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공공예술단체 '미래도서관'(Future Library)으로부터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소설가 한강이 25일(현지시간) 오슬로 외곽 '미래도서관 숲'에서 약 한 세기 뒤에 출간할 미공개 소설 원고를 흰 천으로 싸매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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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도서관은 올해의 작가로 한국의 한강을 선택했다. 아시아 작가로는 처음이다. 다섯 번째 참여 작가가 된 한강의 작품은 95년 뒤 출간된다. 한강은 25일(현지시간) 한 세기 뒤에 출간될 미공개 한글소설 원고를 재단 측에 전달했다.
오슬로 외곽 '미래도서관 숲'에서 열린 원고 전달식에서 한강은 한국에서 가져온 흰 천으로 원고를 싸맨 뒤 '미래도서관 프로젝트'를 만든 스코틀랜드 예술가 케이티 패터슨에게 넘기고 제목을 발표했다.
노르웨이 공공예술단체 '미래도서관'(Future Library)으로부터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소설가 한강이 25일(현지시간) 오슬로 외곽 '미래도서관 숲'에서 약 한 세기 뒤에 출간할 미공개 소설 원고를 스코틀랜드 예술가 케이티 패터슨에게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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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과 내용, 주제 등은 모두 비밀로 한 채 원고는 봉인돼 오슬로 도서관에 보관된다.
다만 한강은 '작별' '모든 흰' 등 소제목이 붙은 4개 대목을 공개했다. 그는 소설이 수십 개 조각으로 돼 있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한강이 우리 말로 읽으면 17세 흑인 소녀가 같은 대목을 노르웨이어로 다시 읽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흰 천으로 원고를 싸맨 의미에 대해 "숲과의 결혼, 또는 재탄생을 기다리는 장례식, 또는 한 세기 동안의 긴 잠을 위한 자장가"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흰 천이 신생아를 위한 배냇저고리, 장례식 때 입는 소복, 잠잘 때 덮는 이불로 쓰인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작별할 시간"이라는 말로 소감을 마쳤다.
노르웨이 공공예술단체 '미래도서관'(Future Library)으로부터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소설가 한강이 25일(현지시간) 오슬로 외곽 '미래도서관 숲'에서 약 한 세기 뒤에 출간할 미공개 소설 원고의 일부를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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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첫 문장을 쓰는 순간, 나는 백 년 뒤의 세계를 믿어야 한다. 거기 아직 내가 쓴 것을 읽을 인간들이 살아남아 있을 것이라는 불확실한 가능성을. 인간의 역사는 아직 사라져버린 환영이 되지 않았고 이 지구는 아직 거대한 무덤이나 폐허가 되지 않았으리라는, 근거가 불충분한 희망을 믿어야만 한다".
이날 행사는 참석자들이 30초 동안 침묵한 채 노르웨이 숲의 바람, 새, 벌레 소리를 듣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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