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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서소문사진관] 95년 뒤 공개되는 한강의 소설, 노르웨이서 긴 잠에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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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노르웨이 공공예술단체 '미래도서관'(Future Library)으로부터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소설가 한강이 25일(현지시간) 오슬로 외곽 '미래도서관 숲'에서 약 한 세기 뒤에 출간할 미공개 소설 원고를 흰 천으로 싸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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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공공예술단체 '미래도서관'(Future Library)은 지난 2014년부터 특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00년간 매년 1명씩 작가 100명의 미공개 작품을 받아 오는 2114년 노르웨이 오슬로 외곽 숲에 100년간 심어둔 나무 1000그루를 사용해 출판한다는 것이다.

미래도서관은 올해의 작가로 한국의 한강을 선택했다. 아시아 작가로는 처음이다. 다섯 번째 참여 작가가 된 한강의 작품은 95년 뒤 출간된다. 한강은 25일(현지시간) 한 세기 뒤에 출간될 미공개 한글소설 원고를 재단 측에 전달했다.

오슬로 외곽 '미래도서관 숲'에서 열린 원고 전달식에서 한강은 한국에서 가져온 흰 천으로 원고를 싸맨 뒤 '미래도서관 프로젝트'를 만든 스코틀랜드 예술가 케이티 패터슨에게 넘기고 제목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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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공공예술단체 '미래도서관'(Future Library)으로부터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소설가 한강이 25일(현지시간) 오슬로 외곽 '미래도서관 숲'에서 약 한 세기 뒤에 출간할 미공개 소설 원고를 스코틀랜드 예술가 케이티 패터슨에게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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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제목은 '사랑하는 아들에게'.

분량과 내용, 주제 등은 모두 비밀로 한 채 원고는 봉인돼 오슬로 도서관에 보관된다.

다만 한강은 '작별' '모든 흰' 등 소제목이 붙은 4개 대목을 공개했다. 그는 소설이 수십 개 조각으로 돼 있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한강이 우리 말로 읽으면 17세 흑인 소녀가 같은 대목을 노르웨이어로 다시 읽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흰 천으로 원고를 싸맨 의미에 대해 "숲과의 결혼, 또는 재탄생을 기다리는 장례식, 또는 한 세기 동안의 긴 잠을 위한 자장가"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흰 천이 신생아를 위한 배냇저고리, 장례식 때 입는 소복, 잠잘 때 덮는 이불로 쓰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작별할 시간"이라는 말로 소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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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공공예술단체 '미래도서관'(Future Library)으로부터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소설가 한강이 25일(현지시간) 오슬로 외곽 '미래도서관 숲'에서 약 한 세기 뒤에 출간할 미공개 소설 원고의 일부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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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은 또 미래도서관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을 때 발표한 소감문을 다시 한번 읽었다.

"마침내 첫 문장을 쓰는 순간, 나는 백 년 뒤의 세계를 믿어야 한다. 거기 아직 내가 쓴 것을 읽을 인간들이 살아남아 있을 것이라는 불확실한 가능성을. 인간의 역사는 아직 사라져버린 환영이 되지 않았고 이 지구는 아직 거대한 무덤이나 폐허가 되지 않았으리라는, 근거가 불충분한 희망을 믿어야만 한다".

이날 행사는 참석자들이 30초 동안 침묵한 채 노르웨이 숲의 바람, 새, 벌레 소리를 듣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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