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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옛 서울역사서 예술이 된 DM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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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건축가·디자이너 등 50여명 참여한 'DMZ'展, 문화역서울284 개막

이불 베네치아 출품작 스터디 모델도 등장

연합뉴스

DMZ에 세울 종탑 기획한 안규철 작가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0일 오전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디엠지'(DMZ) 전시간담회에서 안규철 작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DMZ에서 철거된 철조망의 잔해를 녹여서 종을 만들고, 감시탑의 형태의 종탑을 만들 의도로 기획된 작품이다. 2019.3.20 scape@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댕~댕~댕. 사람들 발길이 끊긴 지 오랜 옛 기차 역사에 둔중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종소리가 맑지 않은 것은 철조망 잔해를 녹여 만든 탓이다.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오면 상징적 의미에서 무기를 쟁기와 보습으로 녹인다고들 합니다. 1953년 설치된 비무장지대가 없어진 이후를 상상하면서, 그때 철조망은 무엇으로 바뀔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서 만든 작품입니다."

타종을 끝낸 뒤 높이 7.2m의 붉은 종탑에서 빠져나온 안규철 작가 설명이다. 안 작가는 올해 초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철거 과정에서 나온 잔해 일부를 넘겨받은 뒤 주물공장에서 90kg 무게의 종을 만들었다. 붉은 나무 종탑도 벙커 감시탑 형태를 가져온 것이다.

안규철 신작 'DMZ 평화의 종'은 기획전 'DMZ'이 열리는 옛 서울역사(문화역서울284) 중앙홀 들머리에 놓였다. 20일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사람을 가로막은 물리적 장벽을, 사람을 모으는 소리로 바꿔보는 '전환'을 시도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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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그린 비무장지대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0일 오전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디엠지'(DMZ) 전시간담회에서 관계자가 작품을 살펴보고 있다. 2019.3.20 scape@yna.co.kr



'통일'로 1번지인 옛 서울역사를 무대로 한 'DMZ'는 반세기가 넘도록 무장화만 가속해온 역설적 공간이었으며 이제 평화지대로 부상하는 비무장지대를 다각도로 돌아보는 전시다.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대표를 비롯해 매년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강원도 일대에 모여 DMZ 역사성과 공간적 특성을 연구하고 전시로 풀어낸 '리얼DMZ프로젝트'를 토대로 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건축가와 미술가, 디자이너, 학자 등 50여명이 '리얼DMZ프로젝트'와 인연을 맺었던 이들이다.

'DMZ' 공동기획자로 나선 김 대표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의 '리얼DMZ프로젝트'가 해당 장소가 내재한 힘을 갖고 진행됐다면 이번에는 다른 장소에서 다양한 매체를 망라해 보여주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 DMZ 변화를 상상해보는 '미래에 대한 제안들' ▲ 평화로 나아가는 남북한 모습을 반영한 '전환 속의 DMZ' ▲ 군인·민간인·작가의 다른 시선이 교차하는 'DMZ와 접경의 삶' ▲ DMZ 역사와 풍경 ▲ DMZ의 생명 환경 등 5개 구역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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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설명하는 이불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0일 오전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디엠지'(DMZ) 전시간담회에서 이불 작가가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2019.3.20 scape@yna.co.kr



올해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 참여로 최근 주목받은 설치미술가 이불도 3점을 선보인다. '리얼DMZ프로젝트'를 위해 구상했던 드로잉 2점과 베네치아비엔날레에 등장하는 대형 설치 작품의 스터디 모델 '오바드 V를 위한 스터디' 1점이다.

베네치아비엔날레 출품작은 지름 3m, 높이 4m의 조명탑 구조로, DMZ 내 감시초소에서 나온 잔해 중 철을 녹여 제작된다. 7개 날개 사이로 다양한 근대 텍스트가 점멸하는 모습을 띨 것으로 보인다.

이불 작가는 '오바드 V'를 두고 "세레나데가 구애라면 오바드는 밤새 사랑을 나눈 연인이 아침이 돼 이별할 때 부르는 노래"라면서 "제가 그동안 하던 작업 중 하나로 베네치아비엔날레에 이를 포함해 3점을 낸다"라고 밝혔다.

군사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다다랐던 2017년 12월부터 1년간 50여 차례 DMZ를 방문해 사진 작업을 진행한 정연두 '을지극장'도 눈길을 끈다.

작가는 DMZ가 내려다보이는 안보관광 장소를 하나의 극장으로 상정, 사진 속에 구현했다. 남북관계 변천사가 녹아든 작품은 연출과 기록의 양면성을 보인다.

DMZ 조류생태를 살펴 새들의 높이에 따른 서식지를 만든 승효상 구조물 '새들의 수도원'(2017), 언젠가 통일이 오면 남북한 가족이 함께 살길 바라는 작가 염원이 담긴 토비아스 레베르거 '듀플렉스 하우스'(2017) 등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5월 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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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설명하는 김선정 대표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0일 오전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디엠지'(DMZ) 전시간담회에서 김선정 광주비엔날레 대표가 전시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이불, 안규철 등 국내외 작가 50여 팀의 작품을 5월 6일까지 전시한다. 2019.3.20 scape@yna.co.kr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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