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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기억할 오늘] 미얀마의 ‘블러드 제이드(Blood Jade)’(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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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015년 미얀마 카친주 흐파칸트의 한 옥 광산 폐석장. 트럭이 폐석을 부리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옥 부스러기를 줍는다. Minzayar/Global Wit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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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玉)’은 천지의 정수이자 대지의 정물(精物)이어서 동양의 옛사람들은 “옥을 몸에 지니면 잡귀를 물리칠 수 있다”고 여겼다. 유난히 옥에 열광하는 중국인 덕(탓)에, 지금도 최상위 등급의 옥은 금보다 수십 배나 값나가는 보석이다.

세계 옥 공급량의 약 70%를 대는 국가가 중국과 국경을 맞댄 미얀마란 사실은 공교롭고도 잔인하다. 미얀마의 옥 무역 규모는 2014년 기준 약 310억 달러로 전체 국내총생산의 약 절반에 해당한다. 글로벌 위트니스 등 국제 NGO에 따르면 옥 채굴과 교역은 역대 부패 권력의 거대한 자금원이었다.

미얀마 옥 광산에서 한해 평균 약 100명(2014~18년 약 500명)이 목숨을 잃는다. 주로 6~8월 우기에 갱도 붕괴로 희생된다. 아웅산 수치 등 정치인들은 선거 때면 저마다 획기적인 안전 조치와 광산 규제를 약속했지만, 제대로 실행된 예는 없다. 지난 7월에도 미얀마 옥 광산 산사태로 10여명이 매몰됐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희생자들의 다수는 불법 광부다. 광산회사에 고용돼 갱도에 들어가는 광부가 아니라, 옥을 빼내고 버린 폐광석 더미에서 옥을 줍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프리랜스 광부’들이다. 그들은 산더미처럼 쌓인 거대한 잡석 더미에 달라붙어 작은 옥 부스러기를 찾는다. 언제 어느 지점에서 돌더미가 무너질지 알 수 없다. 운이 나쁘면 파묻히는 거다. 작업은 밤에 헤드랜턴 불빛 속에서 이뤄질 때가 많다. 덜 덥고 반사광에 옥 조각을 찾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산사태가 나도 몇 명이 매몰됐는지조차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런 이들이 최소 3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11월 22일, 미얀마 북단 카친(Kachin)주 흐파칸트(Hpakant)의 한 광산에서 폐석 더미 산사태로 ‘최소’ 116명이 숨진 참사도 그렇게 일어났다. ‘최소’라는 건, 미얀마 적십자사 등이 발굴한 시신 숫자가 그렇다는 얘기다. 사망자 외에 인근 마을 주민 100여명이 사고 직후 실종됐다는 흉흉한 현지 보도가 있었다. 실종자 숫자도 특정하기 힘든 게, 주민 수 자체가 확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당시 외신이 보도했다. 최윤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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