 단계(end state)'에서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의 정의"가 담은 문건을 건넸음이 확인됐다며 이를 통해 "북한은 더 이상 어떤 처벌도 따르지 않는 '애매모호한 게임'을 할 수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또 김 위원장이 "더 통 크게 하라"(go bigger)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그가 핵 시설을 내어줄 의도가 없다는 것이 확인된 것도 하노이 회담의 성과라며 "북한은 분명히 또다시 미국과 국제사회에 속임수를 쓰려고 하겠지만 이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북한이 하노이에서 제재 완화를 얻어내기 위해 전력을 다하며 제재가 사실상 자신들의 핵심 아킬레스건임을 시인한 것 또한 북한의 실수이자 하노이 회담의 성과라고 그는 봤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자서전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 중 "상대에게 자신이 더 거래를 원하는 것을 노출한다면 이미 끝난 것"이라는 구절을 상기시키며 "이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제재 완화를 몹시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에 다음 행동이 조금 더 혹은 덜 예측가능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럼에도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볼 때 몇가지 불안 요인이 있다고 조 전 차관은 지적했다.

북한의 핵 위협이 이미 명백히 한국과 일본에게 실존적 위협이 된 상황에서 핵과 장거리 미사일 제거라는 미국의 이익에만 초점을 맞춘 이른바 '스몰딜'은 우리 입장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동맹에 크게 개의치 않는 매우 독특한 미국 대통령을 상대하고 있다는 점과 좌파 성향의 한국 대통령 및 '미국 제일주의'의 미국 대통령의 조합 자체도 도전이 되고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조 전 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한미 연합군사 훈련 중단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현재 동맹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접근 방식은 특히 앞으로 평화체제 협상이 실제로 진행될 경우 한국에 주한미군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한일관계도 한미 동맹에 추가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미 협상이 더욱 안좋은 방향으로 갈 경우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간 협력관계가 얼마나 더 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불가피하다"며 "현재의 교착이 지속된다면 특히 문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 반미 감정이 고조될 수 있고 그 경우 한미 동맹은 더욱 어려운 시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bae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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